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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Aug 31. 2022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듯

어슴푸레 해가 넘어갈 때쯤 집에서 신을 실내화를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마트까지 빠르게 가기 위해서는 큰 단지 아파트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빨리 돌아와 글을 쓰기 위해서 지름길인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섰다. 빨간색, 노란색 화려하게 섞여 있는 천막이 한두 개쯤 보였다. 그리고 그 천막보다 앞에서 경비 아저씨가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천막이 있는 길로 들어섰는데, 깜짝 놀랄만한 장면이 내 앞에 펼쳐졌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 큰 아파트 단지에 많은 천막을 설치하고 대규모 행사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오늘 내 앞에 펼쳐진 천막을 보면서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천막과 사람들이 있었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도로에 알록달록한 임시 테이블이 즐비해 있었다. 그 테이블은 빈 테이블이 아니라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문전성시다. 대부분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사실 그 모습이 아직은 당황스럽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는 뉴스를 최근까지 보고 있었고, 8월 중순 내 옆자리 앉아 있던 사람도 확진을 받았었고, 오늘도 일터의 동료가 추가로 확진되었다. 오늘 확진된 사람과 접촉도 거의 없었고, 멀리 앉아 있어 걱정이 덜하지만 그런데도 돌아가는 상황들이 사뭇 걱정되었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사람이 나에게도 자주 지시를 내렸으니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걱정과 불안한 감정을 타인보다 조금 많이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더욱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솔직히 겁났다. 8월 중순 내 옆자리 사람이 확진되었을 때, 나도 걸릴까 봐 그 사람과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눈 시간을 복귀했고, 점심시간 20분 정도씩 이틀 식사한 시간 외에는 없었음에도 불안한 마음에 코로나 자가 키트를 거의 6만 원 정도 구매해 수시로 확인했다. 엄마도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해줬다. 연세가 있는 엄마가 걸릴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2주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이후로 나는 지인과 만남은 거의 없었고, 식사도 거의 없었다. 그저 엄마랑 다니고, 최대한 밖의 음식을 먹고 싶을 때는 포장을 해와서 집에서 먹었다. 준비부터 폐업까지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자영업을 했고, 그것도 온라인으로 진행했기에 사람들과 밀접 접촉할 일이 많지 않았다. 작년 10월 폐업 신고하고도 나이가 많아서인지 일자리 찾기가 너무 어려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공부를 병행했던지라 사람들과 직접 접촉할 일이 올해 7월초까지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공부만 할 수 있는 나이도, 여건도 안 돼 취업 전선에 함께 뛰어들었고, 정말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면서 타인과 접촉할 일이 조금 많아져 불안했었다. 최근에서야 일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거의 조심조심하고 살던 나였다. 최근 일터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많이 조심스럽다. 음식점 대부분이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가 없었다. 코로나 시기 아르바이트하던 곳은 구내식당이 있었고 앞에 칸막이가 있어 안심하고 점심을 먹었는데, 지금은 일반 음식점에서 식사하니 앉은 자리 앞에 칸막이가 대부분이 없다. 그래서 옆자리 분이 확진되었을 때도 엄청나게 걱정을 달고 2주를 보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붉은 반점이 올라와 더 두려움에 떨었다. 그 걱정 덕분에 생애 최초로 체온계를 구매하는 좋은 경험도 있었지만 말이다. 엄마도 나도 체온계를 꼭 필요한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주저했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오늘도 일터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걱정을 안고 있었는데,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걱정되었다. 사람들은 이미 코로나를 잊힌 듯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토록 바라던 일상이 찾아온 것뿐인데 기뻐하지 않는 내가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코로나 시기에 바라던   하나는 마스크만이라도 벗고   있는 것이 행복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가 아닐 텐데도 마스크를   사람이 지나가면 은근 걱정을 하는 나의 모순된 행동과 생각을 본다. 코로나가 이젠 감기처럼 언제든 찾아오는 것으로 바뀐  같으니, 변화된 상황을 조금은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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