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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14. 2022

새롭게 탄생하길

작년에 코로나 지원금으로 이불을 구매했는데 너무 어두운 녹색을 사서 엄마가 내심 싫은 기색이 보였다. 새로 구입할 생각으로 계속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인터넷 검색 결과 나오는 아이템은 대부분 색깔이나 디자인이 내가 찾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사놓고 쓰지 않던 이불 커버가 있다는 사실이 뜬금없이 생각이 났다.   

 

집에 쓰지 않는 이불 커버를 쓰면 되지 않을까 싶어 장롱에서 꺼내 들고 이불 커버를 펼치니 더블 사이즈로 엄청나게 컸다. 엄마하고 나는 따로 자고, 각자 싱글 사이즈 정도의 이불이면 돼 더블 사이즈가 필요 없다. 어떻게 해야지 고민했다.      


장롱 속에서 몇 년을 갇혀있던 이불 커버는 친구가 선물해준 하얀색 이불을 그냥 덮을 수 없어 구매했던 제품이었다. 녹색, 연보라색이 어우러진 기하학무늬의 튀는 색깔이며, 디자인 또한 밝아 마음에 들었지만 더블 사이즈의 이불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둔 터라 더블 사이즈로 샀던 이불 커버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이불 커버가 생각난 것이다. 이젠 나에게 쓸모 있는 물건으로 변신할 시간이 된 것이다.     


집에 있는 가정용 재봉틀로 직접 해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며칠 전 동전 지갑도 세 개나 도전해서 만들었지만, 인터넷 영상에서 쉽게 만들었던 그 동전지갑의 모양이 절대 나오지 않았다. 이불은 더 큰 재봉이 필요하니 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집 근처 수선집을 찾았으나 대부분의 수선집이 이불 커버를 줄이는 일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때 마침 동대문 지하가 생각났다. 동대문 지하상가에서 원단을 사고 재봉을 맡겨, 커튼과 방석을 제작한 경험 탓인지 순간적으로 집 근처의 수선집이 아니라 동대문 지하상가에 빼곡히 앉아 계셨던 분들이 떠올랐다.     


인터넷에서 나는 동대문의 수선집을 찾아 스크랩해뒀다가 전화를 걸었다. 수선 가능하다고 수화기 너머로 말하신다. 쾌재를 불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이불 커버를 상자에 넣고 포장하고 편의점에서 택배를 접수했다. 다 수선되고 멋지게 바뀔 이불 커버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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