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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16. 2019

아직 괜찮습니다

월 매출 이십만 원도 안되지만

Photo by Ryan Wallace on Unsplash


저는 직장을 다녔던 사람으로 직장 아닌 삶을 찾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아닌 나만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겠다고 당당히 걸어 나왔지만 실패를 맛본 적이 있습니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여지를 두었기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되돌아갈 길을 염두해두고 언제든 되돌아갈 마음의 공간을 남겨둔 채 시시때때로 핑계를 대며,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조금만 흔들리는 상황이 되면 '나는 돌아갈 자리가 있는데 굳이 고난의 행군을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생각이 자주 역습했습니다. 두번의 새로운 길을 포기하고 되돌아갔습니다. 저는 포기자였습니다.      


어떤 일에는 별다른 고민없이 빠른 결정을 내리지만 어떤 일에는 한없이 더디고, 차일피일 미룹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저울의 무게를 가늠하며, 이리저리로 재다가 결국 여러 핑계로 새로운 길을 잘 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으니까 다음으로 미루자. 또 다른 일이 불쑥 나타나면 좋은 핑계거리로 안주삼아 몇 년 후에 다시 시도하지 뭐 이러며 또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그렇게 호기롭게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말했던 사람인 저는 정작 번뇌의 시간 속에서 갇혀, 앞으로 뒤로 가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흘러 보냈습니다.





저와는 반대로 과거의 순간을 얽매이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던 사람은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아갔습니다. 그들의 담대함과 인내는 결국 그들의 길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몇 년 전의 고민에서 한 치 앞도 나아가지 못 한 체 뒤로만 머물러 버렸습니다. 하지만 요즘 순간순간 느낍니다. 그런 실패 순간이 있었기에 저 자신도 알지 못했던 저라는 인간을 조금 이해하고 알았다고. 인생이 뒤로 뒤처지는 것 같았지만 결국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트레이드마케팅, 영업, 기획이나 분석 등의 업무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는 항상 불안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게 되면, 언제든지 경력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며 자만했습니다.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굳이 저를 찾지 않아도 이 세상에 뛰어난 사람도 많고, 일할 사람들은 많으니까요. 저라는 인간은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인물이지만 일로서는 유일한 존재로서 능력을 갖춘 인물은 아니니까요.




저는 시스템적으로 잘 굴러가게 일을 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배워 일을 시스템적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아닌가봅니다. 현실에서 나를 찾을 필요가 없겠구나 인정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와 미련을 가졌을 때 수시로 불안이 엄습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미련을 두지 말고, '되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니, 예전에 제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작업에 더 집중하여 동분서주하게 됐습니다. 불안은 여전하지만, 불안의 형태가 달라졌습니다.      



다시 조직으로 가는 것은 누군가가 저를 선택해줘야만 제가 그 안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의 삶은 가난하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삶입니다. 비록 수입은 과거 수입의 삼 분의 일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스보다 걸어가는 것을 선택하고, 옷은 거의 사지 않으며, 제 수준에 맞는 소비와 생활을 합니다. 2018년 12월 창업 후 지금까지, 2019년 7월을 빼고 월 총매출액이 이십만 원도 채 되지 않아 적자이지만 목표 및 실적에 대한 부담감, 중간 관리자로서의 소통과 책임, 업체 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 등에서 오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 괜찮다고'.


  

온라인 창업이 일 년이 되도록 성과가 없어 이따금 초조하고, 지금처럼 삶이 계속될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저는 되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의 감정과 불안, 흔들림을 맞서고 있습니다. 결국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물러나지 말고 이겨내 성장하는 결과를 끌어낼 것입니다.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길을 자연스럽게 걸어가고 있는 저 자신을 상상합니다. 오랜세월 폭풍과 맞서고,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자라 어느 순간 큰 나무가 되는 나무처럼 되고 싶습니다. 성장한 나무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그늘을 내어주는 것처럼, 저 또한 저의 성장뿐만 아니라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아직 괜찮습니다.'



직장인의 삶이 세상에서 전부인 것 마냥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아 막막하던 순간에서 조금씩 탈출하고 있습니다. 1인 온라인 창업자인 저는 모든 것을 혼자 해내고 있으며, 광고는 물론 브랜드를 알리는 일도 홀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잘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지만, 매출이 잘 안 나오는 것으로 나름 평가가 되니 하는 일에 대한 반응 및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혼자이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수많은 자료를 공부하여 기획하고, 수정하며 실패와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힘겹지만 아직 괜찮습니다. 직장 다닐 때 여러 스트레스로 잠꼬대를 거의 일주일 3~4번 했지만 이젠 거의 없습니다.



자기 일을 찾아가는 여정은 힘들지만,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는 그 길에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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