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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25. 2022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누비라

2022년 6월 경주를 여행하면서 자동차를 렌트 한 이후로 3개월 만에 다시 자동차를 렌트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자동차를 렌트해 엄마와의 여행길에 오른다. 대중교통을 타고 외곽이나 지방 여행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자동차를 렌트해 운전하는 편이 더 편리하게 이동하며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대략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      


물가는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고, 차량 렌트비도 오른 듯해 비용 부담은 되지만 방랑벽이 있는 성향을 묶어둘 수 없다. 다른 비용을 덜 쓰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여행을 다닌다. 같은 지역의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도 갈 때마다 다른 것이 여행의 묘미이다.      


다른 비용을 덜 쓰면서 여행을 더 다니는 것이 좋다는 것에 마음이 일치하는 엄마와 나는 경기도 포천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했다. 대우 자동차가 내 옆 라인 앞에서 운전하는 것이었다. 번호판 또한 지금은 잘 없는 서울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나는 2004년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그 해 바로 프라이드 중고 자동차를 샀다. 그때 나는 충북으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았고, 2016년 연초에 신차를 할 때는 번호판에서 충북이라는 지방을 넣는 체계가 없어져 충북을 뺀 번호판을 부착하고 다녔었다.      


그러니 서울이라는 간판과 대우 자동차를 보며 마냥 신기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차 브랜드 역시 “누비라” 너무 오랜만에 보는 브랜드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우 자동차가 없어진 지 꽤 오래시간이 흘렀다.


차 상태가 너무 양호하고 깨끗해서 놀랐다. 누비라 옆에 가까이 지나갈 때 보니, 살짝 긁힌 흔적은 있었지만 오랜 세월치고는 너무 깨끗했다. 지금까지 차를 유지하고 관리했을 주인의 모습이 그려지니 대단해 보였다.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자동차를 깨끗하게 관리했을 한 사람의 성품이 느껴졌다. 쉽게 쉽게 자동차를 바꾸는 사람들과 비교해볼 때 유독 멋져 보였다.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싶어 외제 차를 구매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과 비교해볼 때 나에게 ‘누비라’ 운전자가 유독 더 멋져 보였다. 
 

친구들끼리 대우 자동차의 장점은 에어컨이라면 떠들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대우 자동차를 보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 우리의 소비는 너무도 쉽고, 너무도 쉽게 버린다. 오래 두고 고쳐 쓰고, 관리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오래 두고 고쳐 쓰는 습관일 것이다. 올해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겪었고,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전 세계 모두가 자원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을 지키며 오래 쓸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오래 쓰는 습관을 지닐 필요한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누비라”를 보면서 지금이 그 시기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반갑다. “누비라”. 너의 주인이 한국의 이곳저곳을 너와 함께 다닐 수 있도록 고장 나지 말고 앞으로도 몇 년을 그렇게 누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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