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도전 중 35일째 글을 쓰고 있다. 그간 책상에 앉으면 이런저런 글의 소재가 떠올라 글을 썼다. 그런데 오늘따라 떠오르지 않는다.
춥다. 졸리다. 피곤하다. 몸이 으스스 추우니, 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행위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짧게 쓰려한다.
나는 처음부터 완성된 글을 바라지 않는다.
예전에는 어떤 단어로 글을 시작할까부터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고민만 하다가 첫 줄도 시작하지 못한 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일단 컴퓨터를 켜고, 한글 프로그램을 열어 의식의 흐름에 따라 키보드를 누른다. 그렇게 한 자 한 자 키보드를 누르다 보면 어느덧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원래 쓰려던 글과 전혀 다른 글이 의식의 흐름에서 툭 나올 때가 많다. 결이 맞지 않아도 일단 한 문단 정도 쓴다. 그러다가 쓰려던 이야기와 전혀 결이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삭제한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문장이 이어질 때는 거리를 두고 읽어보면 보인다.
그렇게 한 글자가 모아져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고 하나의 글이 된다. 그러나 그저 완성된 글이다. 완벽한 글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 차례 퇴고한다. 그런데도 완벽한 글은 아니다. 여러 번 고쳐도 완벽한 글이 되지 않는다. 언제나 수정할 단어와 문장이 들어온다. 비문이나 오타는 수시로 발견된다. 그렇게 여러 번 고쳐 인터넷에 글을 올려도 또다시 수정할 부분이 3D 화면처럼 입체감 있게 튀어나온다. 나는 또다시 수정한다. 그리고 자책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내겐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자책보다 더 고쳐 깔끔한 문장과 읽기 쉬운 글을 완성하자는 생각이 나를 압도시킨다. 그렇게 나는 문장을 다듬는다.
대장간에서 호미, 칼, 도끼 등을 만들기 위해 수천번의 담금질이 필요하듯 나도 나의 글을 여러 번 아니 수십 번의 담금질 필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언어적으로 취약한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누구보다 언어적인 부분에 자신이 없다.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나도 나의 글에 대해 "그래 이 정도면 잘 썼다." 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먼 훗날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은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처럼 언어를 잘하지 못했던 사람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글 쓰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했던 사람도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신춘문예 당선이 아니어도 우리 일상에서 언제든 나의 감정을 표출할 글을 쓰는 행위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여행작가 꿈일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에게 한번 만나자고 글을 보냈고, 선뜻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여행작가를 잊지 못한다. 혼란스러웠던 시기, 나보다 앞서 꿈을 이룬 사람이 자신의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그 따뜻함이 고마웠다.
가장 힘든 시기, 내가 좋아했던 작가님이자 시인분에게도 벅차게 감동한 적이 있었다. 정말 유명하신 분이다.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그런 분이다. 그런 작가님에게 나는 나의 고민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작가님은 나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주셨다. 유명한 분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놀라웠다.
지금도 여전히 그때 그 여운은 남아 있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을 자신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고, 아직도 깨우치려고 노력 중이라는 식의 말에 나와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시는 구나라는 어떤 동질감이 느껴졌다. 유명한 분임에도 겸손한 태도로 일관했던 모습과 일면식도 없는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려고 도움을 주려던 행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내가 겪은 작가님들처럼 나도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의 소재가 생각나지 않는 밤, 내일은 소재가 생각나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이만 마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