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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11. 2022

50일째 매일 글쓰고 있다

어제, 오늘 체력이 바닥이다. 어제 종일 잠만 잤다. 오늘은 이마 두통으로 지긋지긋하다. 쉬고 싶다. 아침, 저녁으로 계속 지하철에서 서서 왔더니 더 피곤하다. 거기에 날씨까지 추우니, 몸이 자꾸 움츠러드니 마냥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가고 싶다.     


글도 쓰고 싶지 않고, 따뜻한 아랫목이 있다면 몸을 지지고 싶다. 며칠 전만 해도 더워서 미치겠더니, 주말부터 춥다. 지하철을 타며 더운데, 길 밖으로 나오면 춥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난감하다. 가을 없이 바로 겨울이 찾아올 듯하다. 이제 봄, 가을은 없어지는 모양이다.     


추우니, 오늘 하루 글 쓰는 것을 제끼고 싶지만, 의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50일이다. 100일 중 50일을 쓰고 있다. 요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쓰는 글들을 100일 프로젝트로 단톡방에 매일 공유한다. 그리고 또 하나 공유하는 곳 있다면 브런치이다. 그러나 브런치에는 글을 공유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100일 글쓰기 중 절반인 50일이 오늘이다. 나는 50일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그런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오늘 일터에서 회의하는데 내가 중간에 말을 한번 끼어들기는 했지만,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끼어들었던 것에 대해 면박을 주며 말하는 리더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전에도 그는 그랬다. 자신이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특권의식이 깔려있는데 난 그것에 질러버렸다. 내가 끼어들면서 말을 하니, 영어로 “careful”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뭐라 뭐라 말했다. '굳이 영어를 사용하지, 또라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 사이 이미 말을 멈췄다. 짜증 나 한 귀로 흘려들을 요량을 자세히 듣지 않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에 재수 없었다. 부서원 중 66% 정도가 전문 자격을 소유한 출신이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그들 스스로 특권층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전문 자격을 소유한 직원이 말을 중간에 끊으면 뭐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그 리더는 나한테는 면박을 준다. 예전에도 그 리더가 한 말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말을 걸었더니, 왜 자신이 했던 말을 되묻냐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면 다시 질문하지 않는가, 나라고 그러면 안 되는가, 미친놈이 따로 없다. 욕 한 바가지가 튀어나온다.      


리더라는 사람으로서 차별적인 시각이 심하다. 난 그들이 잘났다고 결단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게 잘났으면 ‘왜 이런 데 와 근무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지난주 내내 나는 큰 행사를 거의 혼자 도맡아 했다. 행사 당일 양손으로 팔짱을 낀 채 내가 마이크 설정하는 것을 보고만 있더니 뭐라 뭐라 지랄했다. 나는 몇 번을 참다가 내질렀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던데, 내가 만만한가. 내가 만만하게 보일 상대는 아닐 텐데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나 보다.      


같은 부서의 일이라면 도와줘야 상식 아닌가, 다른 부서하고 할 때 마이크까지 체크해주던 그 리더는 자기 부서원에게는 뒷짐을 지며 “이것 봐라.”라는 태도로 보다가 지랄했다. 속이 좁아 보이는 인간이다. 옳지 않은 일에는 몇 번을 참다가 말하는 편이라 말했다. 지금의 조직에 들어온 지 딱 3개월이다. 누가 먼저 회의실 마이크 사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다. 그런데 내 앞에서 계속 개지랄을 떠니, 더 이상은 못 참겠었어, 한마디 내질렀더니 아무 말 못 한다. 반박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웃긴 것은 나중에 알고 보니 지들도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부서에 알아보고 해결했다. 그것도 내가. 이 쓰발놈아. 그는 분명 오늘 회의에서 나에게 복수를 한 것 같다.


오늘 회의에 나에게 보인 행동을 참아줬지만, 또다시 그렇다면 나도 참지 못 할 수 있다. 그렇게 사람 면박을 주는 행동을 사람 골라서 하니, 질러버렸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볼 때는 전문 자격 소지자라는 것에 대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있으니 안타까워 보인다. 내가 보는 너희들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대단했으면 왜 이런 데 와서 일하나 싶다.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가면 전문 자격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구창창하는지, 왜 그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질린다. 자신들과 관련 없는 과를 전공한 사람도 있는데 개의치 않아한다.


오늘도 점심에 이어 오후 이런 짜증 나는 상황이라 집으로 돌아와 그저 눕고 싶었으나,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일터는 단지 자영업으로 불안했던 수입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꼬박 들어오는 수입으로 생활의 불안함을 제거해주는 정도의 벌이로 생각하는 만큼, 퇴근 이후에는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기에 글은 미루고 싶지 않았다.      


100일 프로젝트 이후에는 계약직 완료 후 밥벌이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그렇게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피곤하지만, 글을 쓰고 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50일, 오늘까지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 상처받고, 흠집 난 자존심을 나 스스로라도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글을 써야 한다. 50일째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축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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