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직업'이라는 단어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며 숱한 방황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보다 방황 속에서도 마음은 편안해졌다. 방황 속에서 한 가지는 찾아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이다. 비록 나의 글이 사람들의 손에 닿지 못하는 것 같지만, 글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글을 쓰면 쓸수록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만 쓰고 있는 것 같아 이제는 보다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글을 쓰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들을 닮고 싶다.
직업에 대한 고민으로 다양한 도전을 했었다. 도전한 일들이 99.9% 실패했다. 성공한 경험은 거의 전무후무하다. 나를 탐구하고 살펴본다며 다양한 테스트도 했지만, 이것도 맞는 것 같고 저것도 맞는 것 같고 도무지 나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릴 수 없었다.
삶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이 있지만 그런 가치관을 배제한 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요즘은 평생 찾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처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그 재능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분야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마냥 부러웠다.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부럽긴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마흔이 조금 넘어 인정하기 시작했다. 성격, 재능, 흥미 등에 대해 테스트하면 나의 경우는 다양한 주제에 전반적인 관심과 두루두루 일을 처리하는 편으로 결과지가 도출된다. 그러면서 나를 알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에 비슷한 정도의 관심사를 보이는 나는, 어릴 적부터 재능을 발견하고 발견한 재능에 몰입하는 인간형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형임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면서부터 제2의 사춘기처럼 심각하게 매달리며 고민했던 시기에 비해 크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밥벌이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결부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스트레스받았던 내가, 지금은, 밥벌이와 글쓰기를 분리해서 생각하며 살아간다. 밥벌이와 좋아하는 것을 일치시키는 것으로부터 분리시켰더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의 글에 자주 자신 없어 하지만, 소걸음처럼 천천히,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 더 나은 내가 되어있을 것이고, 어느 순간 내가 바라는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 것이다.
그런 생각이 나의 삶의 밑바탕이 깔려있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분야에 오랜 시간 노력해 얻은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부러운 것은 어찌하지 못한다. 질투심이다. 상상을 발휘하며 소설 쓰는 사람도 내게 거물급으로 보인다. 나에게 있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 글 쓰는 행위가 결코 가벼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우는 일상의 이야기도 수십 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야지 그나마 나의 글이 조금은 매끄러워지고, 조금은 결이 자연스러워졌다 느끼는 정도다. 소설을 쓰는 일은 더 견고하고 세밀해야 하며 반전도 있어야 하고, 정말 많은 요소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단숨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래서일까 소설과 같이 어떤 한 분야에 깊이 있게 글 쓰는 사람이 대견스러우면서 부럽다.
어떤 분야에 지식을 쌓아야 할까.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접했지만 한 우물만 파지 않았기 때문에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한 분야에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없다. 그렇다고 절망하지 않으련다. 계속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꼭 나에게 성큼 다가오리라 믿고 타인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살면서 노력할 거니까.
팔순이 넘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여느 못지않은 화가들 수준의 그림을 그려낸 할머니를 보면서 나이를 먹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찾는 노력은 멈추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재능을 발견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난 왜 못 찾지!’라고 자괴감에 빠졌던 많은 날이 있었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만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바뀌니 인생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계속 찾아보는 일을 한평생 할 것이다. 그러다가 꿀단지를 발견하며, 유레카를 외치며 깊이 파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