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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n 03. 2019

경남 거제 외도 - 28인승 여행


2009년 경남 거제도의 섬 외도로 여행을 떠났다. 자동차를 팔아 자동차로 여행을 하고 싶어도 자동차로 여행을 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으로도 가고 싶지 않았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여행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도 몸도 피곤하고, 지칠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쉽게 여행할 방법을 고민하다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외도 여행상품을 발견하고 서둘러 예약했다. 자동차, 대중교통이 아니고도 외도를 갈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행이 기대되었다. 하고자 하는 일에 난관에 부딪쳐 어찌할 수 없을 때,  계속 고민하면 방법이 문득 떠오른다. 쓸데없는 고민은 계속하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구렁텅이로 떨어지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은 지속되어도 괜찮다.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방법으로 외도 여행을 하기 위해 며칠간 고민하다 단체여행이 아닌 자발적으로 첫 국내 패키지여행상품을 발견하고 떠날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여행 당일 부지런히 여행 준비를 마치고, 집결 장소로 갔더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은 두 명씩 짝을 이뤘다. 친구, 연인,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28인승은 차량 안에서 출발할 시간만을 기다리며 각자의 좌석에 앉아 있었다. 차 안은 묘한 공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야 하는 서먹서먹한 눈빛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는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들 떠나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사를 통해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여행사를 통해 국내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 28인승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며 다들 어떻게 알고 이 여행에 합류했을까라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들도 역시 나와 비슷한 이유로 이 여행상품을 예약했으리라. 관광버스를 통째로 빌려 수학여행, 소풍, 봉사단체 등의 같은 목적을 가진 단체가 여행할 목적으로 가는 것에는 동참한 적은 있어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대 모여 여행을 떠나는 일은 처음이라 낯설기만 했다.     



예약하면서 혹시 자리가 텅텅 비면 어쩌나 미리 걱정했었다. 어렵고, 급하게 예약한 여행이 혹여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부풀려 생각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여행사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상품을 굳이 내놓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수요가 있으니 여행 상품을 꾸준히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일 텐데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빈자리가 있음에도 차량이 출발해 혹시 시간을 못 지켜 못 가는 사람이 생겼구나 하며 안타까웠는데 그 빈자리는 다른 지역 가서 채워졌다. 엄마와 아들이 올라탄 것이다. 함께 여행할 구성원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들과 엄마는 여행 내내 다정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그 모습을 흐뭇한 미소가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여행이 없어 엄마와 아들의 여행이 부러웠다.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고속도로로 달렸다. 28인승을 운전하시는 분은 운전하는 사람이었다가 여행사 직원이었다가, 여행사 가이드가 되었다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의 여행이 편안하고, 즐겁게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거제도를 지나갈 때부터 거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재치 있게 설명하며, 우리들의 여행이 풍부해지도록 노력하셨다. 덕분에 편안하게 차 안에서 거제도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었는데 행복한 여행의 수확이었다.      





외도로 운행하는 유람선 시간이 여유가 있어 주변 구조라 해수욕장을 걸어서 둘러보았다. 가는 길에 민박집을 운영하는 집으로 보이는 집의 벽에 낙서처럼 쓴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맞춤법이 틀려있었다. 틀린 글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2청은 2층이고, 전와는 분명 전화였을 것이다. 민박의 주인장은 어림잡아 노부부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봤다. 벽에 써진 글자 하나로 하룻밤 묵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러나 당일 여행이고, 단체여행이라 구조라 해수욕장의 민박집에서 머무를 수 없었다. 8월 말 해수욕장에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들 속에 섞여 당장 물로 풍덩하고 뛰어들고 싶지만, 외도로 들어가는 배 시간이 임박해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을 남겨 놓았다.      


     

유람선은 해금강을 거쳐 외도로 진입했다. 해금강 안으로 들어가 바라보는 하늘 풍경은 이 세상의 근심, 걱정을 다 내려놓게 했다. 해금강을 둘러보고 외도로 들어섰다. 개인 소유의 섬으로 두 부부가 섬을 가꾸어 가는 연도별 사진을 보며, 개인 힘으로 30년 이상을 가꾸고 만든 부부의 의지력에 경외심이 들었다. 섬을 가꾸는 과정이 결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양한 품종의 식물과 나무들이 서로 조화롭게 성장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부단히 공부하고 연구했을 것이고, 어떤 위치에 어떤 나무와 식물을 심어야 하는 고뇌와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며,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외도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풍경은 지상낙원이나 다름없었다. 바다 태생이지만 육지에서만 살아온 내게 형언할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낸 조화가 신비로울 따름이었다. 다시 그곳을 가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꼭 한번 외도를 찾아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경치를 감상하고, 나무와 식물과 대화 나누며 느린 여행을 해보고 싶다.      



여행사의 국내 여행 상품을 이용해 여행을 간 것이 처음이었지만 그때 여행은 나의 여행 중에서도 손꼽힐만하다. 낯선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의 여행을 서로의 간섭 없이 기꺼이 즐겼던 값지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또 다른 여행 장소로 이동할 때 서로 말없이 조용히 인원 확인을 하는 배려, 적당한 거리에서의 여행은 종종 낯가림을 하는 내게 부담이 없고, 편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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