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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18. 2022

뜨개질 봉사

작년에 이어 올해 뜨개질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년 초 그 바쁜 와중에도 뜨개질 봉사를 참여했다. 작년에는 택배 하시는 분들에게 뜨개질한 목도리를 전해주는 봉사였다. 자영업하면서 택배를 수시로 받고, 보내고 하면서 택배 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다. 오전에 주로 배송하는 분, 오후에 배송하는 분도 구분이 되었고, 각자 성향도 알게 되었다.     


중학교 때 뜨개질을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제대로 완성해본 적이 없는 뜨개질이었다.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봉사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 중간에 포기한 일이 상당히 많았다. 제기차기, 2단 줄넘기와 같은 체육은 잘 포기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뜨개질이나 종이학 접기 같이 섬세하고 세밀한 작업이 필요한 것들은 중간에 다 포기해 버렸다. 뜨개질을 끝까지 해 본 적이 없었다. 왼손잡이라 더더욱 방향이 틀려 배우려다가도 포기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래서 신청하고도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손수 만든 목도리를 누군가 착용할 생각을 하니 가슴 뿌듯했다. 이런 봉사를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힘든 순간에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많은 사람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이 작은 실천으로 누군가의 겨울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으로 나에게 행복이 찾아오는 듯했다. 자영업으로 힘든 순간임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늘 포기했었던 뜨개질을 한 번쯤 완성하고 끝장내고 싶었다.     


뜨개질 봉사를 신청하고 바늘과 뜨개실이 도착하자마자, 몇 번을 유튜브 영상을 돌려가며 뜨개질하는 방법을 익혔다. 오른손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해야지만 방향을 익힐 수 있다. 그렇게 반복적인 영상으로 익힌 뒤 목도리 뜨기 시작했고, 한번 시작하니 멈출 수 없어 하루 만에 하나의 목도리를 다 완성하였다.      


완성된 목도리와 편지를 써서 오전에 배송하러 오는 분에게 목도리를 직접 전해드렸다. 목도리를 전달할 때 안 받으시면 어떡하나 걱정되었지만, 선뜻 받아주신 덕분에 손의 민망함은 덜어낼 수 있었다. 엉성하게 만든 목도리이지만 누군가에게 추운 겨울철 따뜻함을 드릴 수 있는 일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기뻤다. 십 년 이상을 성공보다 실패만 한 사람으로서 바닥난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도전이었다.   

  

올해 또다시 뜨개질 봉사 기획 소식을 접했고, 바로 신청했다. 금요일에 뜨개실이 도착했다. 그렇게 두 번째 뜨개질 봉사에 참여했다. 손가락 통증과 손목 통증으로 한의원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참여하고 싶었다. 아프지만 도착한 실을 보니, 바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완성했고, 지금은 목도리를 빨아서 말리는 중이다. 이번 목도리 뜨기 행사는 목도리를 다 뜨면 집결되는 장소로 택배를 보내야 한다. 내가 뜬 목도리는 곧 누군가에게 보내질 것이다. 누군가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초보자인 내가 일 년 만에 다시 뜨개질하니 엉성하고, 중간중간 이상하게 지저분하게 이어지고, 양쪽 목도리 끝도 어설프지만, 목에 두르기에는 길이도 적당하고, 넓이도 적당하다. 내가 짠 목도리를 받는 누군가가 어설프게 뜬 부위를 발견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잘 착용해 따뜻한 겨울 보내기를 기대한다.    


이상하게 기분 좋은 밤이다. 평일에 일터에서 일하고, 저녁에 글 쓰고, 일요일에는 못다 한 일과 글쓰기 하며 짬짬이 시간 내 목도리를 만든 나의 행위에 나를 칭찬하고픈 밤이다. 그리고 이런 좋은 일을 주최하고 기획하는 사람에게 감사한 밤이다. 치솟는 물가, 오르지 않는 급여, 오르는 세금으로 삶이 팍팍하고 힘들고 지치며, 만원이 기본이 된 세상에서 자기만 생각하고 살기에도 버거운 세상인데도 이런 일을 매년 기획하고 실행해주는 이가 있어서 그저 고맙다.      


세금 내지 않으려고 온갖 행위를 하는 사람을 방송으로 본 날, 자신이 쌓은 부로 그저 혼자만 편안하게 살면 되는데, 남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는 이를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타인을 위해 나눔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이의 나눔 행동에 참여하는 오늘, 나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사는 게 더 행복한지 고민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내년에도 뜨개질 봉사가 기획된다면 꼭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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