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끝나고 택시 타고 의정부 원정 경기장에 가려했지만, 택시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부랴부랴 5시간 정도 자동차를 빌려 경기장에 갔다. 이미 경기가 시작되었다. 원정 경기 응원석으로 이동하는 데 응원석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홈 팀의 응원석은 많은 사람이 즐기러 왔다. 코로나 전에는 원정 경기장의 응원석에도 치어리더가 와 다 같이 응원을 북돋아 준 것 같은데 오늘은 치어리더도 없고, 응원석에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가 점수가 날 때마다 함께 응원하고 싶은데 잘 안되었다. 듬성듬성 앉아있을뿐더러 나와 함께 입을 맞춰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선수들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목이 터져라 선수 이름을 불렀다. “허수봉 파이팅”, “이원중 파이팅”, “김명관 파이팅”, “전광인 파이팅”, “최민호 파이팅” 그런데 들리지 않았나 보다. 암튼 선수들에게 미안했지만 현대 선수들은 경기를 잘 치렀다.
경기가 다 끝나고 선수들이 쉴 때, 오늘 경기의 승리는 세터의 공이 큰 것 같아 이원중 선수의 이름을 크게 여러 번 불렀다. 그런데 옆에 있었던 아저씨가 와 자기 와이프의 조카라고 하며 “이원중 팬 이세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이원중 선수도 좋아하지만, 현대 팬이에요.” 나는 오랜 현대 팬이다. 터무니없는 상상이지만 배구 선수 중 한 명쯤은 나의 친척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던 사람으로서 그 아저씨가 얼마나 부럽던지.
오늘 의정부 경기장에서 문성민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경기를 뛰지 않아 아쉽다. “문성민, 문성민, 문성민” 하며 목놓아 외치고 싶었더랬다. 어쨌든 모든 선수가 경기를 잘 뛰어줘 고맙다.
경기가 끝나고 현대캐피탈스카이워커스 선수들이 나오는 출구에 갔는데, 어디서 그 많은 사람이 있다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현대 선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 있다가 나왔는지 알 길이 없다. 선수와 사진도 찍고 싶지만 이젠 나도 나이도 먹고 성격 자체가 내정적인 면이 있어 선뜻 달려가지는 않는다. 그에 반해 외향적인 면도 있어 경기장에서 그 외향적인 성격을 드러내며 목청 높인다. 막상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 있을 때는 다가가지 못하고 한 발짝 물러나 “파이팅”, “수고했어요” 등의 말만 던지는 내가 조금 싫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어쩌겠느냐 성격인걸.
오늘 현장에서 경기를 봐서 즐거웠지만 홈경기가 아니라 마음 놓고 응원할 수 없어 재미는 조금 떨어졌다. 같이 즐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천안 경기장에 가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니 사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작전타임 때 감독이 지시하는 내용을 들을 수 없고, 선수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텔레비전을 큰 것으로 바꿔 선수들 얼굴도 크게 나오고, 감독 얼굴도 크게 나와 오히려 텔레비전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를 직접 보고 싶고, 경기장의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다면 현장을 적극 추천한다.
올해 천안 경기장을 한 번이라도 가보는 게 소원이다. 그 소원만 이루면 된다. 나머지는 집에서 큰 화면으로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선수들의 얼굴 하나하나, 경기 동작을 다시 보여주는 화면, 판정을 다시 할 때 보이는 분들을 보는 재미, 스포츠 해설위원들의 말재간을 듣는 일 등이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신사적인 스포츠 중 하나라면 단연코 배구라고 엄지 척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배구를 즐겼으면 좋겠다. 2008년인가 보다는 많은 경기장에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