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내릴 역 정거장으로부터 서넛 정거장 전부터 갑작스럽게 어지러운 증상과 구토 증상,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서 있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만 싶었다. 지난번에도 그런 증상으로 쓰러질 것 같아 출입문 쪽으로 가 기둥을 잡고 앉아있었다. 쪼그리고 머리를 푹 쉬고 앉아있다가 간신히 도착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오늘 역시 같은 증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평소에도 붐비는 지하철을 오십 분 정도를 서서 가다 보니 안 좋은 왼쪽 다리의 통증이 수반되어 늘 한쪽 다리를 폈다 오므렸다 한다. 오늘도 역시 한쪽 다리를 폈다 오므렸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네 정거장 전부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구토 증상과 어지럼증이 동시에 수반되었다. 버티기 꽤 힘들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기에는 몇 정거장 남지 않아 지금까지 타고 온 게 아까워서라도 내리지 못했다. 버티고 버텼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느낌이 왔다. 내가 내릴 정거장에서 두 정거장 전이 환승역으로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내린다. 다행히 오늘도 사람들이 많이 내렸고, 내 앞에 자리도 났다. 앉아서 바로 머리를 바닥으로 숙이고 있었다. 두 정거장의 거리가 이역만리 같았다. 힘들었다. 내릴 역에서 간신히 내릴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자주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예전에 몇 정거장 가다가 환승 후 종점에서부터 지하철을 타기에 이런 증상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았다. 몇 년간 자영업을 하면서 붐비는 지하철을 이용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매일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종종 나타나는 증상이라 무슨 병인지 알고 싶었다. ‘지하철’, ‘식은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검색 결과 ‘미주신경성실신’일 가능성 커 보였다. ‘미주신경성실신’에 대한 이런저런 어려운 설명을 잘 모르겠고, 어쨌든 요약하면 붐비는 지하철에서 오래 서 있으면 뇌 혈류가 급격히 떨어지고 혈압이 낮아지며 나타나는 증상으로 해석된다. 증상으로는 “식은땀, 메스꺼움, 어지러움, 피로감 등”(헬스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와 똑같다. 그리고 나는 평소 혈압이 낮은 편이다. 60-90 정도 나오는데 가끔은 70-100이 나올 때도 있다. 아무래도 저혈압과 약한 기관지로 인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지난번 영등포 탈선 사고로 퇴근 후 지하철을 탔다가 두 정거장도 못 가서 숨쉬기 어려워 바로 하차한 후 버스를 탔다. 그러나 출근길에는 하차하는 게 쉽지 않다. 급행열차를 타기 때문에 중간에 내리면 지각할까 봐 참게 된다.
이제 이런 증상과 해결 방법을 알았으니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기둥을 붙여 잡고 앉아야겠다. 지금까지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취해야 할 대처 방법을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맞게 대처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앞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서 있던 자리로부터 몸을 옮긴 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푹 숙어야겠다. 남들 눈은 신경 쓰지 않고, 내 건강을 위해 바로 행동에 옮겨야겠다. 실신하기 전에 말이다. 그 증상이 오면 사실 무척 무섭고, 힘들다.
요즘 들어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밤새 기침하고, 기침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붐비는 지하철에서 오십 분을 내리 서서 가니 몸이 버티질 못하는 것 같다. 다행히 증상과 대처 방법을 알았다는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싶다. 이 년에 걸쳐 자신의 병명을 찾은 우리 엄마도 있으니 다행이라 여기고 그에 맞는 대처를 적절하게 해야겠다. 그러나 원천적인 원인을 알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람 많은 곳을 가면 쉽게 피곤해하고, 지쳐서 잘 가지 않는 것도 내 몸이 미리 알아서 나에게 알려주는 신호인 것 같아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오늘 나의 증상에 대해서 알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