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시간이 되면 나가지 말고, 교실에서 하자는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밖으로 나가자고 외치던 사람이 나였다. 친구들 대부분은 뙤약볕 아래에서 땀 흘리는 활동 자체를 싫어했다. 그런데 나는 달랐다. 체육 시간이 다른 과목보다 좋았다. 정신없이 즐기다 보면 50분은 훌쩍 지나갔다. 그 시간들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체육 시간을 좋아했던 나에게 유일하게 끔찍한 종목이 있었다면, 그것은 윗몸일으키기였다. 체력장 테스트 때, 나는 땅바닥에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양쪽 손을 걸어 뒤통수에 대고, 친구가 다리를 잡은 상태에서 선생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1분 안에 최대한 많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내내 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닌, 배를 하늘 높이 튕긴 후에야 몸을 일으키는 어정쩡한 자세로 계속 테스트에 임했다. 처음부터 최대한 속도를 높여, 25개 정도 하고 거의 탈진돼 드러누웠다.
1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아주 긴 시간이었다. 1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숨은 더욱 헐떡헐떡 거렸으며, 숨 고르기를 해도 쉽게 멈춰지질 않았다.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선생님은 나를 보며 “빵점”을 외쳤다. 배를 튕긴 자세가 잘못되었다며 “빵점” 처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시작 전 배를 들어 올리고 하는 자세는 인정이 안 된다고 알려줬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은 이미 내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고, 순간 나는 충격을 휩싸여 어떤 항의도 하지 못했다. 체육을 월등히 잘하지는 않지만, 잘하는 측에 속한 나는 적잖은 실망을 했다. 체력장 테스트에서 윗몸일으키기를 제외하고 제자리멀리뛰기, 던지지, 100m 달리기, 오래 달리기 등 대부분 좋은 점수를 올린 내가, 그 점수로 인해 등급 하락을 면치 못했다.
체력장 테스트를 하면서 충격받았지만, 그때 이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배를 들어 올리는 자세는 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자세가 교정되었는지, 허리에 힘이 들어가 배를 올리지 않고도 윗몸일으키기를 할 수 있다.
만약 그때 선생님이 나의 자세가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여전히 교정되지 않은 채, 잘못된 자세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살짝 아쉬운 점은 당시 알려주는 방식이 조금 달랐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친구들 앞에서 그 소리를 들었던 사춘기 소녀가 상처를 덜 받지 않았을까. 다시 그때로 돌아가, 제대로 된 윗몸일으키기로 테스트 받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