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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02. 2022

뽑으면 안 되는데

마흔 줄에 접어들면서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보이던 흰머리는 이젠 거울을 볼 때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 개였던 게 어느새 여러 개 아니 여러 개 이상이 되어버렸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싶은 정도로 흰머리는 하루가 다르게 생겨난다.    

  

종종 거울 앞에서 앞머리와 옆머리, 정수리 부위의 흰머리를 족집게로 집어 없애 버린다. 그런데 한두 개로 그치지 않는다. 시작하면 계속 뽑는다. 세월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손이 분주하다. 손을 열심히 놀려도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면 또다시 흰머리가 채워진다.     


아는 지인과 통화를 할 때 흰머리가 부쩍 하루가 다르게 생겨 자주 족집게로 뽑고 있다고 하니, 절대 뽑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자꾸 뽑으면 그 자리에 머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머리숱이 많아 스트레스인 나는 “크게 상관없지 않아요? “라고 여쭤보니 그게 아니라 한다. 자신도 많았는데 그렇게 뽑은 자리는 결국 머리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젊었을 때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머리숱이 많았는데 지금은 뽑은 자리에 생각보다 머리숱이 없다고 한다. 나보다 앞선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겠다. 예전에 겪지 않았던 세월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먼저 겪었던 인생 선배 경험 한마디에 나쁜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한다. 뽑지 말아야 한다고.     


지인의 말을 들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들어서 나는 나의 눈의 노화도 급격하게 느끼고 있다. 내 눈의 노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아차렸지만, 올해 들어와 확연하게 느꼈다. 화장품의 제품 설명과 박카스의 작은 글씨의 제품 설명이 보이지 않아 살짝 제품을 멀리하니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노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며 살고 있다.      


뽑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노화의 모습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인지 자꾸 뽑게 된다. 언제쯤 뽑는 행동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나이 먹는 것을 인지하며 살는지. 받아들이는 것 역시 삶의 한 부분이고, 받아들여져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들이 있다. 이젠 흰머리도 스트레스가 아닌 자연스럽게 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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