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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n 12. 2019

우리만의 시간 위에 여행할 때 행복했다


식품영업했을 때 힘들었지만 선배 동료들과 허물없이 보내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때처럼 일한 적이 없었다. 영업사원 네 명을 포함해 총본부 근무 인원 일곱 명이 고되고 힘든 일로 너나 할 것이 없이 투덜거려도 잘 뭉쳤고, 옥신각신 말다툼을 해도 잘 화합했다. 다시 그런 사람들을 내 곁에 함께하며 일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일곱 명 중 술을 못하는 사람이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있었지만 언제나 술자리에 다른 동료와 함께 있었고, 술을 먹은 사람보다도 더 신나게 놀았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대화를 즐겼고, 아침에 출근해서도 주궁장창 전날의 이야기를 조잘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각자 맡은 지역이나 거래처에 고충이 있어 힘들었지만, 서로에게 의지했던 것이었으리라. 비록 영업하면서 불만과 불평이 있을지라도 우리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했다. 각자의 영업 목표를 달성을 위해 노력해도 때론 실적이 나오지 않아 지쳤지만 서로 조금씩 더 해보려는 마음과 행동으로 우리 본부는 분기 실적 최고 본부로 일등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다.   

   


분기 일등을 하면 회사에서 포상이 주어졌다. 포상금액은 본부의 재량으로 본부에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정해진 금액 한도 내에서 비용을 지출하고, 청구하면 되는 일이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처럼 우리는 고민 끝에 돈을 더 보태 해외여행을 가기로했다. 회사의 실적에 대한 결과로 해외여행을 간 것은 사회생활하고 처음이었고, 아마도 마지막일 듯싶다. 회사 포상으로 여행을 가기 전 대학 시절 단체로 박람회 참석차 일본을 패키지로 다녀온 것 외에 해외여행을 패키지 상품으로 간 것은 그때가 거의 처음이라 다름이 없었다. 일본은 거의 비즈니스 수준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떠난 패키지 여행상품의 성격과는 달랐다. 해외여행을 개인적으로 자유여행 즉 배낭여행으로 다녀 출발 전 사실 좀 탐탁지는 않았다.     






나의 여행 스타일상 패키지여행은 썩 내키지 않지만 우리는 자유여행을 감행할 정도로 여유가 없어 패키지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지는 베트남으로 결정되었고, 자유여행으로 이미 한차례 갔다 온 하노이로 결정이 되었다. 열흘 정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자유여행으로 다녀와서 패키지의 여행경로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한편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이미 동남아 패키지여행의 진행하는 방식을 소문으로 익히 들어 우리 또한 그 방식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아 세세한 기억들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여행에서 우리는 어김없이 라텍스, 진주, 가방, 등을 쇼핑하러 간 사실은 잊을 수 없다.



가이드가 베트남의 클럽으로 데리고 간 에피소드도 여전히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도 충격이었고, 베트남인에게도 충격이었으리라. 가이드가 여행 일정 중 클럽에 데리고 갔지만 박차고 나올 수 없어 클럽에서 즐기기로 결정한 뒤, 눈치 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놀았다. 그런데 웬걸. 점점 우리 주변으로 베트남 공안들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점점 에워싸는 공안들이 많아지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간파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삼엄했다.


    

다들 소심하게 춤을 추는 베트남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팔, 다리를 여기저기 허우적거리며 방방 뛰며, 서로 어깨를 두르며 춤을 추니 그들에게는 꽤 충격적이었나 보다. 결국 우리는 혹시 과열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에 충분히 놀지도 못하고 클럽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만 했다. 탁한 공기와 먼지로 가득한 공간에 있으면 숨을 잘 쉬지 못하는 나도 그때는 개의치 않고 한껏 흥에 취해 춤을 췄는데 아쉬웠다. 클럽에서 우리는 서로 정반대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몇 년이 흘렀지만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여행을 지속할수록 쇼핑관광이 늘어나 결국 폭발해버렸다. 삼 개월 고생 끝에 전국 1위를 달성하고 받은 포상금을 우리가 원하지 않는 관광으로 헛짓거리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가이드에 점점 불만이 쌓여, 우리는 논의에 논의를 거듭해 우리만의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고, 협의를 끌어냈다.       


마지막 날 하루는 해변에서 즐겁게 온전히 우리만의 시간으로 여행을 채워나갔다. 포상받은 금액으로 여행을 떠나와 행복을 만끽하기보다 불평과 불만이 점점 쌓였었는데 마지막 날 우리만의 시간으로 가득 채우니, 그간의 불평과 불만이 눈 녹는 듯 사라지고,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갔다. 해변에 편안히 누워 쉬다가 물놀이 하러 언제든 들어갔고, 카누도 선배 동료와 함께 노를 저으며 꽤 먼 거리를 돌았다. 그때 카누를 함께 저었던 선배는 나의 인생 선배이고,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가족처럼 느끼는 사람으로 여전히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여행 가이드가 계획한 시간 위에서 여행할 때보다 우리만의 시간 위에 여행할 때 더 큰 충만감을 느꼈다. 마지막 날, 우리만의 시간으로 채우니, 여행을 잘 마무리 할수 있었고, 여행을 통해 우리들은 더욱 친밀해졌다. 베트남 패키지여행으로 회사가 아닌 장소에서 함께 어울리다 보다 보다 더 큰 동료애가 싹텄다. 베트남 여행 후 우리는 한 번 더 전국 1위 본부의 위업을 달성해 포상을 받았다. 이때는 현장에서 일하는 외부업체 직원들과 다 함께 관광버스를 빌려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말썽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들이지만 힘들 때는 다 같이 합심해 서로서로 도왔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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