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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n 18. 2019

첫 배낭여행 베트남 하노이 -1

방학이 시작되면 으레 나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방랑벽을 가진 사람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보고 싶었다. 가난한 대학생으로 나는 해외로 나갈 여유도 돈도 없었다. 대학 졸업 후 돈을 벌면 무조건 일부를 저축해 여행 갈 자금을 마련하였다. 나를 위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물이었다. 내가 번 돈으로 일 년에 한 번씩 세상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리라 결심하고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매해 해외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대학 시절 일 년 동안 무역인 양성 교육과정 중 배를 타고, 일본 오사카의 박람회 관람 차 해외를 나갔던 적을 제외하고, 2005년까지 개인적으로 배낭을 메고 한국 밖 나라로 여행 한 적이 없어 배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여행지와 숙소, 식사를 직접 해결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은 내가 겪지 않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 떠나고 싶은 여행지를 향해 움직이는 것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조그만 시골에서 자란 나는 더러 소도시의 번화가로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을 나갔지만 드문 일이었다. 내가 살았던 소도시에서는 외국인을 볼 수 없었다. 어쩌다가 외국인과 잠시 스쳐 지나갈 때면 호기심으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염탐하듯 바라보곤 했었다. 검은색 머리와 노란 피부를 가진 나와 달리 하얀 피부와 갈색 머리를 한 외국인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나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간혹 그런 경험을 하면 우리 나라 안이 아닌 바깥세상이 궁금해졌다. 다른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EBS 세계테마여행,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챙겨보는편이었다. 그렇게 방송을 보며 여행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을 꿈꾸기도 했었다.


사회생활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여행자금을 모았고, 함께할 여행을 떠날 친구를 찾아 여행 의사를 물어봤다. 그렇게 네 명이 결정돼 베트남으로 첫 배낭여행을 떠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책도 없이 무모한 여행이었다. 생각이 짧아 실수가 많았다.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밤 열시에 도착했다. 숙소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공항에서 하노이 시내로도 꽤 걸리는 거리임에도 무슨 배짱으로 계획도 없이 이국땅에 왔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둡고, 컴컴한 밤 풍경이 더욱 무섭게 다가왔고,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전해져 오는 진한 고수의 향이 처음으로 마주한 낯선 나라에 대한 호기심보다 불안했다. 일단 시내로 나가 하룻밤 묵을 숙소를 구해야 해 교통편을 알아보는데도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교통편 흥정을 해야 했다. 늦은 밤 숙소를 찾아 헤매 힘들게 숙소를 찾아 하룻밤은 잠시나마 걱정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다이내믹한 여행을 했다. 철저한 준비가 없어 생긴 부작용과 실수들이었다. 첫 배낭여행으로 혹독한 값을 치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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