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 여전히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만남 -1
2011년 포르투갈,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쳐 저가 항공을 이용해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를 도착했다. 포르투갈 함께 여행했던 언니는 짧은 휴가로 귀국해야해, 바르셀로나부터는 혼자 여행을 했다. 밀라노 여행을 떠올리면 화려한 패션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양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거리에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즐비한 풍경들, 밀라노 민박집주인이 알려주신 마조레 호수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 현지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한국 민박집을 찾아 예약했다. 밀라노 한국 민박집에 머무르면서 민박집 주인장에게 한국 사람이 잘 찾지 않는 밀라노 근교의 호수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마조레 호수를 권해 갔었다.
민박집주인의 추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마조레 호수로 가는 기차표를 끊고 도착하니, 한국 사람들과 동양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유럽으로 여행을 온 만큼 외국적인 정서를 오롯이 느끼고 싶었을 뿐인 나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마조레 호수는 고즈넉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기차역 내려 마조레 호수로 가는 길에서 사람을 거의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동네가 고요했다.
마조레 호수에 있는 세 개의 인공 섬을 다 둘러볼 계획으로 페리 티켓을 끊어 처음으로 이솔라 벨라 섬으로 들어갔다.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상점들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섬의 곳곳을 둘러보며 섬에서 자라는 꽃과 식물에 흠뻑 빠져들었다.
섬 구경을 하고 다시 다른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페리에 탑승했다. 마조레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 빈 자리에 앉아 있는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는 할머니가 있었다. 어색해 할머니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더니, 곧 할머니 두 분과 그의 아들이 다 같이 폭풍 질문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중 한 분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 한국을 안다며, 한복을 입어 봤다며, 한국에 대한 아는 온갖 지식의 보따리를 풀어헤치셨다. 여차여차 이야기를 끊지 못하고 즐겁게 대화를 오고 가던 중에 내릴 곳을 하차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다른 선착장에 내려 결국 마조레 호수의 한 개 섬만 보고 돌아와야만 했다.
다시 밀라노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 되었지만 친절한 선착장의 아저씨로 인해 무사히 기차역으로 되돌아와 밀라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여 그렇게 보고팠던 베네치아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어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은 즐겨 시청하지 못하지만 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프로그램을 어김없이 챙겨봤던 시청자였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내 여행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가면축제 시기에 가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지만 바라던 여행지를 가봤던 사실이 어딘가.
이미 한국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표를 예약해둬 시간에 맞춰 서둘러 나왔다. 내가 앉은자리는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맨 뒷자리 창가였다.
혼자 여행을 할 때 기차로 다닐 경우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과연 내 옆자리는 누가 앉을지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멋진 슈트를 입은 남성, 그 남성과 여행에서의 로맨스. 그러나 한 번도 이런 엉뚱한 상상이 현실로 일어난 적은 없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언제나 내 앞에도 할아버지, 내 옆에도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국내 여행을 해도, 외국 여행을 해도 현지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은 대다수 어르신이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기에 어르신들이 나에게 말을 거나 싶지만 여전히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모르겠다. 어쨌거나 맨 뒤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 옆에 눈 밑 파란색 섀도를 진하게 분칠 한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남편 할아버지가 앉았다. 나에게 로맨스란 일어날 수 없는 것인가. 역시.
파란색 섀도를 한 할머니와의 에피소드가 궁금하시다면 다음 글을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