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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18. 2019

전남 순천 여행, 순간의 행복

뜻밖의 멋진 풍경을 만나다

어느 날 저녁, 주체할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가끔 찾아오는 원인도 모르는 공허함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난 누군가에게 다이얼을 돌려야만 했다.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지로 강원도의 바다를 보고 싶었으나 2월 뉴스에서는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고 소식을 전해주고 있어 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저런 여행지를 거론하다가 순천만을 가기로 했다.      


순천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속도로 출구를 빠져나오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어 자동차 창문을 내렸는데 창문이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올리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럴수록 창문은 더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정비소에 들러 고치기로 하고 정비소에 들어갔는데 대형만 보는 정비소이었다. 몇 번 고쳐달라고 부탁해도 사장은 매몰차게 다른 곳으로 가라 했다. 더 부탁한다고 들어줄 사람으로 파악되지 않아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조금 더 이동하다가 다른 정비소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처음에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 고칠 것 같다고 해 힘이 빠졌다. 하지만 곰곰이 고민하시더니 힘껏 자신의 가진 힘을 다 짜내 창문을 올리려고 하셨다. 마침내 창문은 올라갔다. 수리비를 지급하려는데 거절해 결국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순천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내내 줄곧 한쪽 창문을 내리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써야 했고, 돌아오는 길에도 창문을 의식적으로 열지 않으려고 했다. 은근히 신경 쓰였던 부분이다.




창문을 고치고 순천만에 도착해보니, 조류인플루엔자로 순천만을 들어갈 수 없었다. 여행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 날이 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차를 돌려 순천 드라마 촬영지를 구경했다.


순천 드라마 촬영지는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세트로 만들어진 가건물이라 가까이서 보면 조잡하고,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런 인위적인 세트를 관광지로 만들어 사람들이 오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의심스럽다. 만들 때는 제대로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 촬영지를 다 둘러보고 나오자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순천 시내에서 머무를지, 아니면 바다 근처 숙소에서 머무를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지 몇 번을 고민했었다.  

   


계획을 딱히 세우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성향끼리 여행을 갔기에 미리 1박 정도 할 짐은 챙겨 여행을 떠나왔다. 저녁 무렵 여행을 더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하룻밤을 순천에서 더 보내기로 하고,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바다 근처가 좋겠다는 의견으로 좁혀졌고, 지도상에서 바다를 찾았다. 와온해변이 콕 들어왔다. 이름도 예쁘다. 와온해변 근처의 몇 군데 한옥 민박집에 전화를 걸어 방 예약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최종적으로 "일몰이 아름다운 한옥"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한옥 민박 주인과 전화 통화 하면서 와온해변의 일몰이 아름답다며 몇 시까지 오지 못하면 일몰을 볼 수 없다는 현지 정보를 알려주셔서 냉큼 와온해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민박 집주인 덕분에 우리는 절묘하게 일몰을 보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일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 뒤에 도착한 젊은 여학생들은 간발의 차이로 일몰을 볼 수 없었다. 이미 일몰이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해변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일몰이 지는 광경을 처음으로 보며 감격에 겨워 오랜 시간 와온해변을 떠날 수 없었다.

붉게 물든 해와 바다가 어우러진 광경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고, 와온해변에 정박한 배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잊고 싶지 않은 풍경을 담고자 사진 촬영을 계속했지만 그윽하고, 고운 빛깔을 결코 사진으로 표현해 낼 수 없었다.      




와온해변의 일몰을 보고, 숙소로 들어왔는데 주인은 온돌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한옥은 ㄷ자형으로 바닷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있었고, 깨끗한 잔디로 꾸민 마당은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바닷가의 풍경과 온돌방은 하루의 피곤함을 씻겨줬다. 저녁을 먹기 위해 민박집 주인에게 추천해달라고 하니, 주꾸미를 알려주셨다.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주인과 같이 식사를 하자고 권했고, 함께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맛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숙소 주인 덕이었다. 식사한 식당은 숙소로부터 차로 십 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순천이 아니라 여수 관할에 속했다. 와온해변은 순천지역이지만 여수에서도 멀지 않은 지역이다. 그렇게 순간의 행복과 저녁식사에 낯선사람과 함께한 행복이 더해진 순천의 밤은 깊어갔다.








인생도 우리의 여행과 닮았다. 자동차 창문이 갑자기 고장 나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일이 일어나고 우리는 고민이 쌓여만 갔다. 계속 열린 상태로 여행을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여행을 제대로 할 수도 없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부닥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해결할 방법에 집중해 시도한 결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어릴 적 동그랗게 원을 그려 24시간 일과를 시간 단위로 쪼개 방학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그 어린 시절 일과도 실천이 잘 안 되었는데 인생은 어떨까. 계획을 세웠다고, 계획대로 일이 풀린다면 인생은 너도나도 순조롭고, 평안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고통, 불행, 슬픔, 행복이 언제나 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고, 그것은 때론 나를 좌절시키고, 도저히 일어설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극복할 수도, 일어설 수 없으니, 나락으로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부딪쳐 나가야 한다. 그러면 또 다른 여행을 맞이할 수 있다. 여행은 우리의 삶과 매우 흡사하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문제해결력도 분명 향상될 것이다. 다수의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말을 잘 않하지만 소수로 있을 때 말을 잘하는데 그런 이유의 몇 할은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환경에서 나를 만나는 일은 두렵지만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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