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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5. 2019

충남 홍성 :장대비가 갑자기 퍼부었다가 멈춰버린 기적

자폐아동과 함께한 여행,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Photo by Vidar Nordli-Mathisen on Unsplash


2000년~2005년 5년 이상 2주마다 아이들하고 만나 놀았다. 친구를 통해 처음 알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들을 돕는 생각으로 갔지만, 오히려 내가 아이들로부터 배웠다. 아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자주 놀라고,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했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한방이면 놀란 가슴이 진정되었다.     



비록 시민단체에서 주관했지만, 삼삼오오 모인 봉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했던 프로그램으로 기관에서는 거의 간섭이 없었다. 자발적으로 모인 봉사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걸쳐 연간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도 했다. 시민단체 담당자의 지도, 지원, 조언을 받아 조금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고생을 감수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사회복지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봉사자들은 아이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로 어떤 것이 있을지 자료 조사하는 것은 물론 체험 활동을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로 인해 동심으로 돌아가 마카로니로 액자 만들기, 썰매 타기, 비누 방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했다. 지금도 늘 그리움으로 남는 활동이며, 함께 한 아이들이 이따금 그립다.     




하나또래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여기서 하나또래라고 함은 같은 또래의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구분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다. 하나또래 초반에는 활동 이름처럼 취지를 잘 살리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현실을 깨닫고 결국 장애아동만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활동을 하는 동안 다양한 장소, 체험 프로그램, 사건·사고가 있었다. 언제나 그곳에는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활동하는 시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멋진 경험이었다.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대부분의 아이가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어 자폐에 대해 조금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자폐 성향을 가진 아이들과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자폐아를 위한 일을 하고 싶은 소망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비록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지만, 그들이 내게 보여준 마음과 재능은 아름답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대화를 하면서도 알지 못하지만, 그들과 소통하는 날을 기대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캠프를 떠났지만 홍성 AB방조제 갯벌 체험을 떠났던 2001년이 기억에 남는다. 관광버스를 빌려 장애 아동, 일반아동, 자원봉사자가 함께 여름 캠프 장소로 출발했다. 홍성 캠프 장소에 거의 다다랐을 때 장대비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다들 무서웠다. 어른도 아이도 가릴 것 없이 무서웠다. 세찬 비와 바람이 불어 1박 2일 캠프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몰려들었다. 일 년에 한 번 가는 캠프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숙소에 머물러 활동만 할까 봐 내심 초조했었다.      


걱정을 않은 채 서서히 숙소로 도착할 무렵, 갑자기 비가 멈추고 햇볕이 비춰 오기 시작했다. 차 안에 있던 모두는 함성을 질렀다. 순간 다들 ‘기적이다’라는 말과 함께 놀라운 환호성을 질렀다. 멈출 것 같지 않았던 비, 다 함께 어렵게 떠나온 여행이 망가지기 일보 직전에 기적을 체험했다. 그때처럼 기적이다 싶은 일을 아직은 경험한 적이 없다. 그때는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언어로도 설명하기 힘든 일이었다.      


무사히 캠프 장소에 도착해 우리는 1박 2일 동안 다양한 활동을 했다.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계획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게임을 했다. 서로 친숙해지려고 노력했었다. 바닷가로 나가 너나 할 것 없이 물에 몸을 맡기고 뛰어들어 놀았다. 저녁에 피곤한 아이들이 곯아떨어진 후에도 '앞으로의 하나또래를 위한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 봉사자들은 잠 못 이루며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갯벌 체험하러 온 캠프인데 다음날 비로 우리는 갯벌 체험을 하지 못했다. 아쉬움을 남긴 채 집으로 떠나려는 찰나에 아동 한 명이 없어져 사방팔방으로 동분서주 뛰어다녀야만 했다. 아이를 찾아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여행을 통해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의 경계를 허물고 스스럼없이 지내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단순히 몇 번만으로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아이들의 관계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서로의 경계를 없애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아동과 일반 아동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정을 한다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조금은 구현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뿌리 깊게 박혀있는 선입견을 없애기는 쉽지 않으나 조금 더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 때부터 장애아동과 일반 아동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은 아닐까 하는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 또한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 또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독일 여행을 할 때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자연스럽게 버스에 타는 모습을 보고 독일인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고려한 대중교통, 건축물 등 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았다. 더더욱 버스는 장애인이 거의 이용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 과거에 하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젊은 시절, 그들과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하철에서 자폐 성향의 친구를 봐도 몰라볼 것이고, 그들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소망은 언젠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다. 유난히 한자를 사랑했던 친구, 신문 수집을 사랑했던 친구, 신문에 인쇄된 날씨를 기억하기를 좋아했던 친구, 캐드처럼 세밀하게 대상을 그리는 것을 행복했던 친구 모두 보고 싶다. 2001년 여름 홍성에서 신나게 물장구치던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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