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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23. 2019

마흔, 사업하고 맞지 않는 것인가

Photo by Katie Moum on Unsplash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 상세페이지를 작성할 때, 거래처에서 받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한정적이라 촬영 장소를 빌려주는 공간에서 직접 촬영해 조금 더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 나의 사이트가 돋보이도록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트 내 유입은 없고, 판매로도 연결되지 않았다. 상세페이지를 등록하고,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이 일으켰다는 내용을 카페에서 올리는 사람들의 글을 보며 위축됐다. 나는 다른 길로 돌아갈 통로가 없다. 뒤로 물러설수도 없다. 작년 12월 오픈하고, 상품 수를 확대해도 매출의 성장세는 없고, 항상 밑바닥을 오가며, 적자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계속 공부하고, 수정하고 방법을 찾아냈지만 뚜렷한 성과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5월쯤 한참 콘셉트가 잘못돼 가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핸드메이드, 천연제품에 관심이 있는 터라, 최대한 콘셉트에 맞는 상품 구성을 가져가려 했지만 내가 원하는 상품을 제조업체에서 쉽게 주지 않았다. 거래처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나를 언제 봤다고 뭐를 믿고 제품을 공급한다 말인가. 최대한 콘셉트에 맞춰 상품을 구성해나갔지만 관련 없는 상품들이 조금 섞이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 혼돈 상태에 빠져있었다. 콘셉트를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 남짓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했지만, 뾰족한 아이디어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나 스스로 아이디어가 없는 인간인가? 창의적이지 않은 인간인가?이라는 생각마저 들어 지치기도 했다.


        

사업하고 맞지 않는 인간인가. 나는 조직도 맞지 않고, 사업도 맞지 않고, 프리랜서를 할 역량이나 재능도 없고 도무지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나 싶었다. 이따금 누구에게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나를 무너지게 한다. 나에게 그 어떤 재능도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점점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성실히 산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성실히 살았다고 자부한 나는, 마흔이 넘은 지금의 삶이 점점 도태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서적으로 지난 몇 년간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경제적으로 한참을 뒤로 밀려나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이대로 인생에 멈춰버릴 것 같은 생각이 종종 머릿속을 헤집는다. 늘 무엇이 나와 맞을까라는 생각 속에 다양한 도전을 해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가 없다. 그래서 허무할 때가 있다.     


 

이따금 SNS를 보는데 그것이 나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지금 아주 잘 나가는 것 같다. 실상은 어떨지 모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잘 나간다. 사실 배가 조금 아프다. 일할 때 내가 그들과 비교해 그리 못나게 일한 것이 아닌데 나의 생활은 점점 뒤로 도태되고 있다. 이에 반해 그들의 삶은 점점 더 위로 위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야한다. 그 어디에도 발 디딜 곳이 없이 나 홀로 서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야 한다.           



일단 콘셉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즉각 즉각 떠오는 일들을 하나둘씩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품 수를 늘리기 시작했고, 상품을 공급해줄 거래처를 추가로 찾아 상품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는 나는, 자택에서 온라인 창업을 시작했다. 좁은 집은 점점 물건이 쌓여가 좁아지고 있고, 상품이 판매되지 않아 재고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안했다. 그리고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가만히만 있다면,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오픈마켓 11번가에 입점했다.   


  

몇 가지 제품을 테스트로 올렸다. 반응이 없다. 광고해야 그나마 노출되는 듯했다. 그래서 광고를 태웠지만, 매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수수료율이 높은 11번가를 몇 달째 신경 쓰지 않았다. 광고하지 않고, 매출을 일으킬 방법을 고민하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쉽지 않다. 어떻게 마케팅하면 상품을 잘 알릴 수 있는지 기나긴 고민이 시작되었다. 마라톤의 출발 선상에 있다. 42.195km에서 도대체 나는 어디쯤에서 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르바이트 없이 온라인 창업과 글 쓰는 삶을 살고 싶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다시 오픈마켓에 입점만 한 상태. 즉 죽어있는 상태를 살려 한 단계 올라가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도전을 해봐야 하는지.....


  

마흔 이후 조직에서 슬며시 사라지는 여성들의 그 이후 삶을 알고 싶다. 작년 어떤 책을 읽으면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도 역시 조직에서 사라진 여성들의 삶을 알고 싶다고 썼었다. 나는 궁금하다. 어느 세대, 어느 나이, 어느 성별이든 다 힘들겠지만 생각보다 마흔 싱글 여성의 삶이 많이 공유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잘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고속도로에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를 뚫고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먼저 살아 간 마흔 넘은 싱글 여성 선배들의 다양한 삶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고,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마흔의 여성. 그러나 이미 사회에서는 나이 많은 여성으로 치부해버리는 일이 많다. 그런 사회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예전보다 많은 사회영역에서 여성 진출이 활발하지만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정적인 사회의 현상을 깨부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달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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