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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Nov 19. 2019

에세이 : 눈물이 마르는 시간, 이은정 작가

에세이는 나를 알아가는 창구이다.


저는 블로그에 일상(에세이), 도서리뷰, 예전에 했던 업무들을 글로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뭔가 중구난방이 되는 느낌이 있어 브런치에는 여행, 에세이 위주로 쓰고, 블로그에는 책리뷰를 위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원칙을 벗어나 어제 블로그에 쓴 책 리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읽었던 책의 느낌이나 감정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적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책 목록을 작성하나 몇년이 흐른 후 책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기억에 저장하고 싶을때는 책에 대한 감상을 블로그에 조금 길게 씁니다. 기억해두고 싶은 책이 있어 어제 글을 작성했고,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작가를 응원하고 싶어 브런치에도 글을 공유합니다.





실록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뭐가 그리 바빴다고 블로그에도, 브런치에도 한 달 넘게 글을 자주 못 썼습니다. 매일매일 앉아 몇 분이라도 써야 한 건만 온라인 창업 관련 일을 분주히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리가 열심히 물속에서 발을 구르는 것처럼 분주히 하지만 여전히 성과가 나오지 않아 사실 답답합니다. 몇 번 글을 통해서도 다시 조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인생길에 올라선 저는 온라인 창업과 글을 꾸준히 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는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저에게 좋은 방법의 하나입니다.









이 세상에 많은 작가가 있지만 알려진 유명작가를 제외하고, 숨은 작가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숨은 작가들을 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이 세상에 드러나지길 기대합니다. 그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를 가지고 이 세상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유명작가의 경우 새로운 책을 출간하는 일은 무명작가보다 몇 배는 쉬울 것입니다. 저한테 있어서 유명작가의 책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는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 하는 책도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마케팅을 잘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책들이 있습니다. 출판사의 적자생존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씁쓸합니다. 이 지구상에서 어떤 형태로든 책은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더욱더 많은 다양한 작가들의 등장과 기회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예전에 어떤 유명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완전 짜깁기(짜집기) 수준에 실망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강연에서 그 작가를 볼 수 있었는데 겉멋이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더라고요. 함께 강연 보러 간 사람들이 강연 후 작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대부분 비슷했어요. 그래서 저는 베스트셀러 책도 좋겠지만, 알려지지 않는 무명작가의 책이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다양한 작가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저 스스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선입견 없이 책을 만나는 일은 또 다른 인연을 만나는 일입니다. 얼마나 좋은 인연인가요?









자주 보는 블로그 이웃을 통해 한 작가를 알았고, 그 작가의 글이 올라오면 바로 클릭해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삶에서 오는 고통, 아픔, 감정이 그녀와 같을 수 없겠지만 공감되었습니다. 저는 그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나만의 고통, 아픔, 분노에서 오는 감정들과 교차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이야기가 꼭 제 이야기 같아 그녀를 마음속으로 응원하였습니다. 그녀의 소설책을 만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왜 이런 작가가 아직도 책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블로그를 통해 저에게 온 이은정 작가를 보면서 잘 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녀가 첫 산문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 냉큼 주문해 책을 읽었습니다. 그녀는 자기 책의 제목처럼 [눈물이 마르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 시간을 잘 이겨내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숱한 밤을 지새웠을까요? 그녀의 아픔을 다 이해하지 못하나 그녀가 참으로 힘든 순간을 건너왔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과연 저라면 그녀처럼 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 힘든 순간, 즐거운 순간, 행복한 순간 등 이생의 모든 순간을 견뎌 소설책보다 앞서 산문집을 발간한 그녀를 응원합니다.








책을 받아들고 서문을 읽으면서 울컥했습니다. 그녀의 오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문집을 통해 블로그에서 자세히 알지 못했던 그녀의 삶 속으로 조금이나마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글로 풀어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글을 솔직하게 썼습니다. 아마 그녀는 글을 쓰면서, 그녀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터득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홀로 바다와 산속에서 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바다와 산을 마주하며 살았습니다.






비슷한 또래로 생각되어지는 저는 낯선 도시에서 십 년간을 홀로 생활하며 외롭고, 쓸쓸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홀로 남겨진 느낌으로 두려움이 밀려올 때가 많았던 저는 그녀가 바다와 산속에서 홀로 보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렇게 바다와 산속에서 홀로 보낸 시간이 그녀에게 절실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 치여 너무 힘들 때 저는 그저 마냥 걷습니다. 걷는 것 자체가 치유가 됩니다. 걷는 동안에는 오히려 사람들로 멀어져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 속에서 저는 잠시 시름을 놓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도 그녀만의 방식으로 그녀만의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횡설수설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눈물이 마르는 시간] 산문집을 통해 그녀는 그녀의 삶 속에서 그녀 스스로 자기 길을 걷기 위해 크나큰 노력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녀에게서 저를 보기도 합니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넘어선 저는 지금처럼 살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과 길을 저에게 안내해줬고, 일어서려고 하면 다시 엎어지고, 엎어지고 했지요. 삶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오면 순간 당황하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도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몰랐던 단어와 문장을 많이 접했습니다. 그녀가 한 문장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단어를 보면서 그녀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단어를 자신 안에 품었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자주는 아니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단어들이 나오면 적는 공책이 있는데, 그녀의 산문집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왜 이리 적을 게 많은지 놀랬습니다. 이렇게 멋진 단어들이 많았던가 싶었어요. 풍부한 어휘력을 가진 이은정 작가를 보면서 어휘를 더 많이 알고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개인적으로 힘이 들 때, 박완서 작가 산문집을 집어 들기 좋아하는데 그녀의 글을 보면서 그녀의 또 다른 산문집을 박완서 작가처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에서 화려한 수사가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형용사, 미사여구 쓰는 책도 별로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을 너무 길게 빼는 책을 잘 찾지 않아요. 그런데 박완서 작가님은 은은하게 적절한 단어와 문장들로 저를 감동케 합니다. 그렇게 이은정 작가도 제 눈과 마음을 훔칩니다.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세밀한 관찰력과 탐구심이 저를 당겼습니다.




조만간 그녀의 산문집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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