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녘쯤 해서 꿈을 꾸는 편인데, 보통 나의 꿈은 거의 말도 안 되는 전개로 현실성도 없고,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지도 않으며,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마구 섞여 나타난다. 이런 꿈이더라도 꿈을 꾸는데, 대게 신경 쓰는 일이 있으면 좀 더 자주 꿈을 꾸게 된다.
어릴 적 그렇게 뱀 꿈을 많이 꿨다. 어린 나에게 뱀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뜩하고, 징그럽고, 몸에 긴장감을 주는 무서운 존재였다. 내 앞에 가까이 나타났던 뱀들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꿈을 꿨지만, 거의 모든 꿈의 기억은 물론 잔상조차도 사라졌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남아 있는 꿈이 있다면 뱀 꿈이다. 두 가지 정도의 특정한 장면이 남아있다.
하굣길에 논두렁에서 꽈리를 틀고, 나를 노려보던 뱀과 정면으로 마주했던 무시무시했던 순간, 허물어져 벌어진 굴뚝 바닥 구멍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는 뱀을 보고, 헐레벌떡 놀라 한달음에 집으로 뛰어갔던 순간, 내 앞을 가로지르거나 옆으로 지나가는 뱀을 마주하며, 숨을 죽이고,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던 순간 등 뱀과 마주한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뱀이 등장하는 꿈을 많이 꿨고, 끔찍한 장면에 놀라 깨는 일도 다반사였다. 여전히 나는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방송에 뱀이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그렇게 나의 일상과 나의 생각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꿈을 꾸지만, 대부분을 일어나자마자 쥐도 새도 모르게 잊힌다. 꿈에 나타나는 이야기의 백 중의 백은 엉뚱한 전개는 물론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일어나자마자 잔상이 남아 있다면 적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몇 번 적었던 적이 있는데 금세 그만뒀다. 게으름의 문제였다.
그런데 앞으로 언젠가는 꿈꿨던 내용을 다시 적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녕 꿈 내용을 자각하는 순간이 몇 되지 않지만, 만약 자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 기억을 담배연기처럼 날려버리지 말고, 메모해두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 꽤 괜찮은 글의 소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이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감히 상상도 못 하지만, 혹시 멋진 글 한 편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