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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2. 2021

94년 여름과 21년 여름

오존층이 아무래도 심각하게 뚫린 듯하다. 과학자는 아니더라도 기후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피부에 닿는 햇빛의 온도 차가 과거와 아주 다르다. 과학이, 기술이 발전하여 사람들이 편리해질수록,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도로 정비가 과거에 비해 너무 잘되어 있어 장점이 많으나, 아스팔트 사이로 틈이 없으니, 여름철이면 그대로 열이 반사돼 올라와, 내 얼굴까지 화끈거리게 한다. 가끔 조금이라도 흙길을 살려두었다면, 하늘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을 흙이 흡수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설령 비가 와서 신발이 더러워진다 해도 흙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이대로 과연 좋은가 싶을 정도로 날씨 변화가 급격하게 앞으로 돌격하고 있는 것 같아 무섭고, 두렵다.     


더위를 잘 타는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올해 더위가 나를 숨 막히게 한다.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나 싶어, 2017년 11월 말부터 정리를 시작했던 공과금 지출 명세를 살펴보니, 작년 전기세는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2018년 8월 전기세가 많이 청구되었다. 그러고 보니 2018년 8월 초, 너무 더워 어찌하지 못했던, 그해 여름이 기억난다. 비록 기상청의 날씨 기록을 살펴보지 않았지만, 나의 공과금 관리 대장만 보더라도, 올해 7월의 더위가 최근 4년 이내에 가장 더운 여름이지 싶다. 2018년에는 8월에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올해는 7월부터 더위가 찾아왔고, 불을 지핀 가마솥처럼 그대로 뜨거운 공기가 내 살 속으로 파고든다. 옷이 달라붙은 것이 싫어, 반바지를 입고 외출해도 매한가지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붉은 구름 사진을 몇 개 봤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섭다. 석양하고 느낌이 다르다. 태양열이 그대로 지구로 들어와, 그 열이 여과되지 않고 구름에 그대로 투영된 것은 아닌가 싶어, 아름답다고 올리는 사진에 마냥 아름답다고 할 수가 없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 같다. 이 경고에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늦추면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의 여름이 더 더울지 모른다. 우리는 이제라도 준비해야 한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에도 더위가 있었지만, 유독 1994년 가혹했던 더위가 기억난다. 더위를 잘 타지 않던 내가, 1994년에 더위를 먹었다. 그래서 정말 그때의 날씨가 더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대구 기온이 52년 만에 최고 39.4도’를 내보낸 뉴스 방송의 스크랩 이미지를 찾았다. 정말로 더웠던 것이다. 그때 내가 더위를 탈 만했구나 싶었다. 당시 그 무더위에 에어컨이 없이 선풍기 2대로 보충 수업을 들어야 했고, 도보로 30~40분 정도를 매일 걸어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거기에 집에도 에어컨이 없어, 당시 상황에 더위를 안 타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렇게 더위를 잘 탓 지도 않은 내가 더위를 먹었다. 밤새 물까지 토해내며, 더위로부터 온 고통이 곱절이 되었다. 그렇게 1994년 여름, 더위로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앞으로 1994년 최고 온도처럼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질 듯해 섬뜩하다.


이럴 때, 내가 과연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우선 생활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부터 조금씩 하고, 또 더 해야겠다. 그런 실천 중 하나로  몇 년 전부터 가방 안에 항상 에코백을 넣고 다닌다. 과일을 비닐봉지에 담아주려고 하면 바로 손사래를 치며, “그냥 장바구니에 바로 넣을게요”라고 답한다. 그렇게 지금은 그것부터라도 하고 있다. 앞으로 더 지구를 살리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상 속 실천을 더 해봐야겠다. 지구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노력해, 후손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야겠다.


올해 남은 여름, 더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고, 짜증 나게 하는 더위는 어서 물러가고, 행복한 소식이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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