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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강점의 그림자와 최적화 기술

by 명랑세린
우리의 시간은
때로는 힘이 넘치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죠.
그래도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성장하는 나를 위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웰빙 코칭, 여섯 번째 시작합니다.


강점이 나를 지치게 할 때

저는 호응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누가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리액션이 자동처럼 나와요. "아, 그러셨어요?" "우와, 진짜요?" "어머, 그랬구나~" 예전엔 이게 저의 좋은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강의 현장에서 이런 사람 한 명만 있어도 강사는 힘이 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최근, 이 '호응'이 늘 좋은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날도 지인과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며 저는 어김없이 리액션을 잘했습니다. 상대방은 주로 불만, 힘든 이야기, 친구에 대한 험담을 풀어놓았고 저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죠.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왜 이렇게 에너지가 떨어졌지?"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채워지는 제가 그날따라 완전히 소진된 느낌이었어요.


돌아보니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는 말에도,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도 저는 '좋은 사람' 모드로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겁니다. '아… 이게 바로 강점의 과사용이구나.'

<호응, 경청, 긍정> 분명 저의 강점인데, 그날 저는 그걸 '가면'처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진정성은 빠지고, 에너지는 소진되고, 내 안에서는 작은 저항이 올라오는데 겉으로는 계속 '좋은 리스너' 역할만 한 거죠.



Overuse : 긍정도 과하면 독이 된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 주변에 한 명쯤 있지 않나요? 항상 긍정적인 사람. 항상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항상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말이죠. 팀 회의에서도, 고객사와 문제가 터졌을 때도, 어떤 사람은 여전히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일이 오히려 우리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야."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는 조용히 속삭이죠. "지금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해결 아닌가?" 긍정이라는 강점도 과사용(overuse)되면 현실을 직면하지 못하게 만들고, 경고음을 듣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긍정 옆에 오래 있으면 타인도 피로해지죠. 에너지를 주는 줄 알았던 강점이 어느 순간 나도 지치고, 남도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강점의 그림자입니다. 강점이 우리들의 '에너지 원천'이지만, 그 에너지가 지나치면 방향을 잃고, 피해를 줄 수 있는 겁니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Underuse : 잊고 지낸 강점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강점을 덜 사용하는 경우인데요. 제 지인의 예를 들어볼게요. 그녀는 평소에 친절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업무 중에는 늘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직장 내 분들에게는 메신저 답변도 짧게, 표정도 무표정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피드백을 받았답니다. "oo과장님은 좀 차갑게 느껴져요." 그것도 여러 명에게. 그날 밤, 그녀는 제게 문자를 보내서 자기가 차가운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라고 했죠. 오히려 제게는 따뜻한 사람이니까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녀에게 부족했던 게 뭘까요?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 관계 맺는 능력?'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친절'이라는 강점을 덜 사용한 게 당황스러운 피드백을 받게 한 원인이라고 여겨집니다.


글을 쓰다 보니 예전에 만났던 지인이 생각납니다. 디자이너 H 씨. 그녀는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예전엔 하늘을 보면 감탄했는데, 요즘엔 앞만 보고 걷기 바빠요." 그때는 '요즘 많이 바쁘시구나'에 그쳤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녀가 잊고 지낸 건 '심미안(Appreciation of Beauty and Excellence)'이라는 강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여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각 말이죠. 그녀가 그 해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깨달았다면 좋았겠습니다. 그녀를 디자이너로 키워준 강점 '심미안'을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원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강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법은 아니지만 '잘 쓰이는 환경' '잘 쓰는 방식'을 만났을 때 우리의 일상과 일터, 관계 속에서 웰빙을 만드는 100% 강력한 에너지원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이 문장도 긍정의 과사용일까요? ^^)


이미 여러 연구들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그중 한 연구만 소개해본다면, Harzer와 Ruch(2013)의 <The Application of Signature Character Strengths and Positive Experiences at Work〉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직장에서 자신의 강점과 일치하는 활동을 할 때, 사람들은 더 높은 직무 만족, 즐거움, 몰입, 의미를 경험한다."



Optimal use : 나답게, 균형 있게

그렇다면 강점을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VIA 강점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강점을 최적화(Optimal use)하려면 결국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요.


1) 상황을 제대로 보고 (상황적 민감성)
2) 나답게 사용하고 (진정성, Authenticity)
3) 진짜 연결되는 방식으로 (관계적 사용, Relational use)


이게 바로 '강점답게 강점을 쓰는 법'입니다. 예를 들어 긍정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이 회사에서 큰 이슈가 생겼을 때 강점 사용을 최적화하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번 문제는 우리 팀에 타격이 좀 크네. 어떻게 해결할지 서둘러서 아이디어 내고 꼼꼼하게 일 처리하자. 과정은 복잡해도 결국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불편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변화를 위한 가능성을 함께 찾는 태도. 그게 바로 강점의 최적화입니다.



오늘의 코칭 질문

지금 여러분은 어떤 강점을 과하게(overuse) 사용하고 있나요?

어떤 강점을 잊고(underuse) 지내고 있나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나답게(optimal use) 그 강점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코치로서 권함

오늘 하루,

- 내가 자주 쓰는 강점 하나를 살짝 덜 써보기

- 평소 거의 안 쓰던 강점 하나를 10분만 써보기


이 작은 실험이 내 안의 강점을 더 균형 있게, 더 나답게 살아나게 해 줄지도 모릅니다.


* 강점 연재는 이 글을 끝으로 마감합니다. 언제든 질문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저를 위해서 말고, 여러분의 웰빙을 위해서 말이죠!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만나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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