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지속되는 만족감을 위하여
약 2,500년 전,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그의 책 《행복의 진정한 의미(Authentic Happiness, 2002)》에서 이렇게 답합니다.
“좋은 삶이란 단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표 강점을 매일 활용함으로써 진정한 행복과 깊은 만족을 이끌어내는 삶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
자신의 좋은 삶을 위해 무엇을 활용하고 계신가요?
다섯 번째, 웰빙 코칭 시작합니다.
"공부가 제일 쉬었어요."라는 말을 하면 제가 공부 엄청 잘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진 않습니다. 그런데, 삶을 돌아보면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이 제게 해당됩니다. 꼭 잘해야만 쉬운 건 아니니까요. 사실 이 깨달음도 공부만 할 때는 몰랐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깨달았죠.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쉽구나.' 지금도 공부를 하는 중인데, 물론 영어로 하니까 이전보다 어렵지만 일했던 시절을 생각하거나 남편이 직장 다니는 걸 곁에서 보면, '공부가 젤로 쉽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심지어 어제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 요즘 고생을 너무 안 하는 거 같은데?' 일하는 삶과 비교해보면, 공부는 덜 복잡하고 나답게 몰입할 수 있거든요.
생각해 보면, 공부는 제가 삶을 버텨내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할 땐 몰입되고,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습니다.
사실 '시험'이 있는 공부도 공부 자체는 쉽고 재밌었습니다. 문제는 ‘시험을 잘 보냐, 못 보냐, 합격했냐, 떨어졌냐’ 같은 결과들이 공부를 어렵게 느껴지게 만들었죠. 공부를 할 때는 시간도 잘 가고, 새로운 걸 알게 되니까 신도 납니다. 임용고사를 준비할 때도 수학 이론을 하나 깨우치면 즐겁고, 교육학 내용 하나 알게 되면 박식해진 것 같았습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벽돌 같은 책 한 권씩 읽을 때도 이해 하나 못해도 그 책의 문자들과 눈 마주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고요. 책 제목 하나, 작가 한 명씩 알아가는 재미도 느꼈습니다.
글쓰기 공부 1년, 와우 자기 이해학교 1년, 그리고 강사가 된 후 배워야 할 여러 전문 프로그램도 자진해서 돈 내고 배우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죠. 코로나 때는 MBTI를 깊게 공부하면서 그 시간을 이겨냈습니다. 인생이 괜히 억울하고, 잘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는 사주명리학을 공부했고요. 지금은 응용 긍정심리학 코칭 석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이제 마지막 학기가 다가오니까, ‘박사까지 해볼까?’ 하는 생각마저 올라옵니다. 어지간히 공부를 좋아하긴 하나 봅니다. 네, 저에겐 공부가 쉽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게 있나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꾸 손이 가고, 시간이 멈춘 것 같고,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지기보다 채워지는 그런 활동, 스스로 쉽게, 잘한다고 느껴지고, 계속하고 싶어지는 일!
그게 바로, 여러분 안에 있는 강점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VIA 강점 검사를 받고, 결과를 손에 쥐셨다면 24가지 강점 리스트를 보셨을 겁니다.
1-5위는 여러분의 대표 강점입니다.
6-20위는 여러분의 중간 강점(보조 강점)이고
21-24위는 덜 사용하는(잠든) 강점이고요.
24가지 모두 강점이긴 한데 얼마나 자주 사용하고, 잘 사용하는지, 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리스트죠. 때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정된 값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대표 강점 목록 중 몇 개가 어색하게 느껴지실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저처럼, 하나씩 강점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그 강점을 내가 사용할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주 쓰게 되는지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몰입하게 되는지,
끝나고 나면 오히려 에너지가 더 생기는지,
자연스럽게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지,
이런 기준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죠. 이 네 가지에 모두 ‘YES’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건 여러분 안에 있는 대표 강점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만약, '대표 강점의 기준'에 딱 맞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요? 1-5위 안에 있는 강점인데도 "내가 이걸 그렇게 자주 쓰나?", "에너지가 생기긴커녕 잘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아주 자연스럽고, VIA 연구에서도 충분히 예상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검사 결과를 보고 놀라고, 혼란스럽고, 다른 강점이 대표 강점이면 더 좋겠다고 느껴질 수 있거든요.
때로는 특정 강점이 주변 환경이나 타인의 기대에 의해 훈련된 습관일 수도 있고, 아직 그 강점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탐색해보지 않아서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서둘러 판단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지금 여러분은 자기 강점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대표강점 5개와 삶을 나란히 놓아두고, 강점의 정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내 삶에 어떤 순간에 등장했었는지 곰곰이 떠올려보는 겁니다. 어쩌면 더 많이 쓰이기를 기다리는 가능성일지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강점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고, 내 삶과 나란히 놓고 바라보는 시간은 강점 검사를 단순한 ‘결과 해석’을 넘어서,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실마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웰빙 코치로서, 여러분이 이 결과를 ‘믿거나 말거나’로 단정 짓기보다는, 한 번쯤 '진짜 나의 강점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이 강점이 나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리고 지금, 이 강점이 더 자주 쓰일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보면, 단어와 순위로 나온 결과보다 훨씬 더 살아있는 나의 강점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조용히 긍정 정서와 자기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 줄거예요.
그렇게 ‘진짜 나의 강점’이 가볍게 스며들기 시작한다면, 이제는 그 강점을 ‘어떻게 새롭게 활용해 볼까?’ 하는 시간으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재료 중 강점 확인이 잘 끝났습니다. 지난 글에서(https://brunch.co.kr/@sharingserin/37) 이야기했듯이 강점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웰빙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자신의 강점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때 웰빙 효과가 6개월 이상 지속되었다고 하니까...! 그럼 우리도 한 번 시도해 볼까요?
저의 VIA 대표 강점은
1. 학습에 대한 사랑 (Love of Learning) :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느낌
2. 열정(Zest) : 삶을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게 살아가는 태도
3. 사랑(Love) : 친밀한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깊은 정서적 연결
4. 희망(Hope) :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가능성에 대한 믿음
5. 호기심(Curiosity) : 세상과 사람들,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심과 관심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아마도 제 친한 지인들은 제 대표 강점 결과를 들으면 저처럼 고개를 끄덕여 줄 거 같아요. "너네. 딱 너" 하면서요. 저는 4월 내내 이 대표 강점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해 보려고요. 이유는 제가 4월 30일까지 과제를 제출해야 하거든요. 이번 달은 과제하느라 논문 읽고, 쓰고, 고치고 하면서 조급해지고, 잘하고 있는지 의심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게 뻔히 그려지거든요. 동시에 왠지 삶 전체가 시들해지는 것처럼(Languishing, 랭귀싱) 느낄 수 있으니까 강점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미리 예방하고, 활력 넘치는 4월을 보낼 수 있게(Flourishing, 플로리싱) 강점 활용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과제를 하면 새롭게 알게되는 심리학 이론들이 많습니다. 그중 특히 끌리는 이론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잠들기 전 10~20분 정도 논문을 읽는 시간으로 연결해 보려 합니다.(학습에 대한 사랑) 논문을 읽을 땐, ‘누가 썼는지, 언제 발표되었는지, 어떤 기관에서 나왔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연구 참가자의 타당성’ 같은 것도 꼭 짚어보려 하고요.(호기심) 그리고 그 시간을 셀프케어를 하면서 지적으로 보낸다는 느낌을 풍기기 위해 팩을 하고, 몰입을 돕는 조명도 켜보고 좋아하는 펜 사용과 '논문 읽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을 틀어야겠어요.(열정)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게 '열정'을 새롭게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거든요. 저는 이렇게 3가지 강점을 새롭게 사용할겁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어떤 강점을 남은 4월 동안, 혹은 이 글을 읽고 난 후 일주일 동안 사용해 보시려나요? 이미 답은 여러분 안에 있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막막하고 궁금하시면 아래 댓글 창에 여러분이 "사용해보고 싶은 강점"과 함께 고민을 남겨주세요. 저도 같이 생각해 보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질문'을 남겨보고 싶습니다.
아주 사소한 실천이라도 괜찮습니다. 우리 봄에는 나의 강점이 삶에 어떻게 빛나는지, 웰빙을 어떻게 돕는지 함께 실험해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