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분은 그냥 좋아지지 않습니다.

감정의 파도에서 중심 잡기

by 명랑세린
오늘 하루, 어떤 기분으로 보내셨나요?
어떤 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가지만,
또 어떤 날은 생각이 많아지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잠시 멈추고 나를 위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웰빙 코칭, 일곱 번째 시작합니다.


부정정서가 나를 찾아올 때

최근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쳤죠.

1

남편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통을 잃어버렸습니다. 2년 전 스발바르(노르웨이 북쪽, 쉽게 갈 수 없는 북극권의 섬)에서 기념으로 산 물건이었는데, 제가 헬스장에 두고 온 겁니다. 잃어버린 걸 알고 바로 달려갔지만 물통은 치워지고 없었습니다. 센터를 지키는 사람도 없어서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요. 그 물건이 남편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 알기에, 사과하는 것마저 조심스러웠습니다. 괜히 그 상실의 감정을 더 깊게 건드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2

다른 이유도 헬스장에서, 그날 있었던 일입니다. 운동은 제게 기분 회복의 루틴이자, 엘리사라는 트레이너와의 교감은 일상에 큰 활력소입니다. 그런데 5월 긴 여행 때문에 5월만 회원 계좌 정지를 요청하려 했는데 제때 요청하지 못해 엘리사와 불편한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고, 미묘한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그날, 저는 물통도 잃어버렸고, 친구와의 교감도 잃고, 에너지도 잃었습니다.


그 외에도 4월엔 제 기분이 상할 여러 가지 소소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_심리적 수용과 자기 이해 확장

이런 상태에서 저는 문득, '이게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불편한 감정, 긍정심리학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라고 했더라?’ 부정정서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려는 감정의 알람입니다. 불안, 실망, 미안함, 분노 같은 감정은 때로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고, 무언가가 나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부정정서 상태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을 억지로 없애거나, 급하게 좋게 만들려 하기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지금 내가 기분이 좋지 않구나, 이 감정이 생긴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바라보는 것, 그게 바로 부정정서를 다루는 첫걸음입니다. 감정을 서둘러 털어내려다보면,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어색한 여운만 남기도 하죠. 억지로 덮으려다 보면 감정은 더 뒤엉키고, 조급함만 커지곤 하고요.


저는 이렇게 제 감정을 하나씩 마주해 봤습니다. '내가 물통을 잃어버린 게 남편에게 상처가 되었겠구나.' '실수했다는 죄책감에, 실망한 남편을 마주하기 힘드네...' 또 하나는 엘리사와의 관계였죠. '괜히 메시지를 보냈나?' '그동안 잘 쌓아온 관계가 무너진 것 같아.' '그냥 돈 내고 말 걸 그랬나? 내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 건 아닐까?' 이렇게 감정을 하나하나 바라봐주면, 그 감정이 더 커져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파국화(catastrophizing)’라고 부릅니다. 감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을 때, 생각이 너무 멀리까지 흘러가 버리는 현상이죠. 감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헬스장 그냥 그만둘까?' '스발바르 가서 물통 다시 사 와야 하나?' '안 그러면 남편은 나에게 실망하고, 나를 덜 사랑하게 될 테고.. 우리 관계에 심한 금이 갔어.' 이런 식으로, 생각이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확장되기 시작하죠. 그래서 필요한 건, 지금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조용히 수용해 주는 일. 그게 바로,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첫 번째 방법입니다.



이제, 기분을 나아지게 하려면

_긍정정서로의 전환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였다고 해서, 곧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렇구나.' 인정하고, 파국화를 막을 수는 있지만요. 그럼, 그다음 어떻게 기분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요? 감정을 전환하는데도 지식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 근데 왜 전환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은 긍정정서가 우리의 인지와 행동 범위를 넓히고(Broaden), 삶의 자원을 키운다(Build)고 말합니다. 기쁨, 평온, 감사, 사랑 같은 감정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연결되고, 새로운 관점을 떠올리고,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심리적 자원이 되죠. 그래서 기분이 괜찮은 날엔 같은 일이 덜 무겁게 느껴지고, 관계도 조금 더 부드럽게 흘러가곤 합니다.


저는 제가 기분 좋은 순간을 몇 가지 알고 있습니다.(지식) 하나씩 기록해두다 보니, 저를 웃게 만드는 것들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많더라고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곁들일 때

자연 속을 걸을 때

운동하며 땀 흘릴 때

남편과 속닥속닥 장난칠 때

이렇게 글을 쓰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그 외에도 예능을 보며 웃고, 저장해 둔 릴스를 따라 요리하고, 예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이 제 마음을 환기시켜 주는 확실한 통로입니다.


기분은 그냥 좋아지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뒤 시간이 흐르면 분명 조금씩 나아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 시간을 무작정 기다리는 일, 때로는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기도 합니다. 긍정심리학은 그 과정을 더 짧고, 덜 지치게 건너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억지로 긍정하려 하지 않고, 지금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수용하고, 내게 맞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죠. 기분이 나아지는 데에도 지식과 연습이 필요하다면, 긍정심리학은 그 여정에서 조용히 등을 밀어주는 조력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코치가 적용한 긍정심리학 이론

PERMA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가 제안한 모델로,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각 글자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P: Positive Emotion (긍정정서)

E: Engagement (몰입)

R: Relationships (관계)

M: Meaning (의미)

A: Accomplishment (성취)

이 중에서도 ‘긍정정서’는 웰빙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단순히 기분이 좋은 상태를 넘어서 우리의 창의성, 문제 해결력, 인간관계를 확장시켜 주는 ‘심리적 자원’이기 때문이죠. (앞에서 말씀드린 바바라 프레드릭슨 연구와 연결되죠?)


실제로 긍정심리학자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정서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모든 감정은 다 필요하지만, 긍정정서를 의도적으로 더 자주 경험하려는 노력이 우리의 전반적인 행복감과 회복탄력성에 큰 영향을 준다고요. 그래서 묻습니다. “나는 언제 기분이 좋아지지?” 이 질문은 단순한 기분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나를 웃게 하는 순간을 아는 ‘지식’, 그리고 그 순간을 내 삶에 더 자주 불러오는 ‘의도적 실천’, 이 두 가지가 바로 긍정정서를 삶의 일부로 만들기 위한 핵심 역량입니다.



오늘의 코칭 질문

요즘 나를 웃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내가 감정이 가라앉을 때, 무엇이 나를 다시 꺼내줄 수 있나요?

긍정정서를 ‘불러오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코치로서 권함

오늘 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한 번 해보기

하루가 끝날 때, 기분 좋았던 순간 1가지 메모해 보기


기분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지만, 기분 좋은 순간을 ‘불러오는 힘’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내 감정의 리듬을 인식하고, 작은 긍정의 실천을 쌓아가다 보면 오늘보다 조금 더 평온한 내일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글에서는 PERMA의 두 번째 요소, 몰입(Engagement)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 이 글이 여러분의 기분에 작은 긍정이 되었다면, 구독과 공감으로 마음을 나눠주세요. 여러분의 따뜻한 반응은, 제 긍정정서를 하루 더 환하게 밝혀줄 거예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