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임..
수험을 제대로 시작한 지난 1년 전부터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팔이 뒤로 올라가지 않았다.
정형외과 치료는 기본이 2시간..
시간이 아까워 밥시간도 쪼개 살아야 하는 수험생에겐 3~4일에 한 번 꼴로 병원에 묶여있어야 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었다. 내 몸을 고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십견이란다..
의사의 말끝에 그만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나이 듦을 희화할 때 사용하던 '오십견'에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니, 어이가 좀 없었던 것도 같다.
적막한 물리치료실에 누워 생각해 본다.
나는 무엇이 그토록 화가 나 고사장을 나와야 했던 것인가..
합격할 거란 기대도 없이 들어갔던 시험장에서 문제가 조금 어려웠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토록 화가 나 참기 힘들었던 것인지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그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 그 1년의 시간들이 부정당하는 느낌, 평소 출제영역으로 다뤄지지 않은 부분에서 출제된 문제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배신감.. 거기에 더해 다소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내가 얼기설기 누더기 같은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뭉쳐 나를 고사장 밖으로 등 떠밀었다. 그러나 다음 기회엔 절대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맘으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안타까운 초시 경험만큼이나 체력, 외모의 변화도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참.. 가관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화가 반갑진 않겠지만, 평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던 나는 전신거울에 전라의 육신을 비춰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끝이구나..'
더는 외모로 이성에 어필할 수 없을 것 같은 후덕한 중년 여자가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피부과 관리를 받는다고 한들 키와 몸무게의 수적인 균형을 되찾고 주름의 개수를 줄인다 한들 30대까지의 싱싱한(젊음을 표현하기에 그다지 적절한 느낌의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보다 더 맞아떨어지는 표현 또한 없는 듯하다) 그 무엇이 다시 재생될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나도 좋아하지만.. 또래보다 주름이 적고 여전히 168에 48을 운운하는 중년의 지인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띠동갑 연하에게 치근덕거리는 모습은 어쩐지 애잔하게 느껴졌다.
이 모두 '받아들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고요한 물리치료실 침대에 누워 생각해 본다.
이제 막 본격적 노화곡선을 타기 시작한 내 나이 듦을 서서히 받아들여야 오히려 더 우아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 완벽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끄적인 애절한 답안지도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저 무던히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닭가슴살로 끼니를 해결하고 아침저녁으로 빠르게 걷기와 러닝을 하는 요즘, 후덕한 수험살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발목과 무릎통증이 심상찮다. 진짜, 받아들임의 타이밍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