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영이의 영화 파먹기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딸의 모든 온라인 계정을 탐색하기 시작한 아빠.
그가 클릭하는 컴퓨터 화면, 사람들과 나누는 영상통화, CCTV, 뉴스 화면을 통해 배우들을 엿보는 느낌이 들게 하는 신박한 영화. 그래서 마치 리얼리티를 중심으로 다룬 다큐영화를 보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영상통화 그리고 늘 어디에선가 우리들을 지켜보는 CCTV.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현재 우리의 일상이지만, 영화 화면을 통해 보는 온라인 중심 세상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다가왔다. 기존의 영화 프레임과 다른 구성이 주된 이유겠지만, 관조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우리의 온라인 세상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전해주었던 것 같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상을 수상했다는 영화 <서치>는 2018년 8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1991년 출생 젊은 아니쉬 체겐티 감독은 자신의 구글 근무 경험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사람들이 자신의 미묘한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영화를 탄생시켰다.
새로운 구성의 영화 프레임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전에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뒷받침되어 재미를 더하는 영화 <서치>는 아니쉬 체겐티 감독의 데뷔작이라 더욱 놀랍다.
정확한 동선으로 배우가 움직이고 영화 특유의 영상미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컴퓨터 바탕화면이 영화 첫 화면으로 등장하는 걸 보고 나 역시 프로그램 오류인가? 착각을 했으니까.. 화면 안의 또 다른 화면으로 배우들을 훔쳐보는 느낌은 영화 초반까지 익숙지 않은 불편감을 느끼게 했다.
사라진 딸을 찾는 내용이라는 사전 정보를 접하고 나서 약간의 거친 스릴러를 기대했으나 스토리의 모든 전개는 아빠 데이비드가 딸 마고의 온라인 계정들을 탐색하며 풀어가는 실마리로 이어진다. 그런 전개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가능하더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구성 자체의 낯선 느낌조차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반전을 스포 하면 영화를 직접 보는 재미가 반감할 것이므로 반전 내용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영화 <서치>를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느낀 감상을 몇 가지 끄적여 보고자 한다.
온라인 가상공간은 더 이상 일상과 분리된 완벽한 가상이 아닌, 현실과 가상의 중간쯤 위치해 있다는 생각.
아빠 데이비드가 딸 마고를 찾기 위해 딸의 온라인 친구 목록을 뒤져 추적에 나선다. 계정에 연결된 친구들은 많지만 정작 그녀에게 인간적인 줄을 대고 있었던 친구는 없었다. 마고의 실종 순간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친구들이 그녀의 실종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온라인 공간에서 절친으로 둔갑한다. 인공의 눈물, 거짓 액션은 그들의 SNS를 상위로 등극시켰다.
마고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던 온라인 친구. 그녀 역시 가공된 인물이었다.
인간 대 인간의 교류를 맺고, 때론 마음을 나누는 일상의 연장, 온라인 세계. 그러나 그것은 완벽한 현실일까?
영화는 내내 그것을 생각하게 했다.
일면식도 없지만 페이스북에 연결된 사람들도 인맥이 되는 세상.
모두 실존하는 사람이지만 이들은 과연 우리에게 현실의 존재일까? 과연 우리는 이들을 '안다'라고 할 수 있을까?
가정하는 대로 현실이 되는 온라인 세계를 누군가는 아주 얕은 소통의 장, 누군가는 마음을 터놓는 깊은 공간으로 바라본다. 아빠에게 조차 암으로 죽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지 못했던 딸, 마고. 그녀는 온라인에서 만난 한 가상인물에게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매우 깊거나 혹은 아주 얕거나.. 현실과 분리될 수 없는 온라인 세상 속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느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이제 직접적인 면대면 인간관계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점점 더 외로움이 극대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 화면에, 문자에 집중하면서 우리는 감촉과 언어의 이용시간을 줄여가고 있다.
대화와 스킨십의 단절.
상호 이해의 단절.
누군가를 '안다'는 것의 불확실함.
영화는 감정이 배제된 온라인 세계의 차가움에 집중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고민하는 모습 속에 인간관계의 온도는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지금의 현실 그대로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무언가 색다른 영화를 접하고 싶다면, 이 영화 <서치>를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