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영이의 책 파먹기
너무도 유명한 작가 한강..
올해 <작별>이란 작품으로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단다.
문득 한강 작가의 책을 한번도 직접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것은 낯섬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 작가 한강의 첫인상이었다.
한권의 책 속에 다른 제목을 달고 있는 세개의 이야기들..
연작소설이라는 형태로 화자가 달라질 뿐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야기의 중심은 영혜라는 여성.. 그녀를 중심으로 남편, 형부, 언니가 각각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
이 등장인물 구성을 보면 흔한 가족소설 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내용은 상식을 넘어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흐른다.
말수가 적었지만 평범하던 여성이 꿈 때문에 육식을 끊고, 급기야는 점차 곡기도 끊고.. 그렇게 본인은 곧 나무가 된다는 확신에 빠졌다.
그녀 엉덩이에 아직 남은 몽고반점에 홀린 형부는 예술을 이유로 들어 처제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그렇게 가족은 해체되고 망가진다.
모든 것을 눌러 참고 병적으로 '역할'에 집중해 살았던 영혜의 언니는 모두의 손을 떠나 미쳐가는 동생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또 하나의 선한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이 여자가 갑자기 대체 왜 이러는데 싶어 계속 보게 되었던 이야기..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을 2016년 수상했다는 이 소설 <채식주의자>는 보는 사람을 내내 놀라게 하는 신묘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사실, 한강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며 문장을 하나 하나 눈으로 따라 읽고 새기느라 내용의 불편함도 내게 완벽히 흡수되지 않았던 것 같다.
상황이나 느낌이 고스란히 손 끝에 닿을 듯 섬세하고 예리한 표현력.. 작가 한강을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3일에 걸쳐 매일밤 잠들기 전 조금씩 읽었던 책인데, 그 3일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이상한 꿈들을 연이어 꾸었다.
책 때문이라면 과한 의미부여가 되려나?
여튼, 책을 덮고도 좀처럼 느낌들이 정리되지 않아서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의 감상평도 읽어나갔다.
단지 꿈 때문에 육식을 끊은 이에게 일방적으로 붙여지는 '채식주의자'라는 라벨링.
아버지의 폭력이 낳은 두 딸의 정신적 피해.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하니 이도저도 아닌, 칭찬일색으로 평을 위한 평들을 쏟아놓는 글들이 가득했다.
다 맞는 말인데.. '이거다!' 싶은 블럭조각이 없었다.
며칠을 생각했지만.. 건너건너 들은 누구네 집 어떤 사람들의 미친 이야기 정도로 맘을 불편하게 할 뿐..
그들은 혹시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들은 아니었을까?
실오라기 같은 생각들이 시간에 휘발되고 가장 바닥에 남은 생각은 이것이었다.
아버지와 두 자매도, 영혜와 남편도, 형부와 그의 아내도..
이야기 초반부터 화자들은 상대를 선택한 이유가 결혼에 도달할만한 사랑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배우자의 혈육에게 까지 성적인 매력을 느낄만큼 단단하지 않았던 시작.. 끼우지 말았어야 할 단추..
상대가 곁에서 병들어가는 동안 그것도 알아채지 못할만큼 이기적인 인연은 결국 모든 걸 파멸로 끌고 들어간다.
3일 동안 시달렸던 꿈도.. 잇지 말았어야 했던 인연으로 온통 어두웠던 상처들을 헤짚었던 꿈이었음이 어렴풋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승보다 이승에 사는 것이 더욱 지독한 형별이라 했던가..
정신적으로 이미 현실의 경계를 벗어난 동생 영혜.. 그리고 여전히 엉망이 된 삶을 버티는 언니..
언니의 삶이 더욱 가여워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 많은 독자가 공감할 부분일 것이다.
이성적이지 않아도, 고단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중단하려는 의지로 동생 영혜는 나무가 되겠다 한다.
삶이 고단해도 계속해서 견뎌나갈 수밖에 없는.. 그녀,
언니의 마음은 동생 영혜보다 말짱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참으로 무례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대체 그 사람의 육식중단에 대해 무얼 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