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는 노래로 우리를 즐겁게 할 뿐 <앵무새 죽이기>

철없는 영이의 책 파먹기

by 철없는 영

값 5,800원..

그 시절에 책은 5,800원이면 살 수 있었나보다.

초등학교 6학년, 혹은 중학교 1학년 쯤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 <앵무새 죽이기>를 샀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전 쯤이 될 것이다.


당시 나이로는 책 내용을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역사적인 배경지식이 없을때라 재미도 덜했고.. 그렇게 부모님댁 서가에서 잠자고 있던 책을 명절을 맞이하여 25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그대로 영영 만나지 못했더라면 후회할 뻔한 책 <앵무새 죽이기>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된데에는 진짜 이유가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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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짜리 꼬마 스카웃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주의 이야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으로 강했던 그때 스카웃의 아버지는 흑인 피고를 변호하는 변호사였다. 때문에 인근 백인들로부터 지탄과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잘 알고 있는 백인으로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지시킨다.


스카웃, 그의 오빠 젬, 그의 친구 딜 삼총사는 인근에 사는 래들리 집이 늘 관심사다. 집 외관이 정리되지 않은채 두문불출하는 그집 사람들을 두고 흉흉하게 나도는 괴소문을 입증하고 싶어 안달이 난 셋은 이따금씩 엉뚱한 계획을 세워 그 집에 침입을 시도한다.


명백한 무죄가 눈에 보여도 흑인이란 이유로 유죄가 될 수 있었던 시절, 아버지의 피고인 톰은 불의의 사고로 죽게되고 가해자인 백인은 아버지에게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해 그의 아이들, 스카웃과 젬을 습격하지만 결국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된다. 그 현장엔 아이들이 늘 두려워했던 래들리씨가 있었지만 가해자 백인의 몸에 난 자상이 래들리나 젬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지으며 책은 마무리된다.


결국 선은 승리하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 생각의 차이나 견해가 다를 뿐인 누군가를 집착하고 강요하고 공격하는 것은 죄 없는 앵무새를 죽이는 일과 같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앵무새는 단지 노래로 우리를 즐겁게 할 뿐 우리를 공격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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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으로 이 책은 기독교의 여러 종파가 등장한다. 모두가 하느님을 믿지만 교리의 해석이 조금씩 다른 차이를 갖는 부분에서 서로 자신의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한다. 천주교를 믿는다니 이단을 믿는다고 20년 동안 전도를 한 친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이 1992년에 초판 인쇄되었으니 당시만해도 이후에 흑인이 미국대통령이 된다거나 하는 일들을 상상도 할 수 없을 때였던 것 같다. 조금씩 사회가 바뀌고 인종차별 없이 변화가 이루어지나 싶었지만 2010년 미국을 여행할 당시에도 버스에서 흑인과 백인이 나란히 자리에 앉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백인우월주의가 남아있는 지역은 비교적 많은 것 같다. 꼭 백인우월주의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개도국 노동자들을 멸시하는 것처럼 여전히 인종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 침묵하는 누군가를 두고 억측과 오해를 눈덩이처럼 쌓아 그를 매도하거나 궁지로 내모는 일.. 여전히 그런 일들이 자행되는 걸 보면 사회는 어쩌면 이리도 더디 정화되는 건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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