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마음 수양 <인생수업>

철없는 영이의 책 파먹기

by 철없는 영

가끔 티브이, 혹은 온라인 채널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익살스러운 질문에 좌중을 웃게 만드는 스님의 재치 어린 대답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눈물 흘리는 누군가의 아픈 사연에도 얼핏 나무라는 듯 처방을 내려주는 스님이 좀 야속해 보일 때가 있었다.


인생수업이라는 책이 몇 년 전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한동안, 아니 요즘도 스님은 꽤나 바쁘게 강연을 다니시는 것 같다. 너무 많은 곳에서 스님의 강연 소식을 듣다 보니 '아니, 스님께서 종교활동은 어쩌시고 매일 강연만 다니시나..' 오해를 한 일도 있다. 혹시 급전이 필요하신 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책을 읽다 알게 되었다. 강연하는 일은 법문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일로서 스님에게 너무도 즐거운 취미여서 돈을 받지 않고 강연을 하는 일이 많단다. 스님의 말마따나 내 기준으로, 내 눈이 보고 싶은 대로 딱 오해를 했다.. 싶다.


KakaoTalk_20190215_150056174.jpg


명절에 부모님 댁에 갔다가 서가에 꽂힌 이 <인생수업>을 발견했다.

사실 '하늘은 하늘이요, 땅은 땅이다' 싶게 당연한 소리를 하는 듯한 마음치유 서적은 읽고 나면 왠지 시간 낭비하는 느낌이 들곤 해서 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 마음이 꽤나 복잡했나 보다 이 책으로 손이 뻗은 걸 보면..


당신은 행복합니까?,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픈 인연의 매듭을 풀다 등.. 인생의 고민 지점들을 놓고 스님의 조언이 책을 이룬다. 책의 반쯤 도그지어를 해 놓고 이따금 그어 놓은 밑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 부모님은 이런 문구들을 마음에 새기셨구나.. 요새 이런 부분들 때문에 마음을 쓰셨구나.. 생각을 하니 괜스레 맘 한 구석이 저려오기도 했다.


목록을 쭉 훑어보다 마음을 훅 찌르는 장이 있다면 그곳을 먼저 펴 스님의 지혜를 얻는 방법도 좋다. 나의 경우엔 총 6개의 장 중 4장 아픈 인연의 매듭을 풀다에 가장 먼저 마음이 머물렀다. '더 사랑해서가 아니라 더 기대서 외로운 것' 사실 우리가 바로 알지 못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내가 널 더 사랑해서 그래"라는 말은 사실 그 사람에게 사랑하기 때문에 더 깊은 관심의 범위에서 많은 것을 자신에게 맞춰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인지 모른다.

결국 이 장의 요는 이것이다. '남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나 자신의 마음'.. 비단 4장만 이런가? 그렇지 않다. 책 한 권을 통틀어 단 한 줄의 결론을 내리자면 그것 역시 '나의 문제'라는 것! '내 탓이오'하며 가슴을 치는 천주교 미사 의식이 떠오르는 걸 보니 역시 종교의 뿌리는 같은가 보다. 남에게 손가락질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가르침에서..


KakaoTalk_20190215_150042282.jpg


오랜만에 애견을 무릎에 앉히고 눈이 오는 창밖을 바라다보며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가만히 앉아서 요즘 내 마음의 샘이 왜 이리 좁게 급경사를 이룰까.. 생각하니 '무조건 다 내가 해야 해'하는 생각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남들이 몇 년간 쌓아놓은 것을 한 번에 가지지 못해 안달했고, 행여 내 것을 뺏길까 불안한 마음에 휴대전화를 중독처럼 품에 안고 살았다.


가슴 한쪽에 까맣게 고여 썩은 물은 그들이 낸 상처라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게 만든 것은 그 일을 되뇌고 또 되뇌어 흐르지 못하게 한 나 자신의 문제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굽이굽이 진 그 물길의 발원지를 계속해서 따라 올라가니 천성, 성격이라는 내 마음속으로 이어지더라는 것..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럴 수 있게 변해가는 자신을 보면서 생각한다. 인생이란 답이 없고 계속해서 수양만이 필요한 수업과 같은 일이라고..


오랜만에 노트북과 휴대폰을 멀리 하고 눈 오는 흐린 오후를 쏟아지는 잠을 친구 삼아 늘어지게 보냈다. '아! 이게 뭐야 웬 시간낭비!'가 아닌 '참 잘 쉬었다. 눈이 참 이쁘게 오네' 생각하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