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무언가는 존재하는가

철없는 영이의 영화 파먹기

by 철없는 영

시골마을에 여자 쌍둥이가 태어났다.

한 아이의 다리를 물어 그 피를 먹고 자란 그것..

인간의 형상을 하지 못한 그것은 얼마 살지 못한다고 차가운 윗목에 엎어 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6년을 살아남았다. 무엇을 위해 그것은 존재했던 것일까..



심야시간에 즐기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영화의 몰입도를 극으로 끌어올렸다.

무당도 기함하게 만든 그것.. 그것의 정체는 절대악일까..


사이비교단의 비리를 밝히는 박 목사..

그에게 어느 날 사슴 동산이라는 불교계 사이비 종교가 눈에 들어온다. 그 종교의 비리를 파헤치려 하지만 오히려 어려운 신도들에게 보시를 내어주는 이상한 집단.. 그곳의 정체를 밝히기가 좀체 쉽지 않다.


그런 박 목사에게 집단의 실마리를 풀 첫 번째 단서가 등장한다. 바로 사슴 동산에서 모시는 사방신의 현신인 청년들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그들은 그들의 교리대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들'을 제거하러 다니는 사명을 받았다. 그들이 신격화하는 사방신은 원래 지하의 악귀였다가 부처를 만나 악을 다스리는 신이 되었다. 악.. 그리고 그것을 다스리는 악신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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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집단을 캐던 박 목사는 드디어 집단 수장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근대기부터 다양한 곳에서 선의 활동들을 펼쳐온 김제석이란 존재.. 모두들 그가 신의 경지로 열반한 진짜 인물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살아있다면 116세인 김제석.. 그가 신이라면 시간을 초월해 살아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는 절대선이라 할 수 있는가..


김제석의 존재를 유일하게 목격했던 티베트 승려가 등장하며 사건은 실마리가 풀려간다. 티베트 승려는 시간을 뛰어넘어 불사의 경지에까지 오른 김제석에게 예언을 전했다. 당신의 탄생일로부터 100년 뒤, 당신이 태어난 곳에서 당신을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날 것이라고.. 시간을 초월해 신의 경지에 까지 이른 그는 승려의 예언을 듣고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욕심은 그를 악으로 추락시켰다. 그러므로 그 악을 제거할 악신, 그것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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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죽일 수 있는 존재의 탄생이 두려웠던 그는 예언대로 그 시기, 그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차례로 제거해나가기 시작한다. 사슴 동산의 교리를 앞세워 사방신의 현신인 청년들을 이용해서.. 그러나 김제석의 천적인 그것은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으므로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헛간 구석에 숨겨져 자랐으므로 그 학살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결국 김제석을 뛰어넘는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그것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사바하의 이야기는 기독교와 불교의 교리를 이리저리 섞어 놓은 내용이라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 예언을 들은 헤롯왕은 그 지역 아기들을 모조리 죽였다고 성경에 전해진다. 그것을 신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개가 김제석의 학살 내용과 유사하다는 것.. 선을 위한 다수의 희생, 악을 다스리는 악신.. 이것이 있으므로 해서 저것이 생겨나고, 저것이 소멸함으로써 이것이 사라지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법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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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교리를 상세히 안다면 영화의 내용을 좀 더 상세히 해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지만 평범한 내게 이 영화 사바하는 그저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메시지 하나를 전해주었을 뿐이다.

"곧은 것이 뒤집히며 하늘은 땅이 되고, 땅은 하늘이 된다"는 대사가 있었다. 쌍둥이 자매의 피를 먹고 자란 악으로 그려진 그것이 곱지 않아서, 인간의 몰골을 하고 있지 않아서 악을 제거할 수 있었다. 김제석의 눈빛에 욕심이 스민 순간 그는 신에서 악으로 내려앉았다. 박 목사의 말대로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 탄생으로 인해 죽은 많은 아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슬픈 날일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자면 3차원 이상의 삶 속에서 현실로 인지하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있다고 하는 세계.. 양자역학까지 건드려 현실의 무언가에 과하게 집착하지 않게 만드는 논리들이 숨어있는 듯하다.


많은 생각들을 하며 볼 수 있었던 몰입도 깊었던 영화, 사바하!

특히 심야시간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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