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근데 HR로 오래 있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퇴사? …아니, 차라리 깔끔하게 퇴사라도 해줘…”
진짜 무서운 건 조용히 버티는 사람들이다.
회사는 일도 안 하고, 나가지는 않고, 조용히 버티는 사람이 조직을 더 빨리 망가뜨린다는 걸 아주 정확하게 보여준다.
1. 조용한 버티기는 '퇴사보다 비용이 훨씬 크다'
퇴사는 슬프지만 끝이 있다.
하지만 버티기는 끝이 없다.
성과는 없고 동료는 지치고 팀장은 결국 폭발하고
팀장이 씩씩거리며 오는 순간 HR은 "근거 없이 사람 내보낼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조직 입장에서는 '퇴사자'는 교체 가능하지만 '버티기 인원'은 팀 전체의 사기와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2. 문제는 '버티기'가 겉으로 잘 티가 안 난다는 것
조용한 버티기는 사실 이런 행동들로 나타난다:
보고는 하는데 핵심 없음
회의는 나오는데 참여는 없음
시키면 하긴 하는데 어느 정도만 함
책임은 회피하고 리스크는 남한테 넘김
단지 "네... 알겠습니다"만 반복
회사와 업무 및 동료들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이 없다.
그러면서 절대 퇴사는 안 한다.
이직 시장을 고려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움직일 에너지가 없다. 이게 진짜 무섭다.
3. 왜 이렇게까지 버티는 직원이 생길까?
HR의 관점에서 보면 보통 세 가지 경우가 많다.
① 기대와 열정이 완전히 사라진 경우
조직에서 더 이상 성장 기회도 없고, 인정도 없고, 배움도 없는 상태.
"여기서 뭘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사람은 힘이 빠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② 리더십의 부재
리더가 명확하게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버티는 사람은 "안 시키니까 안 하는 거죠"라는 논리를 가진다. 그때 조직은 무너진다.
③ 책임 회피 문화
일을 잘해도, 못해도, 해도, 안 해도
아무 변화가 없는 곳에서는 당연히 버티기가 늘어난다.
성과주의가 없는 곳에서는 버티기가 판친다.
4. 왜 HR에게는 '버티기 인원'이 가장 난감한가?
퇴사는 절차가 있고,
징계는 기준이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은 법이 있다.
근데 조용한 버티기는 아무것도 없다.
법적 기준도 없고,
뾰족한 제재도 없고,
팀장은 "좀 도와주세요"라며 HR에 넘기고,
HR은 "근데 근거가 없어서..."라며 손발이 묶인다.
그러다가 평가 시즌에 이런 공방이 시작된다.
팀장: "A는 당연히 아니고, B 주긴 애매해요. C는 줘야... 그리고 내보내거나 팀을 바꾸거나..."
HR: "근거 주세요. 한두 번 가지고 안 됩니다. 기간도 필요해요."
이 공방이 끝없이 이어진다.
결국 버티는 직원만 남고, 나머지 직원이 먼저 지친다.
5. 조직을 망가뜨리는 건 '능력 부족' 보다 '의지 부족'이다
HR이 실무에서 체감하는 진짜 현실은 이거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보다 의지가 없는 사람이 훨씬 위협적이다.
능력 부족은 교육하면 된다. 경험을 쌓으면 된다.
근데 이상하게, 의지가 없는 사람은 교육도, 기회도, 피드백도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팀과 나아가 회사 문화까지 갉아먹는다.
6. 그래서 필요한 건 '퇴사 관리'가 아니라 '버티기 관리'다
이건 어느 회사든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다.
<조용한 버티기를 줄이는 방법>
역할·기대 수준을 명확하게 정의
성과관리 기준을 명확하게 적용
리더십 교육 강화
'저성과자 개입 프로그램' 도입 및 실제 적용
BU/팀 단위의 심리적 안전·동기 점검
문제를 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 만들기
퇴사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현상이다. 오히려 일정 부분 퇴사는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버티기는 조직을 잠식하는 현상이다.
조용한 퇴사는 겉보기엔 평화롭다.
근데 HR 시선에서 진짜 무서운 건 그 뒤에 숨어 있는 조용한 버티기다.
조직의 활력과 팀워크를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좋게 말하면 되겠지"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기대역할 명확화 → 데이터화 → 피드백 → 공식조치 → 문화개선
이 루트로 가야 한다. 그게 조직을 살리는 현실적이고 냉정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