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덕분에 배운 리더십: 워킹맘의 성장기

by Luckyjudy

리더십은 훈련을 통해 키워지는 것이라 믿어왔다.

HR 업무를 하며 다양한 리더를 지원하고, 관리직 교육을 설계 및 실행하면서 나는 리더십이 곧 전략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리더가 되어야 했던 가장 치열한 현장은 ‘육아’라는 일상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나는 책이나 강의에서 배운 리더십을 실전에서 체득했다.



1. 경청: 말보다 '듣는 능력'의 위력

직장 내에서는 종종 "빠른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은 '반응보다 먼저 해야 할 건 경청'이라는 점이었다.

세 돌 무렵, 딸은 종종 이유 없이 울거나 떼를 썼다. 난 MBTI가 T인 사람이라 처음엔 문제 해결에 집중했고, 아이의 감정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악화되었다. 반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반복해 주며(예: "지금 속상하구나"), 잠시 안아주고 기다려주었을 때 화난 감정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이 경험은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감정적으로 격앙된 직원과 대화할 때, 경청은 단순한 공감이 아닌 '신뢰 회복의 기술'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듣지 않고 판단하는 리더십은 오래가지 못한다.

육아를 통해 나는 '경청'이야말로 관계를 회복하고, 리더십의 기반을 세우는 핵심임을 깨달았다.


2. 과정 중심 리더십: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

최근 아이와 함께 야구 경기를 보던 중, 아이가 말했다.

"져도 괜찮아. 하지만 점수는 내야 해."

이 짧은 한마디에서 나는 리더십의 본질을 보았다.


아이는 승패라는 결과보다, 경기 중에 '점수를 내려는 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노력했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

결과 그 자체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걸 어린아이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주워 들었을 수도 있고...ㅎ)


이건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성과주의가 강화될수록 결과 중심의 평가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한 리더십은 '과정'을 본다.

지속 가능한 조직은 '결과에 책임을 지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즉,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직장에서 리더는 이런 메시지를 팀원들에게 주어야 한다.

"결과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 때도 많지만, 우리는 점수를 내기 위한 시도는 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 태도, 실수 속에서도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과정의 책임감이 결국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아이가 일깨워주었다.


3. 감정 조절: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기 관리 역량

육아는 감정의 수련장이기도 하다. 피곤하거나 여유가 없을 때, 아이의 사소한 요구에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감정 상태를 고스란히 흡수한다. 결국 나의 감정을 먼저 조율하지 않으면, 아이와의 관계는 계속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


이 깨달음은 리더십의 본질과도 연결된다. 팀원은 리더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리더가 흔들리면 팀 전체의 분위기가 흔들린다. 따라서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자기감정 관리'이며, 이는 가정에서 이미 매일 훈련되고 있는 셈이다.


4. 동기 부여: 작은 칭찬이 만드는 큰 변화

아이의 유치원에서 부모 간담회를 했다. 여기서 원장님께서 부모님이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하는 말 세 가지를 말씀 주셨다.

"너 정말 잘했어", "너가 잘할 줄 알았어", "너가 최고야".

아이를 키우며 나는 '성장에 대한 인정'이 인간에게 얼마나 강력한 동기인지, 그리고 그것이 반복될 때 자존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직접 보았다.


이 경험은 조직 내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작용한다. 업무 능력과 별개로, 리더의 인정 한마디가 동료의 몰입도와 책임감을 변화시킨다.

칭찬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리더는 단지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내는 사람이다.


5. 리더십의 재정의: '끌고 가는 힘'에서 '함께 가는 힘'으로

예전에는 리더십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이와의 시간을 통해 나는 그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리더십은 누군가를 '이끄는 힘'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능력'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함께 세상을 설명해 주고, 감정을 나누고, 작은 선택을 존중하며 함께 걸어가는 과정은 직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리더가 먼저 낮은 자세를 취하고, 구성원의 경험과 시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조직의 문화는 바뀌기 시작한다.



마무리: 일과 삶은 연결되어 있다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두 개의 세계를 오가는 일이 아니다. 두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균형 속에서 진짜 배움이 생긴다.


육아는 내게 새로운 리더십의 교육 현장이었고, 아이는 나의 첫 번째 멘토였다.

일터에서의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그 시작점은 매일 아침 내 손을 잡는 아이와의 시간이다.


얼마 전, 아이는 유치원 앞에 도착해서 이렇게 말했다.

"아… 또 유치원에 도착했네. 허허…"

나는 그 짧은 한숨에, 매일 아침 출근길에 느끼는 나 자신의 마음이 겹쳐졌다.

다섯 살짜리도 자기 삶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기특하면서도 웃음이 나고 한편으론 찡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거다.


너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고. 파이팅이다.

(그래도 유치원이 제일 좋을 때다 꼬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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