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재택근무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Peak Season’ 이란 두 단어였습니다. 바로 8월 개강을 앞두고 수업 신청을 하는 학생들의 신입생 orientation 을하고 신청할 과목을 상담해주는 academic advisor 들로써는 8월 한 달은 초비상인 peak season 이 될 터이니 학교에서 7월은이 peak seson을 위한 만반의 준비하느라 바쁘게 지냈고 특히 Covid-19으로 인하여 community college로 몰릴지도 모를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그야말로 폭풍이 휩슬고간 것 같은 지난 몇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지 않을 것 같던 새직장에서의, 6개월 Introductory Period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9월, 아침과 저녁 선선한 바람과 매미소리에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며 약간 한숨 돌리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물론 해야 되는 project는 쌓여있고, 정리해야 될 파일들은 많지만 요번 주말은 노동절이기도 하니, 미뤄왔던 집안일도 하면서 여유로운 주말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Covid-19으로 인하여 가을 학기도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서 겨울방학이 끝나는 1월이나 되어야 학교 캠퍼스가 오픈할 것 같다고 하니 집안의 오피스도 이 참에 차근차근 정리를 해봅니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재택근무로 지하실 오피스에서 (사실은 거의 창고로 쓰이고 있었던) 제대로 정리할 여유도 없이 지난 6 개월간 바쁘게 일을 배우고 처리를 해야 했던 저는 대학 기숙사에 가서 비어있는 이층의 큰 아들의 방을 저의 오피스로 꾸며 봅니다.
먼저 아침저녁 솔솔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좋고 따스한 가을 햇볕이 좋아서 책상을 창문 옆에 두었지요. 재택근무 중 틈틈이 이렇게 바깥 풍경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느낌입니다.
큰아들의 침대는 futon이니 남편의 도움을 받아 앉을 수 있게 접어서 sofa로 만들어 놓고 Trader Joe’s에 장 보러 갈 때마다 버릇처럼 사 오는 꽃을 꽂아 놓고 보고 있으면 마음의 영양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읽기 시작은 했으나 바쁘다는 이유로 끝까지 읽지 못했던 책들도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두고 틈틈이 읽어 보려고 합니다.
저녁식사 후 TV 없이 딸아이와 이야기도 하고 차도 마실수 있는 여유가 있는 지금이 또한 이 공간이 저에겐 너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내년에 딸을 대학교에 보내면 아마 여기 혼자 앉아서 같이 보낸 시간을 추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워킹맘의 일상이 너무 바빠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 때가 많지만 그런 바쁜 때가 있으니 이런 잠깐의 여유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감사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마치 흐린 날이 있어야 맑은 날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은 왠지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계절인 것 같아요. 한여름엔 일이 끝난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을 찾았었는데 가을의 시작인 지금은 은은한 향기가 나는 따뜻한 차나 커피를, 그리고 책을 찾게 됩니다. 하버드대 교수 Shawn Achor님이 쓰신 ‘The Happiness Advantage’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formula를 제시해주고, 스텐포드대 Fred Luskin 교수님께서 쓰신 ‘Forgive for Good’ 이란 책은 나에게 상처를 준사람들을 용서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주 오래된 ‘The Purpose Driven Life’도 제가 끝까지 못 읽은 책들 중에 하나이고, Amazon에서 주문한 한국의 해민 스님의 책 ‘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도 읽기 시작했지요.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제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단풍 때문인데요. 가을에 한국에 꼭 방문해보고 싶은 저에게 사진기자인 시동생이 자신이 가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한 장 찍어서 선물로 줍니다. 그러고 보니 시카고에서는 은행나무와 코스모스는 거희 볼 수 없는데요, 모두 고국을 생각나게 하는 단어들입니다.
Peak Seson’ 이 지나고 맞은 조금의 여유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peaceful 합니다. -Sharon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