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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스 Jun 30. 2024

마흔에 떠난 안식휴가 02

스위스/이탈리아_02. 스위스 루체른

홀리카우를 먹고 다시 취리히 역 코인 라커에서 짐을 찾아 루체른으로 향했다.


루체른 여행 역시 air b&b로 예약한 숙소에서 머물 예정이었고 이게 마지막 에어비앤비 숙소였다.

그 이후의 모든 숙소는 booking.com으로 예약함. 가격 비교를 하면 항상 booking.com 이 가장 낮은 가격으로 나와서 나중에는 아예 booking.com에서만 숙소를 확인하고 예약했다. (나중에 나폴리 숙소에 대해 소개할 때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booking.com의 후기는 믿으면 안 된다.)


어쨌든 air b&b는 컨디션 좋은 집을 싼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host에 따라 여행의 질이 복불복이 되어버린다.

루체른의 숙소도 호스트 때문에 그 시작이 좋지는 못했다.


1시에 체크인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서 오전 중에 부랴부랴 취리히를 떠났다.

루체른은 2박 3일 일정이었기에 도착한 날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상태로 루체를 시내를 돌다가 장을 보고 돌아갈 계획이었고, 둘째 날 리기산을 하이킹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발걸음이 바빴다.


하지만 막 출발할 때가 되어서야 호스트에게서 온 연락.


"키를 숙소에 두고 오지 못했어. 미안하지만 퇴근하고 5시 이후에나 체크인이 될 것 같아. 대신 20프랑 환불해 줄게."

"하지만 나는 이미 출발했는데? 어쩌지?"

"역에 코인라커 있어."


이런 무책임한 호스트 때문에 하루에 코인 라커에 두 번 신세를 지게 되었다.

캐리어를 찾아서 숙소로 돌아가려면 마음껏 장을 보지도 못할 신세이므로 어쩌나 하며 고민을 했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으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역에 짐을 맡기고 시내 관광을 시작했다.





루체른 역에서 내리면 저런 조형물이 welcome 인사를 해준다.

저 문을 보고 역 위치를 가늠하고는 했었다.



아름다운 루체른 호수.

스위스에 있는 내내 날이 흐렸지만 루체른에서는 간간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Seebrücke 다리를 건너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빈사의 사자상'이었다.

루체른 시내에서 돌아볼 만한 곳들이 고만고만했기에 빈사의 사자상은 별 기대가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둘러본 곳이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첫눈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기대가 낮아서 그 감동이 더 컸을까? 생각보다 규모가 큰 빈사의 사자상에 무엇인지 모를 감정이 휘몰아쳤다.

이 석상은 스위스 용병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규모도 크지만 저 사자의 고단한 표정이 나의 발길을 이끌었다.

가슴이 찡할 정도로 감정적 유대감이 느껴진다니 아마도 내 속알맹이는 수년간 내 생각보다 많이 고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다.

최대한 생생하게 표정을 보고 싶어 얼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들여다 보고 서 있었다.


저 작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에 이탈리아에서 보았던 어떠한 조각에서 밀리지 않는 감정의 생생함을 보여주는 조각작품이었다.

한참만에 발길을 돌리는데 공원에서 나오는 길에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이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일하느라 고생이 많겠다, 힘들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여행이 벌써 고되기는 했던 건지 ㅎㅎ

나는 타지에서 온갖가지 감상에 휘둘리는데 평온하게 사무실에 앉아 일상을 영위하는 그들이 참 좋아 보였다. 무려 빈사의 사자상 앞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다니. 저들의 티타임은 빈사의 사자상 앞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며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다음 장소는 바로 근처에 위치한 무제크 성벽이었다.

나는 이 장소가 너무 좋아서 다음날에 또 방문을 할 정도였다.






루체른을 단순히 경유지로 삼고 리기산 하이킹만 하고 융프라우로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나는 루체른이 참 좋았다.

광활한 호수, 만년설을 품은 산과 같은 대자연과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각종 건축물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직장인들, 이 모든 것이 버무려져 시대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그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루체른의 무제크 성벽이었다. 성벽을 오르는 길에 보는 시내 뷰도 아름답지만 성벽 위에 올라서 보는 시내의 전경은 호수며 산이며 도심이며 모든 것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무제크 성벽을 오 가는 길, 그리고 성벽을 오르는 길 등 꽤 걷고 나서 시내로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쉽게 카펠교를 마주할 수 있는데 이 풍경도 장관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왜 이리 감동을 계속 주던지.

무제크 성벽에서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카펠교 앞에서는 장대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어떤 동양인들이 자기들 사진을 찍어달라며 부탁을 했다.

아니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멈춰 세우지 싶어서 표정 관리가 안 됐지만 어쨌든 열심히 찍어주고 급하게 카펠교 안으로 들어섰다.




카펠교의 명성답게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차있어서 그저 길을 건너는 용도로 휙 하니 다리를 건너 맞은편으로 나왔다.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다니고 관광지라는 관광지는 다 찾아가 보고(빙하 동굴은 가지 않았지만..) 한참을 머물다가 이동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아직 시간이 2시~3시 대였던 것 같다.

비는 계속 오고 5시까지 시간은 때워야 하고 일단은 장을 보기로 하고 루체른 역의 coop으로 향했다.

짐이 많아서 본격적인 장보기는 무리이고, 납작 복숭아 세네 개와 물(탄산수였다 ㅋ), 요구르트 두 개, 화이트 와인(술은 포기 모태 ㅜ), 린트 초콜릿을 샀다.

장을 다 보고도 시간이 남아서 헤매다가 짐을 맡긴 곳에서 시간을 때우려는데 그 옆에 카페가 있어서 아메리카노를 하나 시키고 화장실도 해결하고 시간도 때울 수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이 카페에서 머물렀던 것 같은데 슬슬 카페 직원들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호스트에게 5시가 되도록 연락이 없어서 이제 출발해도 되냐고 물으니 5시 이후에 오면 된다고 하지 않았냐고 답변이 왔다.

'5시 20분이면 체크인 가능할 것 같아'라는 불확실한 답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때 오면 된다는 확답은 못 받은 상태여서 마냥 기다리던 상태여서 2차로 빡이 치는 상황.

바로 짐을 찾아서 숙소로 향했다.

버스를 타야지만 갈 수 있는 거리여서 꼭 버스를 타야 했는데 루체른 역의 버스 타는 방법을 몰라서 엄청 헤맸다.

사실 구글 맵에 있는 알파벳이 정류장의 이름이고 그 알파벳에서 해당 번호의 버스를 탈 수 있는 매우 체계적인 룰이었는데 그걸 전혀 모르니 어디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헤매다가 행인에게 물어봐서 구글이 알려주는 알파벳의 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런데 비가 내려서인지 버스가 안 온다. 오픈된 정류장에서 비를 쫄딱 맞으며 3~40분 넘게 기다리니 버스가 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승객들이 하나 둘 저 멀리 있는 터미널 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후루룩 나타나기 시작.

아.. 이렇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으면 나도 어디 아래서 기다렸지 ㅠ 구글 지도가 계속 2분 뒤, 5분 뒤라고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서 하염없이 비 맞으며 기다렸던 버스를 어렵게 탑승!

안 그래도 쌀쌀한 날씨에 비를 쫄딱 맞아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호스트랑 인사하고(역시나 불친절했다) 전용 욕실과 전용 개인방 안내를 받고 바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얼마만의 샤워인지!

주방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해서(이것도 사전에 고지가 되어있던 내용이다.) 호스트에게 요구르트를 냉장고에 넣어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헬로?" 하고 불러봤으나 묵묵 부담. 방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어서 망설이다가 메시지로 문의하니 괜찮다고 답변이 왔다.

호스트도 만만치 않은 일인 게 나와 마주치기 싫어서 내가 있는 동안 방 문 밖으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박 3일 동안.

본인도 감방살이 나도 감방살이었다. 주방을 쓰지 말라고 했으니 그 넓은 거실도 쓰기 뭣해서 계속 방안에만 머물렀다.

체크인할 때 호스트에게 빌린 와인잔으로 화이트 와인과 초콜릿을 먹으며 하루를 마쳤다.

생각해 보니 이틀 동안 저녁은 제대로 먹은 게 없었구나.






다음 날.

삐걱이는 침대였지만 개운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기분 좋게 길을 나섰다.

오늘은 리기산 가는 날.

루체른에는 리기/필라투스/티틀리스 이렇게 세 개의 산이 유명한데, 스위스 트래블 패스로 무료로 오를 수 있는 리기산을 택해 오르기로 했다.

어차피 리기산으로 향하는 중에 필라투스 산은 원 없이 보기도 하고...


리기산으로 향하는 배 안.

날이 흐려서 슬펐지만 악착같이 탄 우측 사이드 벤치에 앉아 호수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었다.

이 배도 스위스트래블 패스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거의 한 시간 이상을 배를 타야 한다. 몇몇 정거장을 거쳐 드디어 피츠나우에 도착.

나는 가이드 책에서 추천해 준 대로 플뤼엔 렌 행 유람선을 탑승하여 피츠나우에서 내렸다.

피츠나우에서 리기쿨름행 열차를 타고 리기쿨름에 도착해서 구경을 마치고,

트래킹으로 리기 칼트바트로 가서 케이블 카를 타고 베기스로 향하여 다시 배를 타고 루체른 역으로 오는 일정이었다.


리기 쿨름행 열차는 배에서 내리면 곧장 확인할 수 있다.

어차피 사람들이 열차로 향하기 때문에 무리를 따라가면 금방 도달하는데 열차 머리에 리기 쿨름이라고 쓰여 있으니 확인하고 타면 된다.


이번 스위스 여행 내내, 기차를 타면 온 주변은 항상 인도인들이었다.

이 세상은 인도인들이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도인들의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던 것이, 그들은 한두 명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대가족이 다 같이 이 물가 비싼 스위스 여행을 한다. (사실 유럽이든 미주든 어디서든 인도 여행자들을 볼 수 있지만 스위스는 유독 열차를 탈 때마다 인도인들이 둘러 쌀 정도로 여행 인파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아니면 내가 인도인들을 끌어당기는 기운이 있거나.)

인도인들은 대부분 유쾌하고 활달해서 끝도 없이 대화를 하고 웃어대는데 거기에 공중 예절은 일절 없다.

즐거운 그들의 여행을 지지해주고 싶지만 고요하고픈 나의 상태도 좀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배려는 없다. 사실 서양인이라고 다를 건 없다.

영상의 끊임없이 통화하는 사람은 아마도 미국인인 듯.

공중예절은 일본과 한국이 최고다. 호주를 가든 캐나다를 가든 유럽을 가든 항상 주변인과 떠들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전화통을 붙들고 떠든다.

한국에서 너무나도 공중 예절을 강요받아왔던 탓인지 외국인들의 공중예절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그렇게 대화와 전화통화로 시끄러운 산악열차 타기를 마치고 내린 리기 클룸.


왼쪽은 청년 오른쪽은 노인의 모습인데 목적지는 하나. 산책로의 경사도에 따라 나뉜 것이므로 각자의 체력에 따라 길을 선택하면 된다.

나는 당연히... 청년 쪽으로 향한다.(아직 청년이다)



구름이 잔뜩 낀 리기산 정상.

너무 아쉬워서 벤치에 앉아 구름이 지나가기를 30여분 정도 기다렸으나 오히려 구름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아 발걸음을 옮겼다.

구글맵으로 리기 칼트바트를 검색하면 트래킹 경로를 친절하게 알려준다.(구글맵 만세! 너 없는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지)

해당 경로를 따라 찬찬히 트래킹을 해본다.

트래킹은 내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너무나도 평화롭고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던 리기산의 트래킹 코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여행을 한 5월 말은 대부분의 알프스 산 위의 트래킹 코스들이 눈 때문에 폐쇄되어 있었다.

리기산에 갔을 때는 길이 콘크리트 길이라 아무런 불편함 없이 트래킹을 즐겼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트래킹이 불가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이 역시 P성향의 내가 겪을만한 곤란함이었지.

어쨌든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신나게 트래킹 할 앞날을 기약하며 흐린 하늘이지만 평화롭게, 가끔 소 목줄의 방울 소리를 들으며, 간간이 구름 사이로 보이는 경치에 감탄하며 트래킹을 했다.

트래킹 중에 빈 벤치에 앉아 출출할까 봐 산 오니기리와 생수를 먹으며 얌전히 풍경을 즐기기도 했다.

쉬며 걸으며 찬찬히 리기 칼트 바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기차도 탈 수 있고 곤돌라도 탈 수 있는데 나는 곤돌라를 택했다.

올라갈 때 산악 열차를 탔으니 곤돌라도 한번 타 봐야지 했는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런데 운행 시간의 텀이 무척이나 길어서 (아마도 30분?) 아무리 기다려도 출발을 안 한다.

사람이 모일만큼 모이고 운행시간이 되자 겨우 출발한 곤돌라.

물론 내려가는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구경하기도 어렵고(사진 찍는 팔 사이로 구경하는 경치) 답답한 공기에 그저 빨리 내리고 싶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산악 열차로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리기산에서 그리도 바라던 갠 하늘. 내내 흐리던 날씨가 리기산을 다 내려와서 루체른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가다 보니 점점 개기 시작했다.

많이 슬프기는 했지만(그냥 오후에 리기산을 갈걸...)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제 빗속에서 구경하던 루체른 시내를 다시 한번 구경하기로 했다.



다시 봐도 근사한 카펠교.

목조 다리가 별거 아닐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고풍스럽고 우아하며 역사를 품은 그 모습이 고스란히 아우라를 뿜어댄다.

카펠교를 지나 지도를 보지 않고 무작정 무제크 성벽 방향으로 향한다.

그냥 길을 헤맬 각오로 갔는데 역시나 엄청나게 길을 헤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유지를 뱅뱅 돌았던 것.

그냥 포기하고 시내로 되돌아가는 길에 무제크 성벽으로 올라가는 출입문을 보고 그쪽으로 올라갔다.



귀여운 개냥이.

불렀더니 쪼르르 달려와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나중에 토스카니 여행을 할 때 가이드가 말로는 애들이 진드기에 많이 감염되기 때문에 만지지 말란다.)

역시나 아름다운 무제크 성벽 위에서 보는 전경.

필라투스 산도 올라보고 싶어지는 전경이다.


무제크 성벽에서 충분히 풍경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시계탑의 역사를 봤다.

현재도 시계탑에서 사용 중인 시곗바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사람 키만 한 시곗바늘이 인상적이다.

시계에 대한 전시를 이것저것 해 두었는데 관심이 있다면 이 내용들을 천천히 자세히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시내로 내려와 아침에 요구르트 하나, 트래킹 중에 물과 오니기리만으로 달랜 배를 채우기 위해 카펠교 전경의 식당에 방문했다.


https://maps.app.goo.gl/H1CzLVZe4XC7tumD6


이곳에서 소시지와 맥주를 먹었는데 독일 문화권이니 소시지는 맛있겠거니 하고 시켜보았다.

역시나 맛있었다. 추천!! 맥주도 먹을만했다.

친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카펠교를 전망으로 보는 풍경이 좋았다.


유럽은 어딜 가나 사람들이 거침없이 담배를 피우는데 이렇게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식탁은 무조건 담배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스위스는 양반이다.

이탈리아는 사방이 고립된 지하철 플랫폼 안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어쨌든 식사를 거의 마칠 때즈음 바로 뒤 테이블의 커플이 번갈아가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 자리를 뜨기로 했다.


이번에는 슈프로이어 다리를 건넜다.

이 다리는 카펠교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목조 다리인데 교각 내 상단에 죽음에 관련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흑사병을 주제로 한 그림도 볼 수 있는데 거친 물살의 로이스강을 굳건하게 버티는 목조다리에 이렇듯 죽음의 교향곡과 같은 그림이 배치되니 왠지 모르게 그 기분이 아찔했다.



이곳의 물살이 가장 세다는데, 이 물살을 그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견딘 죽음의 목조다리.

어찌 보면 담고 있는 내용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굳건히 오래 생존하고 있다.


어느 정도 관광을 마치고 다시 coop에 들러 장을 봤다.

이번에는 물이랑 맥주를 잔뜩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호스트는 역시나 방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얼른 샤워를 마치고...

한창 지구마불 세계여행 2가 하던 시즌이라 youtube에 upload 된 영상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하아~ 행복이 별거냐. 이게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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