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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K Jul 08. 2024

마음속의 고무줄: 회복

마음근육 키우기

내 마음은 상처가 나면 회복하는데 오래 걸린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나는 예민하다.

주변의 사람들의 표정변화나 미세한 감정까지도 눈에 읽히기도 하고, 그 감정이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그 사람과 함께 이입이 되면 그 감정이 나의 감정인 것 같이 쉽게 동화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안의 우울감이 한번 자리 잡으면 일상으로 가는 지름길을 잘 잃어버리는 것 같다.

 


20대에는 이별이 나에게는 크나큰 사건이었고, 30대에는 출산과 육아였다. 도무지 내 안의 감정이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마음의 미로 속에서 출구를 못 찾고 점점 더 깊은 동굴로 빠져들어갔다.


번아웃(burn out)을 경험해 적이 있는가?

내 모든 것이 소진되어 아무 힘을 쓸 수 없는 상황, 지치고 무기력함이 나를 지배하는 상황말이다.

쌍둥이를 낳고 18개월 차이 나는 막내를 키우면서 나는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 많이 무너지고 상황적으로도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었던 것 같다.

완벽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그 시기에 맞게 해주어야 할 것들을 제대로 해주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파서 입원을 돌아가면서 할 때도, 내가 아이들을 챙겨 먹이지 못해서 아이들이 아프고, 그래서 입원하게 된 것 같아 체력적으로도 지쳐있는 나를 마음속으로 계속 자책하며 생채기를 내는 시간들도 많았다.

몸도 힘들고 마음마저 힘들었던 그때, 나는 정말 고무줄이 있는 끝까지 늘어나면서 탕하고 끊어지는 순간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정말 우울감이 나를 지배했던 것 같다.





번아웃이 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의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붓고 열정을 다해서 무언가에 몰입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대에는 사랑에 모든 걸 쏟아부었고, 30대에는 아이들에게 나의 영혼을 내어줄 만큼 몰두했기 때문이다.

늘어난 고무줄 바지를 입어본 적이 있는가? 늘어난 고무줄은 탕하고 끊어지지 않는다. 그저 길게 늘어질 뿐. 탄력도 잃어서 원래대로 돌아갈 힘도 잃게 된다.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때로는 독이 되어 나를 갉아먹기도 한다. 그때 힘들었던 내 상태를 보고 남편이 친구들과의 여행을 권유했다. 그렇게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다.

제주도에서의 나날들을 휴가와 같은 시간이었다.

온전히 쉴 수 있는 늦잠을 실컷 잘 수도 있고, 뭔가 계획된 것들이 아닌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친구들과의 내 맘대로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쉬는 법을 까먹고 있었다. 새벽같이 눈이 떠지고,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을 딸처럼 챙기고 부지런을 떨면서 사부작 사부작 거리고 있었다.

친구들이 "좀 누워 있어라, 쉬어라, 가만히 있어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주었다.


그 여행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쉬는 법을 모르고 달려왔던 지난 삶, 그리고 나다움을 잃어갔던 나의 취향들...

여행을 통해서 나도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건조기를 사라, 식기세척기를 사라"라는 충고도 해주었다.  

설치가 안될 것 같던 건조기 설치도 알아보고, 식기세척기 구입으로 나는 엄청난 빨래와 설거지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나게도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느끼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 마음에 대한 글을 써보기도 하고, 화가 나면 왜 화가 나는지 감정일기를 쓰기도 했다.

운동을 새롭게 시작했고, 매일 땀을 흘리고 난 뒤 시원하게 샤워 후에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그 시원한 맛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시작하면 열심히 한다.

열정을 다해서 온 에너지를 집중하고, 그러다 보면 그 가운데 일어나는 사건들과 삶의 변수들, 그리고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감당하지 못해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나만의 회복방법들이 이제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

내 마음의 근육도 단단해지고, 내 마음속의 고무줄의 탄력도 더해져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내 마음은 오늘도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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