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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K Jul 02. 2024

감정이 잘못 프린트될 때

이면지로 쓰지 말고 파쇄하세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잘 들여다볼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객관적일 수 있을까?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아이들에게 화가 난 경우에 남편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남편에게 화가 나면 아이들에게 별 것 아닌 일로 큰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시어머니의 잔소리나 쓴소리에 남편을 들들 볶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대부분 나의 감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른다.

나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마음과 다르게 나오는 말들이 잘못 프린트되어 버린다면 그 감정은 출력오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표출된다는 것, 분출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발산되어서 해소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보자면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와 자책들이 크게 남는 편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원하지 않는 출력물인데, 그냥 원치 않는 문서처럼 아무도 보지 못하게 파쇄기에 갈아 넣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감정일기를 쓴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나만의 데스노트에 나의 감정에 대해서 써 내려간다.

육아에 대한 고된 마음들과 남편과의 갈등,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 때로는 이해가 안 되는 시부모님들의 행동과 말들까지도 차분하게 글을 적다 보면 나를 객관화된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고 있었고, 그리고 그 종이는 파쇄기에 넣어 갈아버린다. 버려야 할 감정들은 없어지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면지로로 쓰지 않기를..

버려져야 할 감정이라면 누군가에게 퍼부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도 보지 못하게 그 감정을 작게 작게 수만 가지 조각으로 날려 보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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