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 글쓰기 첫 번째 이야기
1. 취향 의존
스물여덟 살에 동갑내기로 만난 우리 부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순수한 마음 하나로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그저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우리들은 각자의 부모의 의견에 따라서 우리의 취향이 아닌 부모님들의 취향으로 신혼집을 꾸리게 되었다.
신혼집은 시세보다 싸게 나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집이었다. 신혼인 우리 둘에게는 과분하고도 큰 평수로 시작한 아파트였다. 굳이 그렇게 큰 평수가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의 결혼방식과는 다르게 남편의 부모님과 결정한 집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혼수를 고르는 엄마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모든 물건들, 티브이도 2대,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집을 마구 채웠던 것 같다. 엄마 입장에서 필요했던 것들을 나중에 구입하려면 녹록지 않았으니 신혼살림을 장만할 때 다 구입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식탁도 대리석 식탁이고, 남편 서재의 책상도 몇십 년을 쓸 수 있는 중후한 색깔의 튼튼한 책상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결혼이었고, 우리가 살 집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들은 그 사이에 의사결정의 권한이 크게 없었던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9년의 세월 동안 쌍둥이 딸에 연년생 막내딸을 출산하고 육아하면서 짐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처음으로 각각의 부모님의 의견이 아닌 우리의 의견대로 집을 고르고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2. 취향의 독립
이사를 결심하면서 낡은 소파와 티브이 2대를 비우고, 아이들의 가구 등 비울 수 있는 것들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10년 만이었다. 각자의 부모의 취향의 흔적에서 벗어나 취향의 독립을 하게 된 것이 말이다. 모든 게 나의 취향대로 꾸며진 인테리어와 집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이렇게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없이 간결하게 간소하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집 거실에 있는 흔한 소파와 티브이가 우리 집에는 없다. 정말 스피커와 접이식 테이블, 접이식 의자뿐이다. 그마저도 청소할 때 접어서 한편에 세워두고 나면 정말 운동장같이 넓다. 이게 나의 취향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몇 년 동안 세 아이들의 짐에 허덕이면서 힘들어했던 내가 극단적으로 바뀌게 된 것일까?
세 아이들이 신나게 놀다가 어지럽게 두어도 금방 깨끗하게 치워질 수 있는 거실이다. 같이 운동을 하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책도 읽었다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거실이다. 아무것도 없는 간결함으로 채운 취향, 그것이 나의 취향이었는데 찾는데만 10년이 걸렸다. 맞지 않은 엄마옷을 입고서 몇 년을 산 느낌이었다.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살림이 필요하지 않았고, 없어도 살아갈 수 있더라는 삶에서의 깨달음으로 채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