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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K Feb 27. 2024

태어나 처음으로 독서모임

올해 마흔인데 독서모임 처음 해봄

나 올해 마흔. 마흔. 마흔. 

마흔이 되었다. 

청년이 아닌 장년의 범주에 속하게 된 마흔을 맞이하면서 형용할 수 없는 이 감정은 뭐지?

2와 3의 사이보다 3과 4의 간극은 더더욱 크게 느껴지는데, 야속하게도 2024년 새해는 나에게 도둑같이 찾아왔다.



작년 말 겨울의 추위가 코끝을 에워쌀 때 첫째 딸은 B형 독감을 진단받았다. A형 독감 걸렸는데 설마 B형 독감 걸리겠어?라는 나의 무모한 예측은 엇나가고 나를 비롯하여 막내까지 우리 집에는 B형 독감이 대유행하여 고열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카페에 앉아서 내년 버킷리스트도 적으면서 우아하게 다가오는 한 해를 기대감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그 여유는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돌아서면 밥을 차린다고 하여 기나긴 방학을 엄마들 사이에서는 "돌밥돌밥돌밥"이라고 부른다. 삼시 세끼를 차려내야 하는 거대한 미션을 받아 들고 새해를 맞이했다.



마흔이 되니, 뭔가 사람이 대담해지면서 똘끼가 올라오는 건 왜일까? 

안 해봤던 거 새로운 거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우연히 도서관에 독서모임을 뽑는다는 게시글을 봤다. 독서모임 그게 어떤 거지? 나도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하고 클릭했는데, 그럼 그렇지. 발 빠른 사람들이 이미 예약하여 자리는 없었고, 대기신청란이 있어서 무심코 버튼을 눌러서 신청해 두었다.


기나긴 방학에 신청사실조차 까먹고 있었는데, 독서모임에서 연락이 오게 되었다. 막상 연락이 오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어떻게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번 가보자 하는 아줌마의 막무가내 정신으로 읽기로 한 책도 도서관에 대출이 다되어서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시간을 쪼개어 읽어서 나갔다.


드디어 독서모임 하는 날

나 MBTI 성향으로 E인데, 앗! 이곳의 공기는 뭔가 달랐다. 차분하고 심도 깊어 보이는 사색적인 내향인들의 느낌이었다. 밝게 "안녕하세요" 하면서 들어갔는데, 어색한 공기가 감돌아 분위기에 눌러 조용히 앉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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