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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스푼 Apr 03. 2022

스타트업 이직 전 흔한 걱정
① 직업 안정성

대기업 직장인들이 스타트업 이직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막상 들어갔는데 그 회사 망하는 거 아냐?

그런데 진짜 파괴된다면 어떨까


이전 회사 부장님께서도 퇴직 면담할 때 내 맘을 돌려보고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젊은 나이에 도전하는 건 좋은데, 그 회사 망하면 너 어떡할래? 여긴 최소한 네가 살아있을 때까진 안 망한다."


사실 안정성이 직업 선택의 최우선적인 가치관인 사람이라면 굳이 스타트업을 기웃할까 싶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분들이 있다면, 부장님을 포함하여 대기업만 다녀본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는 위험한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정부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을 망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국내 벤처/스타트업 육성의 키를 쥐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2022년 예산이 19조 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작년도 본예산(16.8조 원) 대비 13.1% 증가한 역대 최대 금액이다.

(관련기사 : https://platum.kr/archives/176382)


골자를 살펴보면, 벤처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예비 유니콘 및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선별하고, 해외진출 촉진 등의 스케일업을 확대한다. 모태출자 5,200억 원을 통해 약 1.2조 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제2벤처붐을 지속 확산하고자 하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쉽게 말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스타트업에 끊임없이 자본이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가만히 있을까?


중기부의 '2021년 벤처투자실적 분석'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7.7조 원으로 전년 대비 78%나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우리가 관심 있어하는 ICT 서비스 업종은 31.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프로 보면 더 어마어마한 수치 | 중기부


게다가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가 망하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가능성만 있다면 제2, 제3의 투자를 통해 어떻게든 유의미한 성장과 엑싯(Exit)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를 도모하고자 할 것이다.


이처럼, 상투적인 표현을 빌자면, 단군 이래 최대로 벤처/스타트업에 자본이 몰리고 있고, 역량 있는 스타트업은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기회를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있다.



둘째, 우리는 평생직장을 염두에 두고 이직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 이직을 결심한 이상, 우리는 이제 커리어를 개발하고 자신의 몸값을 높여가며 기회가 된다면 제2, 제3의 이직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직한 스타트업과 본인의 핏이 너무나 딱 들어맞아서 장기적으로 몸담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을 보면 보통 2~3년, 짧게는 1년 미만의 기간을 일하고 이직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해당 스타트업이 설령 망한다 할지라도, 그전에 여러분이 그 회사를 떠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커리어나 경험들을 흡수하고 개발해나가다가, 외부에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좇아가는 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제 우리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서 벗어나 좀 더 자기 자신의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 강하게 말하면, 조금 더 이기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처음이 힘들지만 그 이후의 이직 과정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렇다고 취미가 이직이 되는 것은 경계하자



셋째, 적어도 우리는 금방 망할 회사와 그렇지 않을 회사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여러분이 이직을 한다면 1) 헤드헌터를 통해2) 지인 추천으로, 또는 3) 본인이 직접 찾아서 지원하는 경우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먼저 헤드헌터를 쓰는 회사라면 어느 정도 자본력이 있고, 좋은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검증된 곳일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헤드헌터가 자기 밥줄을 걸고 우리에게 불량한 회사를 소개해줄 이유가 없다. (물론 어디든 예외는 존재한다)


지인 추천이라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 지인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듣고 회사의 잠재력을 가늠해 보자. 특히 그 사람이 회사 외부인일 경우에는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 않고 신빙성이 적을 수 있다. 이 점을 경계하고 판단해야 한다.


해당 회사에 재직 중인 지인이라 하더라도, 그 회사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확인을 꼭 받자. 실제로 나 또한 내부 지인 추천으로 입사를 고민하다가 포기한 회사가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인이 회사를 퇴사하고는 악평을 쏟아내길래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채용공고 등을 확인하여 본인이 직접 지원하는 경우라면, 최소한 내가 이 회사에 재직할 동안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보아야 한다. 형식적인 보도자료보다는, 각종 채용 및 직장인 관련 커뮤니티 리뷰, 지인이 없다면 지인의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라도 현직자나 퇴사자를 접촉해보는 노력을 해볼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같은 대기업 출신들은 어느 정도의 보수성이 이미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를 본다면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들게 되기 마련이다. 본인의 대기업 짬바를 무시하지 말지어다.




정리하자면,

지금 시대는 괜찮은 스타트업이 망하려야 망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이 쏠리고 있고,

그 스타트업이 망하기 전에 내가 이직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근본적으로 우리는 망하지 않을 회사를 고를 수 있다.


나 역시 예전 부장님의 우려와 달리 스타트업 이직 이후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없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난 김에 오늘 저녁에 부장님께 잘 지내고 있다고 안부전화나 한번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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