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는
스스로 성장을 원할 때 발현된다
흔히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에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성과 달성을 위해 동기부여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얘기를 하곤 한다. 학창 시절 공부에 대한 부모님들의 압박에는 항상 이런 말이 뒤따랐다. '누가 나 좋으라고 공부하라고 하냐?', '다 너 좋으라고 공부하라고 하지.' 하지만 그 시절 공부가 나에게 좋다는 것을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한다. 공부를 잘하는 소수 만이 그 의미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모든 성과는 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직장에서 성과도 회사가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 이해하는 사람만이 회사가 동기부여를 해주기를 바란다. 동기부여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쉬운 방식으로 모두 돈을 얘기한다. 연봉이 될 수 있고 성과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돈이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준다는 것은 동기부여가 아닌 성과에 대한 보상이다. 보상이 어떻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보상은 성과 이후에 따라오는 것이지 성과를 이루기 위해 동기부여로 보상을 먼저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동기부여는 조종이 아닌 자율성이다. 구글 조직의 OKR에 찬성하지만 개인의 자율성 의식이 높을 때 의미가 있다. 나는 OKR의 핵심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구글의 OKR을 도입해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조직이 많지만 구글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문화가 자율성에 대한 의식이 낮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는 자율성이 보장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자율성을 행사하는 주체의 의식이 높아야만 효과가 있다.
예전 회사에서 주니어들 사이에 동기부여에 대한 이슈가 매년 있어왔다. 그 이슈의 시기는 항상 동일했다. 바로 연봉협상 기간에 주로 동기부여에 대한 불만이 컸다. 큰 인상률이 없는 연봉 및 성과급이 동기부여를 저하시킨다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클라이언트가 일을 긴박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매번 야근을 하는 상황을 이유로 좀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했다가 싫은 소리만 들었다고 불만을 얘기하기도 했으며, 연봉이나 성과급에 높은 인상이 있으면 좀 더 열심히 일 할 텐데 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항상 불난 집에 기름을 붓기라도 하듯 관리자는 '동기부여는 회사가 아닌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주니들의 원성을 사곤 했다. 근데 동기부여는 스스로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연봉이나 인센티브가 인상이 되지 않는 이유는 성과가 없는 이유가 가장 크다. 성과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보상을 외면하는 것은 회사가 잘 못 된 게 맞다. 일단 그런 기준이 아닌 동기부여에 대한 생각을 말하려 한다. 대부분 돈을 많이 주면 동기부여가 올라가고 성과 또한 달성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이 돈을 많이 줘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 돈에 대한 효과는 길어야 6개월 짧게는 3개월뿐이다. 문제는 사람에 있다.
몇 달 전 디자이너의 실무 환경에 대한 주제로 클럽하우스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때 주니어 한 분이 돈을 많이 주면 환경도 좋아지고 디자이너의 성과나 역량도 높아질 거라 말한 적이 있다. 이 분의 돈 예찬론이 너무 강경해서 듣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돈을 많이 주면 성과도 역량도 다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돈도 중요하다. 일에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를 표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하자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동기부여를 발현시키지는 못한다. 나는 실무에서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었다. 돈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 내 노동의 대가를 작게 줘도 상관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보상과 동기부여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특징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그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자부심이나 책임감이 컸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나 책임감이 동기부여의 한 가지 요소였을 거라 생각된다. 두 번째, 항상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같이 일을 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 시안 작업만 해봐도 알 수 있다. 시안이 나날이 디벨롭되어 간다. 이틀 전의 시안과 이틀 후의 시안의 완성도가 달랐다. 그리고 데드라인 직전까지 개선하고 완성도를 높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업에 대한 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항상 업에 대한 얘기가 주제가 된다. 업에 대한 트렌드 그리고 트렌드에 대한 남들의 생각들을 묻고 본인의 생각을 얘기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대 부분은 성과에 대해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성과에 대한 인정이 있으니 당연히 보상도 컸던 걸로 기억한다. 하기 싫은 일을 보상으로 조종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공부 자체를 싫어하는 자식에게 성적이 오르면 보상을 주겠다는 부모님의 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동기는 중요하다. 동기는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내적인 직접요인의 총칭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분명 그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행동을 일으키게 하고, 그 이유가 유지될 때 행동 또한 유지한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내가 운동을 하는 동기는 건강에 좋고, 운동 후 상쾌함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매까지 관리할 수 있으니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계속한다. 이 동기는 내가 부여한 것이지 제삼자가 부여해준 것이 아니다. 운동의 좋은 점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내가 운동을 하게 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다. 운동을 해도 변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짧게는 3~4주 길게는 8~12주가 걸린다. 대부분 운동을 포기하는 이유가 3~4주의 기간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3~4주만 넘기면 수월하다. 그 이유는 몸이 변하는 것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더 큰 성과를 상상하게 된다. 성과가 눈에 보이니 운동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운동을 좋아하게 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여야 한다. 먼저 성장의 기간에 들어서야 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첫 번째는 스스로 그 일을 좋아해야 한다. 싫은 일은 하며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은 숙달 욕이 있어야 한다.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없다면 성장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은 그 일을 유지하게 해주는 가치관이다. 사람은 스스로 가치관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앞에서 말한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말하는 동기부여와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돈 자체가 전부는 아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돈만이 스스로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성장의 주도권과 통제권은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이 주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본인의 성장을 위해 성과를 내는 것이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성장은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고 그 성과에 대한 보상은 회사가 해주는 것이 맞다. 회사가 먼저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본인의 성장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