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위스키를 즐기는 취미가 생겼다. 자기 전에 한잔 정도 향과 맛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데일리샷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알게 됐다. 국내에서 주류는 전통주만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다. 그 외 술들은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데일리샷은 이 부분으로 파고들어 구매 결제는 온라인에서 하고, 수령만 집 근처 오프라인 픽업 장소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 간다. 온라인에서 결재를 하면 픽업 장소까지 배송해 준다. 구매하고 싶은 재고를 찾으러 오프라인 리쿼샵을(주류판매샵) 전전할 필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근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바로 극 소수량의 재고를 판매하는 방식이 그리 좋은 경험을 선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일까?
데일리샷은 인기가 많은 주류의 판매를 당첨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 맥켈란, 발베니의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재고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재고가 없기 때문인데, 실제로 수입사에 들여오는 재고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수요 급증과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인 품귀현상이다. 데일리샷은 한때 판매 시간을 공지하고 판매를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4월 30일 6시 맥켈란 선착순 판매' 이런 식의 판매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어땠을까? 6시에 접속자 수가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어 버렸다. 당연히 판매도 되지 못했다. 서버 증설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데일리샷은 서버 증설을 하기보다 당첨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살 수 있는 권한을 당첨을 통해 부여하는 방식이다. 응모기간을 설정하고 응모가 끝나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발표한다. 그럼 당첨된 사람은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경품 추첨도 아닌 정가를 내고 구매하는데 추첨 방식을 사용하다니... 아파트 분양과 같은 방식이다. 근데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큰 의문이 생겼다. 바로 응모 횟수라는 것을 만들어 응모 횟수가 올라갈수록 당첨확률도 올라간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내가 '공유하고 당첨 확률 높이기 버튼'을 통해 내 지인에게 링크를 공유하고 그 공유 링크로 내 지인이 응모를 하면 내 응모 횟수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데일리샷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지 않은 지인이라면 설치 후 가입을 하고 응모를 해야 한다. 아마 대부분이 신규 설치를 해야 하는 지인에게 부탁할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 제품의 구매 의사가 있는 유저가 내가 공유한 링크로 응모하지는 않지 않겠는가? 내 당첨 확률만 높여주는 꼴이니. 데일리샷은 이런 방식으로 다운로드 수를 늘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지 않으면 응모 횟수라는 요소를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 또한 지인 두 명에게 부탁해 응모 횟수를 올렸다. 두 명 모두 데일리샷을 새로 설치하고 가입했다. 협조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응모 횟수가 당첨률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데일리샷의 이런 판매 방식에 거부감이 들었다.
과연 내가 응모 횟수를 올린 것이 당첨에 큰 의미가 있을까? 당첨자 결과가 나오고 문득 이런 의문의 들었다. 아마도 내가 당첨되지 않아서 더 큰 의문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만약 당첨률에 대한 로직을 사용자가 알았을 때 과연 사용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 UX 관점에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적절한 방식일까? 그리하여 데일리샷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다. 빠르고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지만 처음에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자주 방문하는 위스키 카페에 의견을 물었다. 수학이나 통계학에 종사하시는 회원분이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 해서다. 마침 수학강사 출신의 회원분께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이유는 계정당 한 번의 추첨으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모 횟수를 추첨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나는 총 3개의 추첨권이 있는 셈이다. 그러니 추첨권을 2개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당연히 당첨률이 올라간다고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응모 횟수가 당첨률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 실제로 확률적으로 많은 사람이 응모할수록 당첨률은 극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강사 출신의 회원분은 이런 통계를 내주셨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응모를 유도하면 나의 당첨확률이 올라간다고 유도 하지만 실제로는 나만 혼자 응모 횟수를 늘리 것이 아니니 전체 응모자수가 올라가게 된다. 그럼 응모 횟수를 올리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불신이다. 경험이 남긴 것은 응모 횟수는 당첨률에 큰 의미가 없다는 불신이다. 응모 횟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내 링크로 응모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당첨이 되고 싶은 사람은 남의 링크로 응모하지는 않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당첨에 관심이 없는 지인을 섭외해 데일리샷을 설치하고 가입하고 응모를 시켜야 되는데 이 과정이 당첨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 후로 불신이 생겼다. '아! 당했구나.' 나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데일리샷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스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앱 설치로 유도하면 없던 관심이 생기겠는가? 내 사례를 봐도 위스키에 관심을 가진 후에야 데일리샷에 관심이 생겼다. 의미 없는 1,000명의 유저보다 의미 있는 100명의 유저가 중요하다. 데이터 상으로 앱 다운로드 수치가 올라가겠지만 과연 다운로수가 의미 있을지는 모르겠다.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전환율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나는 지인 두 명을 유도해 내 공유 링크로 응모를 시켰다. 앱 다운로드 수와 가입자 수가 두 명 늘어났겠지만, 이 두 명은 실제로 데일리샷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실제로 데일리샷을 사용하는 나, 한 명은 그 서비스에 불신이 생겼다.
경험이 남긴 것은 상승하는 데이터 겠지만, 실제 액티브 유저의 거부감은 어쩔 것인가? 당첨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은 맞다. 당첨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내가 의문을 갖는 것은 응모 횟수를 유도하는 방식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첨률에는 큰 의미가 없는데 말이다.
또 정가를 주고 사는 제품을 당첨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맞는 방식일까? 경품도 아니고 특가 할인도 아닌 것을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응모 횟수의 당첨 확률을 유저가 알아 버렸다. 서버를 증설해 선착순 판매가 더 오해 없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데일리샷은 당첨 판매 방식을 통해 가입률이 올라갔다는 데이터를 얻을 것이다. 그 데이터는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로 사용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투자자라면 가입률 대비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전환율을 확인할 것이다. 가입률은 상승했어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환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의미 없는 1,000명의 유저보다 의미 있는 100명의 유저가 중요한 이유다. 의미 없는 1,000명의 유저로 가입률을 올리는 것보다 의미 있는 100명의 유저를 공략해 전환율을 올리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