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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Aug 28. 2022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

몇 개월 전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의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의 핵심은 써브웨이의 주문 방식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써브웨이는 다른 패스트푸드와는 다르게 메뉴의 대부분을 내 기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할 수 있다. 메뉴의 커스터마이징은 써브웨이를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핵심 요소를 불편하니 바꿔야 한다는 주장의 글을 보고 '사용자 경험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사용자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사용자 경험은 비즈니스의 spirit이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비즈니스와 상관없이 무조건 사용자가 편해야 하는 것일까? 내 생각을 말하자면 사용자 경험은 무조건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 경험은 기업이 마켓에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하나의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사용자 경험은 비즈니스 모델과 부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소 사용자의 불편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용자 경험은
무조건 사용자가 편해야 하는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은 무엇일까?

사용자 경험을 논하기 전에 먼저 사용자 경험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용자 경험 즉, UX는 사람에 대한 이해, 인문학이 핵심이고, 기업이 마켓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할 때 그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인지과학자 도널드 노먼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도널드 노먼은 애플 재직 시절 명함에 사용자 경험 설계자라는 직함을 새겨 넣고 다녔다. 그것이 UX의 유래다. 마켓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팔려고 만드는 사람, 필요한 걸 사려는 사람. UX 이전에 모든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려고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사유했다. 공급과잉 시대 이전에는 그런 관점에 문제가 없었다.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공급의 질 보다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대량 생산에 중점을 두었다. 그것이 바로 생산자 관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빠르게 팔 수 있을까?’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공급과잉 시대에 도래하게 되면서 사용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더 이상 기업들의 공급자 관점으로는 마켓에서 사용자를 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무렵 선도적 기업들은 기존 공급자 방식에서 사용자 관점으로 사고방식이 바뀌게 된다. 그렇게 UX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사용하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주목받게 된다. 즉,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지 생산하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UX에서 말하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 사용자 경험이 강조하는 사고방식이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를 위한 것이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용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사실 기업을 위한 것이다. 기업이 마켓에서 다수의 경쟁자를 제치고 성장과 생존을 지속하기 위한 사고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기업 스스로가 마켓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사용자 경험은 기업의 이익을 목표한다. 사용자를 만족시키면서 기업의 이익을 도모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업이 아닌 사용자의 편의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용자 경험에 대해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은 기업의 수익모델과 부합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고 지속 가능하다. 간혹 기업의 수익모델과 반대의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앞에서 말한 써브웨이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경험을 축소하고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써브웨이를 처음 찾은 사용자(소비자)가 첫 주문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써브웨이가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은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마켓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해 준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다른 패스트푸드와 비교했을 때 다소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써브웨이의 커스터마이징 주문 경험은 써브웨이의 성장과 부합하는 사용자 경험이다.




불편한 사용자 경험이 오히려 마켓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써브웨이의 첫 경험은 당황스러웠다. 이래저래 물어보는 것도 많고 당최 어떤 걸 고르라는 것인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첫 경험에 국한되는 문제지 지속적인 불편함과 어려움은 아니다. 오히려 첫 경험 후 나에게 선택권이 많다는 건 큰 장점이 되었다. 전 세계 패스트푸드에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써브웨이가 유일하다. 다른 패스트푸드의 경우 메뉴가 정해저 있고, 만드는 과정에 사용자(소비자)가 개입할 수 없다. 하지만 써브웨이는 만드는 과정을 소비자가 모두 주도한다. 재료에 대한 선택권은 모두 소비자에게 있다. 아마 이것이 불편함을 야기한다고 생각하는 글이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소비자를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써브웨이의 사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써브웨이는 다이어터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에게 많은 각광을 받는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빵을 파내고 주문할 수도 있고, 채식주의자들은 모든 고기를 빼고 채소만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빵은 무려 양쪽을 파낼지 한쪽 면만 파낼지도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주문에서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소비자가 지켜본다. 한 마디로 써브웨이의 커스터마이징은 주도권의 경험이다. 공급자의 주도권 방식에서 소비자의 주도권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맥도널드의 빅맥 제조 과정의 주도권은 맥도널드에게 있다.(나는 빅맥을 매우 좋아한다.) 소비자는 맥도널드에서 정해진 레시피대로 만들어진 빅맥만 먹을 수 있다.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사용자에게 오픈되지 않는다. 하지만 써브웨이의 샌드위치는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있다. 이게 써브웨이의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점이다. 이 차별점으로 정해진 레시피대로 제품을 만드는 패스트푸드 마켓에서 써브웨이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성장해 왔다. 만약 이러한 써브웨이의 커스터마이징이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기 때문에 주문 방식을 다른 패스트푸드의 방식과 유사하게 바꾼다면 기존의 차별화를 잃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의 주문이 편해지는 대신 패스트푸드 마켓에서 차별점은 사라진다. 써브웨이처럼 다소 불편한 사용자 경험이 오히려 마켓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용자 경험은 비즈니스 모델과 부합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은 그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부합해야 한다. 써브웨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커스터마이징 경험이다. 이 경험이 다소 불편하다고 해서 이 부분을 제거한다면 써브웨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망가진다.

UX는 비즈니스의 한 요소이다.

차라리 줄을 서서 주문하는 동선을   효율적으로 개선한다던지, 처음 주문하는 소비자를 위한 주문 가이드 안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다. 아니면 주문의 방식을 디지털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처럼 직원과 대면이 아닌, 미리 앱을 통해 주문 가이드를 숙지하고 천천히 메뉴와 재료를 보면서 주문을   있게 디지털화하는 것도 방법이   있다. 그렇다면  주문  당황스러움과 복잡함을 조금은 개선할  있지 않을까? 이런 불편한 브랜드 경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이케아가 있다. 이케아는 완성된 가구가 아닌 조립식 가구를 판매한다. 이케아는 다른 완성품 가구와 다르게 소비자가 주도해서 조립하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브랜딩 한다. 내가 조립해서 설치한 가구에  애착이 가는 것은 사실이나 반대로 어렵고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케아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자가 불편하니 완성된 가구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맞는 방향일까? 오히려 조립  사용자들의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니 조립 과정을  쉽게   있게 ‘모바일을 통해 조립 영상을 제공하자 맞지 않을까? 사용자 경험의 핵심은 단순히 사용자에게 편리함 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비즈니스 수익 모델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실패하는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 경험 설계 자체의 실패가 아닌, 마켓에서 차별화되지 못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의 실패가  크다. 실패하는 서비스나 제품은 잘못된 사용자 경험 설계 탓이 아니다. 마켓에서 차별화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의 탓이  크다. 비즈니스 모델과 부합하는 사용자 경험만이 성공하고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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