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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ep 17. 2022

브랜드 디자인(feat. toss)

얼마 전 토스의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이 공개되었다. 정확하게는 새로운 심볼을 공개한 것인데, 모두가 칭찬일색인 상황에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토스의 아트웍은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하다. 3D 그래픽 디자인을 그렇게 잘 만들어내는 인하우스 조직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비주얼 그래픽 디자인 또한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랜드 자체가 너무 디지털 아트에 포커싱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완성도 있는 그래픽도 그 안에 명확한 정신이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새롭게 론칭한 토스의 심볼은 토스의 정신을 나타내기보다는 아트에만 집중한 모양새였다. 모두가 칭찬일색인 상황에서 반대의 의견을 내기란 부담스럽다. 하여 어느 정도 텀을 두고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하려는 브랜드 개념은 아트웍인 아닌 기업의 정신 즉, '비즈니스를 어떤 메타포로 시장에 인식시키는가?'이다. 그리고 그 인식은 지속적인 신뢰를 목표로 한다.






브랜드 디자인은 비주얼 그래픽이 아니라
비즈니스 신뢰의 이미지 설계다.





브랜드는 무엇일까?

브랜드의 어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노르웨이어 ‘brandr’에서 유래됐다는 설, 가축의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 불로 달군 인두로 낙인을 찍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하나는 영국의 위스키 제조 업자들이 자신들의 위스키 통을 구별하기 위해 인두로 짖어 표시한다는 ‘burned’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브랜드의 기원은 다수의 것들에서 내 것을 구별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것은 동일하다. 구별 짓기 위해 표시하는 것. 이것이 브랜드의 기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브랜드는 산업혁명 이후 더욱 보편화되었다. 대량으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혁명 시절 너도 나도 같은 그릇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A상점에서 산 불량 그릇을 B상점에 가서 교환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같은 모양의 제품이기에 생산자조차 자신의 제품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자신들의 제품에 고유의 표식을 새겨 넣기 시작하면서 불필요한 교환을 막기 시작했다.


A상점 : “우리 제품 하단 바닥에 영어 철자로 내 이름을 새겨 넣었어. 그게 없으면 우리 제품이 아니니 불량 제품은 B상점으로 가서 교환하도록 해”


브랜드는 공급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제품을 구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보편화가 되었다. 초반에는 단순하게 생산자의 이름을 새겨 넣기 시작했으나, 후에 좀 더 의미 있는 단어와 문장, 비즈니스 철학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랜드는 의식의 진화를 거급하면서 고도화되었다.




브랜드는 무엇과 부합해야 하는가?

브랜드는 무엇과 부합해야 할까? 먼저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부터 설명해보자. 초기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 기업은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 이미지는 기존 시장에서 경쟁자들과는 확실하게 구별되어야 하며, 특별해야 한다. 그 이유는 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은 모두 처음에는 신생 기업이었다. 브랜드를 쉽게 말하자면 이미지다. '첫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만큼 첫 이미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와 부합하는 사실이다. 이미지는 사실과 부합해야 한다. 건강한 이미지는 실제로 건강해야 하며, 활발한 이미지는 실제로 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한 이미지의 스타가 있다고 하자. 본인 또한 연예계라는 시장에서 건강함을 콘셉트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몸매, 외형적 이미지로는 건강미가 넘친다. 하지만 실제로 고지혈증과 당뇨에 온갖 지병으로 고생하는 사실을 대중들이 알게 된 다면 과연 그 사람의 건강한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많은 기업들은 건강미를 필요로 하는 제품에 그 사람을 모델로 섭외할 수 있을까? 브랜드는 이미지와 실제가 부합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나는 이것을 브랜드 설득력이라 말한다. 망하는 브랜드들은 브랜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랜드 설득력이 강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비스나 제품이 실제로 우수해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성공하는 기업은 없다. 실제로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가 있는 기업이 성공한다.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서 성공하는 기업은 없다. 브랜드 하면 대표적인 기업이 지겹게 말하는 애플이다. 애플은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서 성공한 게 아니라, 실제로 제품과 서비스가 훌륭하기 때문에 글로벌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실제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성을 시장에 인식시키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똑똑하게 실행한 기업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예를 들어 보자. 모두가 물리적 자판이 달린 디바이스의 스마트폰을 고수할 때 애플은 그들의 기술력으로 과감하게 자판이 없는 아이폰을 출시했다. 그리고 자판을 없애는 것을 혁신으로 인식시켰다. 또 애플은 하드웨어만 신경 쓰지 않았다. 하드웨어가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또한 신경 써 개발하고 배포했다. 그리고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시장을 바꿨다. 세상은 뉴턴, 아인슈타인, 에디슨, 그레이엄 벨 등과 같은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노력으로 바뀌었다. 애플의 제품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시장의 판을 바꿨다. 애플의 브랜드 설득력은 시장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애플의 혁신적인 이미지는 혁신적인 제품과 부합하기 때문에 브랜드 설득력이 강하다. 브랜드 이미지는 사실과 부합해야 한다.




브랜드는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떻게 보여야 할까? 나는 브랜드는 사실과 부합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과 부합하면 브랜드는 신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젠틀한 슈트를 입은 남자가 실제 젠틀하다면 그 사람의 젠틀함에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겉은 젠틀한데 말을 섞어 보니 상스러운 은어와 음담패설을 늘어놓은 다면, 그 사람에 대한 젠틀함에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젠틀한 이미지의 사람이 실제 젠틀한 행동을 할 때 신뢰가 생긴다. 브랜드는 신뢰의 이미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미지 설계는 한번 또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이미지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비로소 구축된다. 브랜드는 이미지와 맞는 행동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보여줘야 한다.




브랜드는 과연 무엇을 연상케 해야 하는가?

브랜드는 이미지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무엇을 연상케 해야 할까? 초기 시장에 진입하는 브랜드는 거창하거나 광대한 포부를 연상케 하기보다는 신규 진입한 마켓 포지션을 연상케 하면 좋다. (그렇다고 꼭 마켓 포지션을 연상케 해야 하는 강박의 함정에 빠질 필요는 없다.) 바로 이 부분이 토스의 새로운 브랜드가 난해하다는 이유다. 토스는 금융을 키워드로 포지셔닝한 스타트업이다. 금융의 차원을 바꾼다고 외치지만 토스는 금융을 바꿀 수 없다. 한 나라의 금융은 중앙은행과 중앙정부의 정책에 의해 바뀐다. 토스는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지 금융을 바꾸는 스타트업은 아니다. '금융의 차원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이 새로운 로고에 반영되면서 토스의 심벌은 마켓 포지션을 연상케 하지 못한다. '금융'이 아닌 '차원'에 집중한 나머지 지금의 심볼이 탄생하게 된 거 같다. 토스의 비즈니스 마켓 포지션은 쉬운 금융인가? 아니면 차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금융' 아닌가? 그렇다면 왜 '금융'이 아닌 '차원'이 메타포가 되었는지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금융의 차원을 바꾼다'는 브랜드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심볼은 쉬운 금융을 연상케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스타트업에서 브랜드 개발과 브랜딩을 잘하는 기업은 배달의 민족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의 마켓 포지션을 명확하게 담고 있고, 브랜드 캠페인 또한 마켓 포지션을 반영한 적절한 위트가 있다. (배달의 민족은 이미지와 행동이 부합한다.)


토스의 메타포는 쉬운 금융이라는 마켓 포지션을 이해하기 어렵다.

토스

배달의민족은 배달이라는 마켓 포지션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배달의민족

우버는 타입 페이스의 메타포를 도로의 유연한 형태에서 가져왔다.

우버




토스의 새로운 브랜드는 실제인가? 비전인가?

스타트업의 초기 포부는 굉장히 거대하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목표로 시작한다. 브랜드는 거대한 철학, 위대한 포부 즉, 비전을 담아야 한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마켓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포부는 허풍처럼 보일 수 있다. 애플 또한 실제 제품과 서비스가 혁신적일 때 혁신의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됐다. 지금 토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른 금융 브랜드에서도 동일하게 서비스한다. 현재 토스는 금융의 차원을 바꿀만한 킬러 서비스가 없다. 토스의 송금 서비스의 사용성이 쉽고 훌륭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용성이 좋다고 금융의 차원을 바꿨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이는 실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비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토스의 이미지와 실제는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브랜드 리뉴얼로 인해 오히려 브랜드 설득력에 의문이 생겼다. 이번 리뉴얼된 브랜드는 아트웍에 집중한 나머지 쉬운 금융이라는 마켓 정체성을 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또 마켓 포지션에 대한 연상도 되지 않는다. 금융의 차원을 바꾼다는 비전을 표현했다기에는 매우 난해한 메타포와 비주얼이다. 또 쉬운 금융이라는 마켓 포지션에 비해 브랜드는 더 어려워졌다. 쉬운 금융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메타포 또한 쉬웠어야 했다.

단도와 기본 컬러형 심볼이 전혀 다른 조형적 의미를 가진다.

또 심볼은 단도로 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컬러로만 면과 입체를 구성하게 되면 단도일 경우 그 구분이 모호해진다. 그 결과 단도와 기본형이 전혀 다른 조형적 의미를 가진다.


스타트업인 토스가 지금 시점에서 보여 줘야 할 것은 브랜드 이미지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실제로 금융 시장의 차원을 바꿀만한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와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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