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un Jul 10. 2023

Color UX

나는 컬러에 약한 편이다. 색상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컬러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RGB, CMYK, 색상환표, 보색대비, 채도, 명도와 같은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뻔한 얘기는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컬러가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디자인은 사회 안에서 작동한다. 디자인의 구성 요소인 컬러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UI·UX를 디자인할 때 컬러는 매우 중요하다. 컬러로 중요한 정보의 우선순위를 표현할 수도 있고 CTA(call to action, 콜 투 액션)의 주목도를 강조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위험, 주의, 안전을 컬러로 전달할 수도 있다.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정보를 제공할 때나 중요한 정보를 삭제하기 전에는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데 흔히 빨간색을 사용한다. 주의를 요할 때는 노란색, 안전한 상황에서는 초록색 또는 파란색을 쓴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컬러의 의미는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우리가 매일 보는 신호 등에 있는 컬러다.





사회 안에서 컬러란?





빨강, 노랑, 초록의 사회적 의미

자동차 신호등 기준으로 말하면 빨간색은 정지, 노란색은 주의, 초록색은 안전하게 내가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신호다. 신호등의 세 가지 컬러는 사회적 약속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동일하다. 사회 안에서 깊게 인식된 약속이기 때문에 누구나 세 가지의 컬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비스 UI·UX를 디자인할 때 이 세 가지 컬러의 의미를 맥락에 따라 동일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정보를 삭제하기 전이나 잘못된 정보를 작성했을 때 빨간색으로 정보를 표시해 준다. 비밀번호 설정 시 보안이 취약한 비밀번호 조합은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보안이 보통이라면 노란색, 보안이 높은 조합 이면 초록색으로 표시한다. 세 가지 컬러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위험, 주의, 안전의 의미로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컬러다. 그러니 이런 사회적 인식의 요소를 사용하면 사용자가 의도를 더 이해하기 더 쉽다. 만약 어떤 디자이너가 위험, 주의, 안전의 의미를 새로운 컬러로 디자인 하면 컬러의 의미를 사용자에게 인식시키기까지 많은 혼란이 빚어지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컬러를 선택할 때는 맥락을 살펴라

그렇다면 세 가지 컬러가 담고 있는 의미는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적용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맥락은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만들어 내는 관계나 흐름을 말한다.] 오래전 한 기업의 대시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일이다. 대시보드는 경영진이 매출, 매입, 날씨, 주식 시장 상황 등 비즈니스와 연관 있는 정보를 한 화면에서 간략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중에서 주식 정보를 디자인할 때 에피소드다.


그때는 주식을 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나는 주식에 대해 전혀 몰랐고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디렉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식 정보는 사려는 사람이 많아 주식 가격이 오르면 빨간색, 팔려는 사람이 많아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앞에서 말한 신호등의 빨강은 위험, 초록은 안전의 의미와는 반대다. 나는 주식 사이트를 확인하고 주식이 오를 때 빨간색, 떨어질 때 파란색으로 디자인했다. 그런데 디렉터가 내 시안을 확인하면서 “아니,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사용자 입장에서 위험인데 왜 파란색으로 디자인했어? 제대로 한 게 맞아?”라는 질문을 던졌다. ‘들어 보니 그렇네!’ 하는 생각과 보통 빨강은 위험, 파랑은 안전인데 사용자 입장에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위험이고 오르면 안전 아닌가, 나 또한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가 실수한 것 같네요.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고 주식 사이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생각으로 컬러를 사용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처음에 디자인한 컬러의 정보가 맞았다.


이처럼 컬러는 사회 안에서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컬러에 의미를 적용하기 전에 사회적 맥락을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한 가지 더! 브랜드 디자인을 할 때도 컬러는 굉장히 중요하다.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컬러는 브랜드를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럭셔리 브랜드 비주얼을 디자인한다면 기존에 자리매김 한 럭셔리 브랜드의 컬러를 조사하고 분석해 보길 바란다. 그중 자주 눈에 띄는 컬러가 있다면 럭셔리를 표현하는데 유리한 컬러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회에서 이미 인식이 굳어 있는 요소를 활용하는 방법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럭셔리 브랜드들이 많이 쓰는 컬러는 퍼플, 블랙, 골드브라운 컬러가 있다. 만약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에 노란색을 사용한다면 럭셔리라는 속성을 사람들이 인식하기까지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노란색이 럭셔리로 인식된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노란색을 럭셔리로 사회에서 인식하도록 당신이 만들면 된다. 다른 말로 차별화 전략이다.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컬러는 쉽게 인식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차별화는 없다. 럭셔리를 노란색으로 표현한다면 분명 차별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 새로운 정보를 인식시키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이미 사회 안에서 인식되어 있는 컬러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디자인을 하면서 컬러를 사용하기 전에 내가 사용하는 컬러가 사회에서 어떤 맥락으로 인식되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라.

늘지 않는 디자인[사회 안에서 컬러란?]중에서




참고 도서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사용자 경험을 말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