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서비스를 설계할 때 흔히 그리고 자주 하는 말이 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용자 경험은 도대체 무엇일까? 누구나 사용자 경험이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어려워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용자 경험이란 무엇일까? 사용자에게 도대체 어떤 경험을 선사해야 할까? 내가 사용자 경험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는 사용자 관점의 설계로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주라는 것!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보다 더 중요한 건 비즈니스 모델을 극대화할 것! 사용자 경험은 긍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극대화 한 경험이다.
도대체 사용자 경험은 뭔가요?
먼저 용어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자. 비즈니스 모델은 뭐고, 사용자 경험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비즈니스 모델,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마케팅하며,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하는 계획 또는 사업 아이디어. 사용자 경험,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축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 이 둘은 개념은 같은 선상 위에 있지 않다.
모든 서비스와 제품은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아! 이렇게 하면 돈을 좀 벌 수 있을 거 같아!'에서 시작하고 정말 돈을 벌 수 있는지 증명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수정하고 개선해 나간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꼭 사용자 경험만으로 성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없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바로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다. 사용자 경험을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로 오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째서 리모컨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버튼들이 붙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유는 개발자들의 악의 없는, 사용자를 위한 순진한 선의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항상 '기능추가'라는 적과의 전투를 벌인다. "여기 이 부분이 비는데 이 기능을 더 추가하는 건 어때?"와 같은 기능추가라는 적 말이다. 그렇게 기능은 하나둘씩 늘어 빽빽하게 빈틈을 채워 나간다. 개발자들은 빽빽하게 기능들이 채워지니 뭔가 구성도 탄탄해 보이고, 다양한 기능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편의성을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평균적으로 몇 가지 기능들만 사용한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7~10개의 알파벳 까지만을 기억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기억력은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대단하지 못하다. 올바른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개발자는 모든 기능을 알고 있지만 그건 지식의 저주다. 본인이 모든 기능을 설계하고 개발했으니 그걸 사용하는 사용자도 모든 기능을 이해하고 사용할 거란 착각말이다. 이것이 개발자의 지식의 저주다. 사용자는 그저 전원과 채널 변경 그리고 볼륨 조절 기능만이 필요할 뿐이다.
빽빽한 버튼의 리모컨은 사용자로 하여금 통제력을 잃게 만든다.
유명한 디터람스의 'Less but Better'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포함해 디자인은 단순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왜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에서 조니 아이브는 단순함에 대해서 정의했다. '우리는 왜 단순한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할까요? 물리적인 제품을 다룰 때 그것을 제압할 수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것에 질서를 부여하면, 제품이 사용자에게 순종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단순함은 하나의 시각적 스타일이 아닙니다...중략...제품에 대한 모든 것과 그것의 제조 방식을 이해하는 겁니다.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조니 아이브는 단순함에 대해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제거하고 본질만을 남기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는 애플의 디자인 팀에게 '무엇을 더 넣을지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더 빼야 할지 고민하라'라고 조언한다. 이쯤 되면 디자인이 왜 단순함을 추구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가? 스티브 잡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인용해, ‘단순함은 궁극적인 정교함이다.’라고 정의했다. 바로 본질만 남기는 것이 더 정교하다는 의미다.
디자인이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본질을 통제하기 쉽고 그것이 좋은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단순한 것이 좋은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질까? 꼭 그렇지는 않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독보적 1위의 검색 서비스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독보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사이트는 굉장히 단순하다. 검색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반면 네이버의 검색 사이트는 굉장히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유는 둘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글은 버티컬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왔다. 검색 사이트는 검색과 검색 광고만 제공하고 디스플레이 광고는 구글 Ads로 300만 개 이상 등록된 웹사이트와 유튜브에서 진행한다. 또 영상 콘텐츠 서비스는 유튜브를 통해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그렇기에 구글의 검색사이트는 검색창만 노출할 수 있는 심플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글과 다르다. 네이버는 초기 카페와 블로그 지식인으로 사용자 수를 크게 늘렸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를 위해서라도 카페와 블로그의 내용이 메인에 노출되어 사용자로 하여금 계속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 초반 네이버 핵심 비즈니스는 광고 비즈니스였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검색광고도 있지만 메인 배너 광고 또한 있다. 네이버의 메인 배너 광고는 시간당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를 24시간 365일 운영하니 그 수익 또한 천문학적이다. 그리고 네이버는 포털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왔다. 쇼핑, 콘텐츠, 뮤직, 클라우드 등 네이버 포털 안에서 비스니스 모델을 확장했기 때문에 포털 메인이 구글처럼 검색에만 집중할 수 있게 설계하기가 어렵다. 이 모든 사업을 보여줘야 하니 구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해 보일 뿐이다. 만약 이런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고 메인을 구글과 같이 심플하게 검색에만 집중할 수 있게 사용자 경험을 재설계하자고 한다면, 아마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경영진은 없을 것이다. 이는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네이버와 구글의 사용자 경험을 비교할 때는 이 둘의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이해하고 비교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은 비즈니스 모델을 극대화해서 보여줘 하는 분야이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아니다. 사용자 경험은 꼭 단순해야 한다라는 명제가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사용자 경험에 절대적인 명제는 없으며 비즈니스 모델, 로컬의 문화 등 모든 것을 종합하여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네이버는 본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극대화해서 단순하게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