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un Sep 10. 2024

경험 파헤치기(사용자/브랜드 경험)

사용자 경험(UX), 브랜드 경험(BX)이란 말이 익숙한 요즘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렇게 널리 쓰이는 명칭은 아니었다. 그리고 뒤에 디자인이 붙으면서(UX 디자인, BX 디자인) 다소 아트 디자이너라는 인식으로 통용되긴 했지만, 경험 설계 및 브랜드 설계가 더 이해하기 쉬운 명칭이라 생각한다. 디자인이란 단어가 원래 설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아트 직군에 국한돼서 쓰기에는 그 단어의 원래 의미의 폭이 너무 넓다.


그렇다면 경험을 설계(디자인)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본인을 UX 디자이너 또는 BX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에게 경험 설계의 의미를 물어보면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대답이 주를 이룬다. 나는 한 단어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단어를 최소의 단위로 브레이크 다운 시키는 방법을 선호한다. 당신은 경험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경험은 '사건 + 느낀 점'이다






경험 = 사건 + 느낀 점

경험에 대해 심도 있는 사유를 하게 된 계기는 아라키 슌야의 [카피라이터의 표현법]이란 책에서 아라키 슌야가 경험을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아라키 슌야는 경험을 '사건'과 '느낀 점'으로 구성된 일이라고 대답한다. '사건'이란 과거에 겪은 사실이나 일 자체를 말하고, '느낀 점'은 과거에 체험한 사실이나 일을 통해 자신이 느낀 것을 가리킨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대부분 느낀 점보다는 사건에 더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느 정도 공감되어 나에게 영감을 준 단락이다.


가령 나에게 '작년 발리에서 가족들과 여행 경험은 어땠어'라는 질문에 대답하면 '우붓이란 곳이 너무 좋았고, 루왁커피 농장이 매우 좋았다.' 정도로 대답할 것이다. 대부분 어디를 가고 무엇을 했고 그 지역의 물가 음식 등 사건에 집중돼서 말하게 된다. 하지만 경험에서 '사건'만큼 중요한 부분이 '느낀 점'이다. 대부분 경험에서 '느낀 점'을 간과하게 된다. 우붓에서 느꼈던 감정, 루왁커피 농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사건과 적절하게 섞여야 비로소 발리에서 경험을 정의할 수 있다.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경험을 얘기할 때는 일어난 사건뿐 아니라 느낀 점까지 떠올리면 경험을 더 구체화할 수 있다. 느낀 점은 논리적인 사건의 순서가 아닌 감정의 상태를 말한다. 느낀 점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머릿속에 어렴풋한 이미지다. 이미지는 언어로 표현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이미지는 감정이란 키워드로 표현된다.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우리에게는 수많은 감정이 존재한다. 운동을 할 때 영화를 볼 때 사랑을 할 때 타툴 때 등 무수히 많은 감정이 존재한다. 이 감정의 흔들림에 초첨을 맞추는 것이 당시 느낀 점을 떠올리게 해주는 단서가 된다. 감정은 언어화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없다.




감정의 언어화

감정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메시지를 보낸다. 아라키 슌야는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감정을 언어화하는 첫걸음이라 말한다. 언어화는 어렴풋한 이미지 형태로 존재하는 생각을 말로 구현하는 것이다. '우붓이란 곳이 너무 좋았고, 루왁커피 농장이 매우 좋았다.'는 단순히 사건 자체만 말하고 있다. 감정은 사건과는 다르게 바로 말로 존재하지 않는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언어화하기 위해서는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8살 조카는 발리 바다를 좋아한다. 파도가 밀려오면 도망갔다가 다시 파도가 밀려가면 쫓아가는 놀이를 반복한다. 그래 조카는 바다가 아닌 파도가 좋은가 보다.'


'아버지는 발리 우붓을 좋아한다. 우붓의 파란 하늘과 푸른 정글을 좋아하고, 코코넛 주스를 좋아한다.'


'나는 발리 루왁커피 농장에서 커피 한 잔을 좋아한다. 내가 마시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좋고, 루왁커피만의 시큼하지만 신선한 산미가 좋다.'


'어쩌면 여행은 긴 시간 살을 맞대고 사는 가족이라도 몰랐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인 거 같다.'


'여행은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고 가족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경험일 수 있겠다.'


아라키 슌야는 이렇게 사건을 통해 느낀 점을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경험은 사용자의 감정을 해석하는 것

그럼, 이제 사용자 경험, 브랜드 경험에서의 경험에 대해 해석해 보자. 사용자/브랜드 경험은 사용자가 행한 사건만이 아닌 사용자가 그 사건에서 느낀 감정 또한 말한다. IT 서비스를 사용할 때 어떤 메뉴를 클릭하고 몇 번의 동선을 거치고 하는 사건만이 아닌 그 사건에 느낀 감정도 해석해야 사용자 경험의 해석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경험은 최초 설계 보다 사용자가 서비스나 브랜드를 경험한 이후 감정을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사건과 감정을 해석하고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에어비앤비는 사용자 경험을 점진적으로 해석하고 개선해 지금의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숙소를 제공하고 아침에 ‘오바마와 매케인 시리얼’을 만들어 팔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그것이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인 것을 해석하고 '숙소'라는 비즈니스 키워드를 발견했다.


경험은 초반 설계보다 설계된 이후 사용자의 경험 해석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경험이 개선된다. 처음 경험 설계를 완벽하게 하기보다 가벼운 설계를 통해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을 해석하고 그중 긍정적인 감정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경험의 확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용자 경험은 설계 이후 사용자 감정의 해석이 중요하다.





참고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