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역량은 개인의 역량 평가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리 실무 역량이 높다 한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면 실무 역량이 돋보일 수 없다. 하지만 실무 역량이 높은 사람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역량 또한 높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순하게 아나운서처럼 말을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일까?
'커뮤니케이션'
무의식의 이미지를 언어화하는 것
커뮤니케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들끼리 서로 생각, 느낌 따위의 정보를 주고받는 일. 말이나 글, 그 밖의 소리, 표정, 몸짓 따위로 이루어진다.'라고 국어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한국어로 표현하면 '의사소통'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꼭 언어일 필요는 없다. 외국에서 바디랭귀지 또한 커뮤니케이션이다. 하지면 이 글에서는 실무 즉,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논할 것이다. 대부분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음성 언어 또는 문자 언어로 이루어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높은 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을 잘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연습하면 단시간에 얼마든지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오해 없이 의미의 손실 없이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닌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동기화시키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다.
어느 때처럼 평범한 회의 시간,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이덴티티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다. "이 형태가 우리 아이덴티티와 맞는 거 같아요."라고 본인의 생각을 말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말하는 아이덴티티라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전적 의미인 '정체성'이란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닌, 왜 그 형태가 우리의 아이덴티티와 맞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사람은 '우리 아이덴티티'라는 말을 수십 번 언급했지만 회의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 사람이 말하는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람은 자신만 알고 있는 머릿속의 이미지를 언어화하지 못했다.
모든 생각은 각자의 머릿속에서 시작한다. 대부분의 생각은 무의식에 존재하며 의식적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언어로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안 리뷰에서 여러 시안을 보자마자 A 안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의식의 선택이다. 그 시안이 왜 마음에 드는지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그때부터 무의식의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언어로 말하게 된다. 그 과정의 역량이 높은 사람은 설득력 있는 의견을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의견을 얘기한다.
'우리의 아이덴티티'라는 말은 전혀 의식적인 표현이 아니다. 무의식의 이미지를 전혀 의식화하지 못한 알 수 없는 표현이다. 의식화하지 못한 표현은 각자의 머릿속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들로 입력된다. 그러니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리 없다. 서로 다른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 실무에서 문자 또는 음성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의식의 생각을 언어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시각화하는 것이 더 수월할 수 있다. 무의식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미지 맵 또는 무드 보드로 자신의 무의식 이미지를 시각화할 수 있다. 이미지 맵은 내 머릿속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시각 자료를 찾고 그것을 지도화하는 것이다. 지도화된 시각 자료는 내가 생각하는 목표 이미지가 된다. 그 시각 자료를 기반으로 내 머릿속의 이미지를 설명하면 커뮤니케이션이 더 수월 할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미지 맵은 내 생각을 오해나 손실 없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여러 번 언급하며 주장하던 사람이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이미지 맵으로 정리해 주장했다면 나는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을 오해 없이, 누수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말을 유창하게 또는 상대방의 감정을 최대한 고려해 말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아니다. 말이 유창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동기화시킬 수 있다면 말만 잘하는 것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는 다면 그것 또한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무의식의 이미지를 언어화하는 것, 또는 시각화하는 것.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