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스마트폰의 출시로 모바일 트래픽이 PC 트래픽을 제치면서 디바이스 스크린의 인터페이스는 프로모션 인터페이스에서 서비스 인터페이스로 전환 됐다. 프로모션 인터페이스의 대표적인 매체는 브랜딩을 위한 프로모션 웹사이트였다. 웹사이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안에 브랜드 정체성을 최신 웹 트렌드를 반영해 급진적으로 리뉴얼되는 패턴이었다. 반면 서비스 인터페이스의 대표적인 매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급진적인 리뉴얼을 지양한다.
예전 직장의 인트라 사이트가 리뉴얼된 적이 있다. 이전보다 정보 구조의 정리와 시각적으로 가독성과 UI의 사용성 또한 개선 됐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기존에 내가 쓰던 기능과 정보는 어디로 갔냐?', 등 여러 불만이 있었지만 다행히 불만들은 두 달을 넘기지 않았다. 기존보다 전체적인 개선이 이뤄어 졌는데도 왜 불만이 터져 나왔을까? 그리고 두 달도 안돼 불만들은 없어졌을까? 왜 그럴까? 이 또한 인지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최소한의 감지 가능한 차이의 규칙
-웨버(Weber)-
2009년 한국에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이전 PC 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는 대부분 프로모션 인터페이스가 주를 이뤘다. 프로모션 인터페이스의 특징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최신 웹 기반 기술을 활용해 최대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커머스 사이트를 제외한 브랜드 사이트 경우 서버를 통해 사용자와의 정보를 주고받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급진적인 리뉴얼을 감행해도 사용자의 사용성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웹 트렌드를 반영한 급진적인 리뉴얼이 아니면 클라이언트들은 싫어했다. 제안 PT에서 가장 무섭고 불편한 피드백이 "기존과 바뀐 게 뭔가요?"라는 클라이언트의 물음이었다. PC의 프로모션 인터페이스는 급진적인 리뉴얼을 선호했다.
사이트 리뉴얼은 모든 게 급진적으로 새롭게 바뀌어야만 하는 개념이었다.
반면, 2009년 이후 모바일의 트래픽이 PC의 트래픽을 넘어서면서 대대적인 혁명이 일어났다. 모바일은 PC와는 다르게 사용자가 휴대하는 디바이스로 즉시성이란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항상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로 유입시킬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정보의 교환 및 커머스의 모든 것이 모바일 서비스를 기준으로 구축 됐다. 6시부터 세일 판매가 시작되면, 5시에 사용자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푸시 알림을 보내 커머스 서비스에 끌어 들일 수 있었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 그때그때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모바일의 즉시성이란 성질은 PC의 트래픽을 뛰어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MAU와 DAU(Daily Active Users & Monthly Active Users) 같은 지표가 서비스의 성과로 측정되게 되었다. 한마디로 많은 사용자가 접속하는 서비스가 가치가 있는 서비스로 평가됐다. 그렇지만 아직 모바일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과도기 시절 모바일 서비스 인터페이스 또한 PC의 프로모션 인터페이스처럼 급진적인 리뉴얼이 진행됐다. 하지만 리뉴얼 진행 이후 트래픽이 감소하는 데이터가 수집되면서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UX 분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이 시점이다. 사용자 경험은 인문학 관점으로는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비즈니스 관점으로는 서비스의 최대 트래픽을 끌어올리거나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모바일 서비스의 트래픽은 곧 비즈니스 이익의 지표다.
UX 궁극적인 목적은 트래픽에 있다. 리뉴얼 이후 감소하는 트래픽의 원인을 UX 관점을 통해 분석하던 시절, 당시 떠오르던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은 점진적 개선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했다. 페이스북의 모바일 인터페이스는 급진적으로 리뉴얼된 적이 없다.
당시 페이스북의 모바일 인터페이스는 2주마다 업데이트됐었다. 2주 간격으로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만 업데이트된다.
2주마다 진행되는 점진적 업데이트로 사용자는 인터페이스의 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모바일의 서비스 인터페이스가 급진적 리뉴얼 이후 트래픽이 감소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기존의 패턴을 잃기 때문이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학창 시절 엄마가 내방을 치웠을 때다. 학창 시절 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항상 어지럽혀져 있기 마련이지만 그 어지러움에 나만의 패턴이 있다. 엄마가 보기에는 어지럽혀진 방이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내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다녀온 사이 엄마가 내방을 깨끗하게 치워 놓으면 나는 항상 화를 냈다. 내가 어지럽혀진 걸 선호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유는 하나였다. "엄마! 내가 여기 놓은 거 어디에 치웠어!" 바로 내 패턴을 잃기 때문이다.
엄마가 내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은 급진적 리뉴얼처럼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이다. 이렇게 바꾸면 사용자가 더 편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용자는 급진적 리뉴얼에 기존의 패턴을 잃는다. 패턴을 잃은 사용자는 서비스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
반대로 점진적 리뉴얼은 사용자의 관점이다. 기존 사용자의 패턴을 최대한 유지해 사용자가 이탈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지금은 모바일 서비스의 급진적 리뉴얼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특정 기간을 설정해 점진적 리뉴얼을 진행하는 곳이 다수지만, 급진적 리뉴얼이 불가피할 때 미리 공지를 하던가 아니면 클래식 모드와 리뉴얼 모드를 동시에 제공해 사용자가 새로운 패턴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모바일 서비스 인터페이스는 리뉴얼 보다는 점진적 업데이트로 접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WEBER’S LAW OF JUST NOTICEABLE DIFFERENCE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모바일 서비스의 인터페이스가 눈에 띄는 큰 변화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IT 공룡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자산 규모가 엄청남에도 서비스 인터페이스의 디자인을 크게 바꾼 기업은 많지 않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에른스트 웨버(Ernst Heinrich Weber)의 ‘최소한의 감지 가능한 차이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 이 규칙은 사람들은 자잘한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kg을 들고 있다가 1kg을 덜어내면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10kg을 덜어낸다면 바로 알아차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결과 사람들은 구조나 시스템의 거대한 변화는 아무리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바뀐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는 서비스의 급진적 리뉴얼로 기존의 패턴을 잃게 되면 거부감을 느끼는 반면, 점진적 리뉴얼은 사용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해 서비스의 이탈을 막는다.
예전 직장의 인트라 사이트가 아무리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리뉴얼됐어도 반발이 일어난 이유다. 인트라 사이트는 각종 인사 정보와 업무 진행을 위한 서비스 인터페이스다. 인트라 사이트의 특성은 업무상 사용이 필수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탈할 수 없어 사용자가 새로운 패턴에 적응해야만 한다. 그렇게 새로운 패턴에 적응하는 데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상업적 서비스 인터페이스의 사용자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