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즐겨 먹는 와일드터키 위스키 한 잔을 따르고 독서를 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점심을 뭐를 먹을까 고민하고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했다. 나는 예전부터 배달의민족을 계속해서 사용해 왔다. 이유는 처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이라 처음의 익숙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뿐이다. 배민이 쿠팡이츠보다 더 좋아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처음 사용한 루틴을 바꾸기 귀찮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루틴을 바꾸려 한다.
한때 배달 앱의 경쟁력이 메뉴의 다양성일 때도 있었지만 후발 주자의 약진으로 이제 배달 앱의 본질은 저렴한 배달비와 빠른 배달이 됐다. 이제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점유율을 유지하기엔 힘들지 않을까? 현장에서 배민보다 쿠팡이츠를 이용해 달라고 한다. 위워크가 테크기업이 아닌 것처럼 배달 앱도 테크기업이 아니다. 고객과의 접점이 오프라인인 서비스는 절대로 테크기업이 아니다. 고로 오프라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글에서 말하는 푸드테크는 특정 기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Food와 Tech의 합성어이다.
고객과의 접점이 오프라인인 서비스는
테크 기업이 아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네이버, 카카오 등의 국내 주요 배달 채널들은 월 3천만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한다고 한다. 그 말은 3천만 건 이상의 배달이 성공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초기 배달의민족은 푸드테크라는 명칭을 이용해 브랜딩을 전개했다. 그때는 나도 배달의민족이 테크 기업인 줄 알았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약진으로 배달 서비스는 더 이상 테크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히 전화 주문을 온라인화 했다고 그것이 테크기업이 될 수 없다. 이유는 실시간으로 배달기사들을 확보하지 않으면 현재 푸드테크라는 기술은 무용지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의 사용성을 개선한들 무엇하겠는가? 이미 고도화가 됐기 때문에 어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든 사용성에 그리 불편함이 없다.
푸드테크, 배달을 무인 로봇이라는 기술로 배달의 혁신을 꿈꾸지만 굉장히 먼 미래의 이야기다. 이유는 자율주행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율주행이 완벽하기 위해서는 도로 위의 모든 자동차가 자율주행 로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합의된 자율주행 로직으로 그 정확도가 올라간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이 어려운 건 사람들이 운전하는 자동차 사이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배달을 무인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가능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주 아주 먼 미래의 꿈이다. 로봇으로 배달을 성공시킨 사례는 사전에 정해진 공간 정해진 동선대로 진행한 사례 밖에 없다. 실제 길거리의 돌발 상황, 악천후와 사고 등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을 대응하고 배달을 완료할 수 있는 로봇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다시 푸드테크라는 비전에 대해 얘기해 보자 현재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과 계산을 하고 배달 기사를 통해 음식을 받는 것이 푸드테크인가? 배달 기사의 실시간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푸드테크인가? 이 기술들은 이미 예전부터 활용해 온 기술이다. 주문과 결제는 모바일이 나오기 전 웹 커머스 서비스에서 예전부터 사용했고, 배달 기사의 실시간 배달 동선 확인은 모바일 GPS 기술로 이미 나온 지 14년도 넘은 기술이다. 배달 서비스는 절대 테크 기업이 될 수 없다. 배달 기사들을 모두 배달 로봇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말이다.
예전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인 위워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 모두 위워크가 테크기업인 줄 굳게 믿었다. 하지만 위워크가 비전을 발표할수록 점점 테크 기업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지 공유 오피스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예약과 결재를 한다고 그것이 테크기업인가? 위워크는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결국 위워크는 테크 기업이 아닌 공유 임대 서비스에 가까웠다. 결국 상장이 철회되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고객과의 접점이 오프라인인 서비스는 절대 테크 기업이 될 수 없다. 테크기업은 오프라인을 초월하는 기업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오프라인을 초월한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재해가 아니라면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비 또는 눈이 오면 배달이 안 된다. 오프라인 상황 또는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테크기업의 서비스는 사용자가 폭주하면 서버를 증설하면 된다. 배달 서비스는 배달이 폭주하면 배달기사를 늘리지 않으면 개선의 방법이 없다. 전자는 테크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후자는 휴먼 리소스로만 해결 가능하다.
배달 서비스의 최종 고객과의 접점은 배달기사와 소비자다. 테크 기업들의 고객과의 접점은 디지털 디바이스다. 테크 기업은 디지털 테크로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 서비스들은 배달 기사들을 통제할 수 없다. 배달 기사가 배달을 하지 않는다면 고객에게 배달을 성공할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푸드테크의 핵심은 배달기사들인 셈이다.
수직통합은 한 마디로 자체적으로 제품의 생산과 판매가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애플이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대로 갤럭시는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해 주지 않으면 제품 판매를 유지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작은 애플 아이맥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은 업체로 시작했다. 이후 맥 OS에서 영감을 받아 윈도우라는 OS를 개발하면서 더 이상 아이맥 버전의 오피스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잡스는 모든 걸 다 통제할 수 없다면 위기는 언젠간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빌게이츠는 윈도우용 오피스만 신경 썼고 아이맥용 오피스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맥에서 오피스가 업데이트되지 않자 아이맥 사용자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직통합 구조를 애플에 정착시켰다. 최근에는 애플실리콘으로 더 이상 인텔과 협상하지 않아도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시, 배달 서비스는 수직통합이 어렵다. 전국 배달 기사들을 자체적으로 보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유할 수가 없으니 통제할 수도 없다. 배달 기사들이 파업하면 푸드테크는 멈춰 선다.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어떻게 1위로 올라섰을까? 제품이 싼 것도 한 몫하지만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을 이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쿠팡도 테크 기업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조금 다르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물류센터와 택배 배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판매부터 배달까지 수직통합을 이뤘기 때문에 로켓배송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 또 자체 PB 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어 생산, 판매, 배송이라는 수직통합이 더 견고해지고 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배달 중심의 킬러 테크가 없다. 다만, 쿠팡은 물류의 노하우가 있다. 쿠팡의 노하우를 쿠팡이츠에 적용한다면 배달 시장에서도 독주체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쿠팡이츠가 배달 기사들을 자체적으로 보유할까?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쿠팡이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택배 기사들을 모집할 때 모두 쿠팡이 망할 거라고 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독점체제때 확보한 점유율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현 지점에서 배달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테크가 핵심이 아니다. 저렴한 배달비 모델과 빠른 배달 서비스를 확보하는 것이 테크보다 중요하다.
고객과의 접점이 오프라인인 서비스는 절대로 테크기업이 아니다. 고로 오프라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오프라인을 장악하는 기업이 승리한다.
2화 ‘푸드테크’가 아니었다. 물류 '퀵커머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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